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에 인간 내비게이션이 배치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표하는 단어는 ‘하야’입니다. ‘하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과 함께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합니다. 조성룡 기자가 직접 도하 현지로 날아가 카타르 월드컵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 ‘하야’!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나름대로 '웃픈' 사연이다.

어느 날이었다. 카타르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취재를 마치고 메인미디어센터(MMC)로 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취재진의 교통편은 셔틀버스가 최고다. 경기장 반경 1km 이상을 일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았기에 그 흔한 '우버'도 타기 어렵다. 지하철은 관중들로 꽉 차있다. 그나마 셔틀버스를 타고 취재진의 교통 허브인 MMC로 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그날도 그랬다. 친절한 버스기사가 "Welcome Sir"을 외치며 기자를 맞이했다. 자리에 앉으면 금방 잠이 온다. 계속해서 강행군이 이어지니 많은 취재진들이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다. 자리에 앉고 버스가 출발하자 금방 잠에 빠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각국 취재진들이 버스기사와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버스기사는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알고보니 버스기사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사실 MMC로 가는 길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더 당황한 건 승객으로 타 있던 취재진들이었다. 하나 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구글 맵'을 보며 영어로 최적의 길을 토론해 기사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버스는 조금씩 MMC를 향했다. MMC가 위치한 카타르 내셔널컨벤션센터가 눈 앞에 보이자 모두가 활짝 웃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직진해 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할 버스가 갑자기 우회전을 했다. 버스에 타 있는 모든 승객들이 합심해 "Straight(직진)!"를 외쳤다. 버스는 급정거를 했고 다시 방향을 틀어 주차장에 진입했다. 정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때 취재진 및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촘촘한 셔틀버스 노선을 구축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카타르에 이 버스를 운행할 기사들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카타르는 셔틀버스를 운행할 기사들 또한 외국에서 '수입'해왔다.

물론 버스기사들은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노선 교육을 받고 시험 운행을 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그들 또한 카타르가 처음이기에 낯설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런 '웃픈' 해프닝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응원단까지 레바논에서 데려온 '알바'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워낙 작은 나라고 인구 수도 적다. 그러다보니 외국의 노동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