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WFC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도중 등장한 드론.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귀혁 기자] WK리그 챔피언결정전이라는 긴장된 상황 속 해프닝이 발생했다.

26일 인천현대제철은 인천 남동 아시아드 럭비구장에서 열린 2022 WK리그 경주한수원WFC(이하 경주한수원)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맞대결에서 전반전 이민아와 정설빈의 연속 득점으로 2-0 승리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지난 19일 1차전 경주한수원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뒤 2차전에서 승리하며 1, 2차전 합계 스코어 2-0으로 통합 우승과 함께 10연패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날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꽤나 쌀쌀한 날씨 속에 치러졌다. 최근 평년 기온을 웃도는 날이 지속된 가운데 이날 갑작스럽게 추워진 탓에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았다. 관중들은 저마다 손에 따뜻한 커피나 손난로 등 추위에 대비하는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WK리그의 왕좌를 걸고 격돌한 경기인만큼 많은 관중들이 자리했다.

특히 인천현대제철의 홈구장인 이곳 남동 아시아드 럭비 구장은 평소 정규 리그 경기에도 꽤나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관전한다. WK리그 1강이라는 인천현대제철의 수식어에 걸맞게 많은 인기를 자랑한다. 경기 후 선수들의 퇴근길에는 저마다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을 들며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날도 분위기는 후끈했다. 전반전 초반부터 이민아와 정설빈의 연속골이 터지며 인천현대제절 홈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전반전 중반까지도 추가골 기회가 여럿 있을 정도로 인천현대제철이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자 관중들도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1층 관중석은 이미 자리가 차며 서서 구경하는 관중들도 있었다.

그러다 전반전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두 골이 뒤진 경주한수원이 거센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인천현대제철 팬들도 긴장하며 경기를 관전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김혜리가 공에 얼굴을 강하게 맞고 부상으로 잠시 나가면서 그 긴장감은 더했다. 그러다 관중들의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순간이 찾아왔다.

전반 43분 계속해서 경주한수원이 공격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관중석 부근에 기계의 모터 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했다. 인천현대제철 홈팬들은 팀이 수세에 몰리고 있던 흐름이라 숨 죽이며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덕분에 모터 소리 자체가 크지 않았음에도 경기장에서는 선명하게 그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인천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WFC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도중 등장한 드론. ⓒ스포츠니어스

모터 소리의 정체는 드론이었다. 검은색 소형 드론이 인천현대제철 관중석 방향을 누비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관중들도 드론에 손을 흔들며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시켰다. 평소 WK리그 경기에서 드론 카메라가 경기장을 누비는 것은 흔치 않은 광경이지만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무게감답게 정성스레 준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드론이 모습을 드러낸 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안내 방송을 했다. "지금 현재 경기장에 드론이 뜨고 있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장내 아나운서는 "드론은 경기장에 떠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방송사 공식 카메라가 아니었던 것이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5초도 지나지 않아 드론은 즉시 가동을 멈췄고 이에 팬들은 황당한 듯 웃음을 보였다. 드론에 손을 흔든 관중들은 "방송사 카메라가 아니었나 봐"라며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드론은 여자축구연맹 공식 출입 조끼를 입은 인물이 조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론은 높은 속도로 회전을 하며 하늘을 날기 때문에 이것이 떨어질 경우 선수나 관중들에게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경기장에 드론을 띄운 남성이 체포당하기도 했다. 올해 WK리그의 대회 규정 제21조에도 '경기의 운영 또는 진행을 방해하여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또는 위험을 미치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것의 위험성이 인정되면 반입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긴장된 상황 속 잠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한 챔피언결정전 2차전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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