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표하는 단어는 ‘하야’입니다. ‘하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과 함께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합니다. 조성룡 기자가 직접 도하 현지로 날아가 카타르 월드컵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 ‘하야’!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도대체 '아자디'는 어떤 존재일까.

25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B조 2차전 웨일스와 이란의 경기. 58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웨일스 팬들이 관중석 한 쪽을 가득 채웠다. 그렇다면 반대쪽 골대 뒤는 이란 팬들일 것이고 남은 관중석은 구경 온 사람들일 것이다. 근데 아니다.

웨일스 팬들이 정말 많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나머지 관중석은 전부 이란 팬들이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홈 이점을 누리는 국가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다. 카타르와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정말 많은 관중들이 카타르로 향했다. 정작 개최국 카타르는 첫 월드컵 본선이라 '어리둥절 모드'다.

사실 이란은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를 맞아 상당히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잉글랜드에 2-6 대패를 당했다. 이번 웨일스전에서 반드시 만회해야 했다. 관중들도 이를 아는 모양이다. 웨일스전이 열리는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 '총집결'했다. 지하철부터 온통 이란 사람들이다. 그만큼 간절하다.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갑자기 경기장 내부는 '대화 불가능 구역'으로 바뀌었다. 삼면의 관중들이 갑자기 "이란"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 소리가 경기장을 시끄럽게 뒤덮었다. 바로 옆 자리의 사람과 대화를 하기 어렵다. 거의 소리를 질러야 말을 들을 수 있다. 거기에 시끄러운 나팔소리까지 더해져 정신이 혼미하다.

지난 1차전이 열린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과 이번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의 수용인원은 약 5천명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칼리파는 종합경기장이고 아마드 빈 알리는 축구전용구장이다. 이런 점이 관중들의 목소리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고 있다. 물론 경기 결과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말이다.

옆 자리 선배 기자에게 "이란 대박이다"라고 말하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온다. "야, 아자디 가봤어?" 이란 대표팀의 홈 경기장인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여기는 아자디 수준의 1/3 밖에 안돼!" 나름대로 '아자디부심'인 셈이다.

지금까지 아자디 스타디움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날아오는 돌을 조심해야 한다'라거나 '살아서 돌아오는 게 축복'이라는 표현까지도 들어봤다. 격한 응원은 기본이다. 타국인 아마드 빈 알리에서도 문화 충격을 받는데 도대체 아자디 스타디움은 어떤 곳일까. 쓸데없는 호기심은 더욱 더 늘어난다.

기사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 이란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이란 관중들의 함성이 더 커지고 있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다. 왼팔 손목에 채워져 있는 애플워치에서는 계속해서 소음 환경에 대한 경고가 뜨면서 "계속 이 소음에 노출되면 일시적인 청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행자 보험을 들어놓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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