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루사일=조성룡 기자] 아무리 그래도 리오넬 메시는 리오넬 메시다.

26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C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후반전 터진 메시와 페르난데스의 연속골에 힘입어 멕시코를 2-0으로 꺾고 사우디 아라비아전 패배를 만회했다. 아르헨티나는 1승 1패를 기록했고 멕시코는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아르헨티나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가 끝난 이후 사우디 팬들은 "Where is Messi(메시가 어딨어)?"라고 말했다. 이 한 문장은 사우디 팬들의 자부심이자 아르헨티나에 대한 대답이었다. 아르헨티나는 "Messi is God, God is Messi(메시는 신이고 신은 메시다)"라고 말해왔다.

이번 대회는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예고됐다. '라스트 댄스'가 붙는 이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메시의 경기력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활동량도 많지 않았고 크게 눈에 띄는 활약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에 1-2로 패배했다. 조 최약체에 덜미를 잡혀버리자 곧바로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하지만 메시는 메시였다. 경기 전부터 아르헨티나 팬들의 등에는 절대 다수가 메시의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메시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신, 아니 메시가 다시 아르헨티나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마치 구세주 메시야처럼. 그러나 만일 멕시코에 또다시 패배한다면 메시라는 신은 한 인간으로 전락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날 메시의 경기력은 좋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메시를 향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후반전 단 한 번의 결정적 기회를 골로 연결시켰다. 약 8만명을 수용하는 루사일 스타디움은 멕시코 팬들에게 밀리던 아르헨티나 팬들의 미칠듯한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메시'라는 이름은 아르헨티나 팬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장 곳곳에 배치돼 있던 월드컵 자원봉사자들과 안전요원들이 메시의 득점 순간 관중석으로 뛰어왔다. 말로만 듣던 메시가 눈 앞에서 골을 넣었다는 것을 확인하러 자리를 이탈한 것이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내 구역이 너무 깊숙해 메시의 골을 보지 못했다"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루사일 스타디움에는 정말 많은 언어가 뒤섞였다. 영어와 아랍어, 스페인어, 일본어, 독일어, 한국어 등 세계인들이 모두 모였다. 그런데 유독 한 단어만 또렷하게 들렸다. '메시'. 약 8만명을 하나로 묶는 단어였다. 누구에게는 적이고 누구에게는 우리편인 메시였다. 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메시를 입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메시는 메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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