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4년 전 아픔은 잊었던 것일까.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1차전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이 도안과 타쿠마의 골에 힘입어 귄도안의 한 골에 그친 독일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대어를 낚으면서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고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전 패배 이후 아시아 팀에 2연패를 당했다.

분명 독일은 강했다. 하지만 4년 전 한국전과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 전반 33분 귄도안의 득점 이후 독일은 수많은 추가골 기회가 있었다. 문제는 이 기회를 추가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곤다 골키퍼가 수없이 많은 선방을 해냈고 슈팅이 골대에 맞는 불운도 따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관중석의 분위기도 그라운드와 상당히 비슷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특유의 축구 응원 문화 그대로 '응원 기계'다운 모습이었다. 실점을 하고 밀려도 일본 서포터스는 계속해서 응원가를 불렀다. AFC 챔피언스리그나 한일전에서 보던 일본의 모습 그대로였다.

심지어 기자 옆에 앉아있던 브라질 취재진마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일본 사람인가"라고 묻더니 "도대체 일본은 뭐라고 하는 것인가.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부르던 응원가의 가사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컴온 닛폰"이라고 설명하니 "저 노래만 90분 내내 부르는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반면 독일은 달랐다. 독일 관중들은 축구를 즐기러 온 모양새였다. 전반전부터 독일 관중들은 파도타기에 꽂혀 있었다. 경기장 구석에서 독일어로 "하나 둘 셋"을 외치더니 계속해서 파도타기를 유도했다. 일본 관중석 쪽에서 파도타기가 끊기면 다시 호응을 유도하면서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분위기는 일본의 홈 같았다. 독일 관중들 또한 만만치 않게 경기장을 찾았지만 일본 관중들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후반 30분 도안의 동점골이 터지고 후반 38분 타쿠마의 역전골이 터지자 그제서야 독일 관중들은 "도이칠란트"를 외치면서 역전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승부가 뒤집힌 상황에서 이걸 되돌리기는 어렵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 일본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고 독일 축구팬들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4년 전 러시아에서 등장한 모습이 다시 재현됐다. 이렇게 독일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아시아 팀에 두 번 연속 패배했다. 우연은 아니다. 두 경기 모두 독일은 방심했고 아시아는 허점을 제대로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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