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밟은 송민규?’ 그의 사과가 더욱 진정성 있게 느껴진 이유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송민규의 사과가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3일 대한민국은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포르투갈과의 H조 조별예선 3차전 경기에서 전반 4분만에 상대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전 추가시간 황희찬의 극장 역전골에 힘입어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대한민국은 같은 시각 가나에 2-0 승리를 거둔 우루과이와 승점과 득실차는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앞서며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G조 1위를 기록한 브라질과 오는 6일 4시(한국시간) 16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온전한 정신 속에서 본 사람들이 있었을까. 이날 경기 전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였다. 이미 가나와 우루과이를 잡은 포르투갈에 무조건 승리를 거둔 뒤 같은 시각 펼쳐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이때도 가나가 이긴다면 아무리 대승을 거두더라도 16강 진출에는 실패한다. 우루과이가 이전까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점도 분명 불안 요소였다.

그래서 더욱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시작 전 조 최하위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은 경기 시작 90분이 되어서도 여전히 순위표 최하단에 자리했다. 그 사이 포르투갈은 굳건히 선두를 지켰고 우루과이 역시 가나에 두 골을 집어 넣으며 승기를 굳히고 있었다. 그러던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골이 터지자 순위 그래프는 요동쳤다. 맨 아래에 머물고 있던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2위에 자리했고 우루과이와 가나는 한 계단 씩 밀려난 것이다.

이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2-1 대한민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물론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가나를 2-0으로 이기고 있는 우루과이와 승점과 골득실은 모두 같았고 다득점에서만 앞서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은 8분이 주어진 가운데 양 팀 모두 수비진이 헐거워져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누가 골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감 넘쳤다. 만일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었다면 대한민국은 득실차에서 밀리게 됐다.

경기 종료 후 대한민국 선수단도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예비 명단에서 끝내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한 오현규까지 한데 모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각자의 휴대폰을 들며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승리의 여운을 바로 느껴도 모자란 그 순간에도 이들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단 한 골에 승자와 패자가 극명히 엇갈릴 수 있었다. 추가시간 8분이 마치 8년과도 같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은 승리였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2-0으로 마무리되면서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바로 그 순간 선수들은 물병에 들어있던 물을 뿌리며 자축했다. 어깨동무를 하며 뛰기 시작하다가 감정에 너무 휩쓸린 나머지 이내 대열이 흐트러졌다. 이후 선수들은 곧장 대한민국 관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들며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2002년의 오마주와도 같았다. 경기 결과를 확인한 팬들도 그제야 밀려있던 기쁨을 한꺼번에 분출했다. 기다림만큼 그 기쁨도 배가 된, 이른바 감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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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이후에 다소 논란이 생겼다. 대표팀이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었다. 태극기는 앞에 높여져 있었고 선수들은 이 주위를 둘러 싸며 각자 자세를 취하는 중이었다. 이때 좌측에 있던 송민규는 자리가 좁았는지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 그만 태극기를 밟으며 지나가고 말았다. 해당 장면은 중계방송을 통해 송출됐고 빠르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팬들은 곧장 ‘국가대표가 무엇을 하는 것이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분명 송민규의 잘못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본인 국기를 밟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송민규 역시 곧장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경기 종료 후 너무 기쁜 나머지 경황이 없어 태극기를 밟았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하며 본인의 행동을 반성했다.

송민규가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이성을 유지한다. 자칫 감정에 휩쓸릴 경우 팀 전체를 그릇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원하는 성과를 얻었을 때의 상황은 다르다. 그때부터는 감정에 좀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날만큼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매번 팍팍한 사회에서 이성적인 태도만을 유지했던 사람들도 이날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짓거나 눈물을 보였을 것이다. 그만큼 극적이고 그 상황에 따른 기분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두 손으로 태극기를 내려 놓는 송민규의 모습. ⓒ유튜브 캡처

송민규의 사과문이 진정성 있게 느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송민규는 문제의 행동이 있기 전 관중석 근처 바닥에 태극기를 두 손으로 내려 놓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살포시 태극기를 내려놓은 송민규는 이후 그 뒤에 서서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승리를 만끽했다. 관중들과 선수들 사이에 태극기가 펼쳐진 그림이었다. 이후에도 송민규는 자신이 펴 놓은 태극기를 집은 뒤 앞으로 들고 나와 다른 위치에 내려놨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태극기가 나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듯 태극기의 의미와 가치를 잘 알았던 송민규가 굳이 자신이 직접 놓은 태극기를 밟을 이유는 없다. 말 그대로 너무 기쁜 나머지 경황이 없다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가 문제의 행동을 하기 전 태극기를 대했던 태도를 생각하면 사과문에서의 말이 더욱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물론 의도야 어찌 됐든 결국 송민규는 잘못을 했지만 그에 따른 사과도 전했다. 이에 성숙하게 반응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일부는 아직까지도 송민규의 개인 SNS에 비판을 넘어선 비난을 가하고 있다. 태극기를 밟는 행동은 잘못됐지만 이전 상황을 살펴본다면 송민규의 행동이 단순한 실수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