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 도움’ 손흥민 “마스크 투혼? 축구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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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대한민국 공격수 손흥민이 마스크 투혼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3일 대한민국은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H조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전반 4분만에 상대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전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역전승했다. 같은 시각 우루과이는 가나에 2-0 승리를 거두며 두 팀의 승점과 골득실은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대한민국에 앞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G조 1위와 오는 6일 4시(한국시간) 16강전을 치른다.

특히나 손흥민은 이날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며 투혼을 발휘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이었지만 손흥민은 후반 추가 시간 단독 돌파 이후 황희찬에게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주며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소감이 따로 필요할까”라면서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많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고 기쁜 순간이다. 하지만 다음 경기를 침착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한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분명히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믿음을 놓지 않았고 이걸 이뤄냈다. 감정적으로 너무 좋다”면서 “경기 도중에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데 벗었다. 수술을 한지 이제 한 달 정도가 됐다. 뼈가 붙는데는 최소 석 달이 걸리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위치다. 그리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내가 마스크를 벗고 경기를 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라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플레이를 하는 거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해야하는 게 나의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종료 직전 마스크를 벗은 채 손에 들고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다소 부진했던 손흥민은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황희찬의 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황)희찬이가 들어오는 걸 보고 패스했다”면서 “축구를 텔레비전으로 볼 때는 우리가 안 보고 패스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선수가 들어가는 순간을 계산하고 플레이를 한다. 내가 70~80m를 뛰어가서 순간적인 판단을 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나도 각이 있으면 어떻게든 슈팅을 하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서너 명에게 둘러 싸였고 나한테 희찬이가 왼쪽에서 뛰어 들어오는 게 살짝 보였었다. 패스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마땅히 없었는데 ‘아 여기구나’라고 판단한 게 수비수 다리 사이였다. 운이 좋게 딱 거기로 들어가면서 희찬이가 마무리를 잘 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손흥민은 전반 김영권의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다른 선수들이 환호한 것과 달리 ‘빨리 경기를 재개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손흥민은 “1분 1초가 아까웠다”면서 “그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서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골이 들어갈 때 나도 안 좋았겠나. 당연히 나도 누구보다 그 골에 기뻐해야 할 사람이다. 동료들에게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었는데 더 골을 넣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나만 급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른 선수들도 마음은 급했을 것이다. 더 잘하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지난 경기 퇴장으로 인해 벤치에 앉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에서 감독 없이 후반전을 준비했다. 손흥민은 “선수들끼리 ‘더 이상 골을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 “전반전을 1-1로 끝냈으니 더 이상 골을 먹지 말고 잘 버티면서 기회가 왔을 때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포르투갈이 공을 더 많이 소유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작은 기회가 왔을 때 결정 짓고 못 짓느냐가 중요하다. 서로 많이 희생하고 잘 싸워준 덕에 승리를 장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민국은 먼저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마친 뒤 우루과이-가나전 추가시간 8분을 지켜봐야 했다. 우루과이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한 골이라도 더 넣으면 대한민국의 16강 도전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둥그렇게 모여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독일을 격파하고도 경우의 수에서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악몽이 떠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전혀 그 당시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서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내가 할 말만 하느라 바빴다.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나는 우리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대한민국은 8강에 도전한다. 대한민국은 G조 1위와 오는 6일 4시(한국시간) 16강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기분은 너무 좋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목표로 16강을 이야기했지만 16강에서 더 나아갈 수 있으면 나아가야 한다. 감정적으로 들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늘까지만 이 감정을 유지하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역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음 경기가 금방 돌아온다. 16강에서 브라질과 ‘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아직 100% 확정된 게 아니다. 어떤 팀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할지 준비하고 쏟아내겠다. 당연히 우승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매 경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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