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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대한민국 황인범이 16강 진출 소감과 함께 지난 6월 브라질과의 경기를 회상했다.

3일 대한민국은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H조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전반 4분 만에 상대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전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역전승했다. 같은 시각 우루과이는 가나에 2-0 승리를 거두며 두 팀의 승점과 골득실은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대한민국에 앞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G조 1위와 오는 6일 4시(한국시간) 16강전을 치른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황인범은 이날도 역시 선발 출장하며 세 경기 연속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포르투갈의 중원 압박이 거센 와중에도 침착한 키핑과 전개로 대한민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후 황인범은 "지금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진 상태다"라며 "16강 상대가 어디든지 우리는 회복을 잘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 우리가 치렀던 세 경기처럼 우리만의 경기를 잘 펼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본다"라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후 황인범은 추가시간 손흥민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황희찬의 결승골 장면을 회상했다. 당시 포르투갈의 코너킥이 막힌 후 대한민국이 역습을 전개하는 상황이었다. 황인범은 "마음 같아서는 나도 역습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따라가기가 너무 멀었다. 정말 멋진 골이었다"면서 "(손)흥민이 형이 긴 거리를 끌고 들어가서 너무 좋은 패스를 해줬다. 득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봤는데 (황)희찬이가 그동안 경기장에 나서고 싶은 마음을 골로 풀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밖에 있던 (오)현규 까지 모두 자랑스럽다"라고 전했다.

물론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아직 16강 행을 확정 지은 것은 아니었다. 같은 시각 경기를 치른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경기 종료 당시 우루과이는 가나에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 속 추가시간은 8분이 주어졌다. 대한민국은 우루과이와 승점과 득실차가 모두 같은 상황에서 다득점에서 한 점 앞서고 있는 살 떨리는 위치였다. 황인범은 "시간이 정말 안 갔다. 물어볼 때마다 계속 4분 남았다고 하길래 정말 '시간이 이렇게 안 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모두가 간절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황인범은 "이렇게 우리가 정말 멋지게 해냈는데 우루과이가 득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모두가 간절하게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황)희찬이와 나는 경기 끝나고 다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한 바퀴 돌고 관중석 쪽으로 가면 슬라이딩을 하자고 말했었다. 그런데 모두 다 흥분한 상태여서 소통이 잘 안 됐다.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후 관중석으로 달려가 슬라이딩을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카타르에서의 여정은 더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그동안 황인범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조별 예선 세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와 풀타임으로 맹활약했음에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황인범은 인터뷰에서 적지 않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황인범은 경기 후 웃음을 보였다. 평소 진중하고 겸손한 인터뷰를 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날만큼은 잠시 그 자세를 내려놓고 분위기를 즐겼다.

황인범은 "내가 인터뷰에서 최대한 말을 조심스럽게 하려고 하고 스스로를 낮추려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한다"면서도 "오늘만큼은, 그리고 이 월드컵에서만큼은 스스로에게 너무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정말 간절하게 준비했는데 주눅들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자랑스럽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팀원들,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그리고 멀리서나 혹은 여기 와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G조 1위 팀과 오는 6일 16강전을 치른다. 현재로서는 2승을 챙긴 브라질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한민국과 브라질은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치른 바 있고 황인범 역시 이날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1-5로 대패했었다. 황인범은 당시를 회상하며 "6월 브라질과의 경기는 '터닝 포인트'와 같았다. 그 경기에서 좌절감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만약 브라질과 붙는다면 그때의 쫄았던 모습은 안 나올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전 세 경기를 했던 것처럼 경기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 그 이상을 쏟아 낸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굳은 결의를 보였다.

대한민국은 지난 2018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그간 대한민국 축구와 맞지 않은 축구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국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로 증명했다. 이에 대해 황인범은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어도 나 자신과 선수들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결국 축구는 결과를 갖고 와야 하는 스포츠다. 그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4년 동안 많은 비판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님이 굳건히 밀고 나가셨다. 선수들도 끝까지 믿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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