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부유한 나라라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카타르는 부유한 국가로 유명하다. 중동 국가라면 석유를 생각하겠지만 사실 카타르는 가스로 부를 축적한 나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나라가 카타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일 머니'가 아니라 '가스 머니'인 셈이다. 그래서 경기장에 에어컨을 돌려가며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다보면 돈을 많이 써서 화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돈 많은 나라치고 검소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개막식을 봐도 그렇다. 과거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개막식으로 화제가 됐다. 물론 올림픽과 월드컵은 다르지만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식은 내실에 집중한 모양새였다.

심지어 경기 전 행사가 축소되기도 했다. 대회 초반에는 킥오프 전 대형 월드컵 조형물을 센터서클에 세워놓고 화려한 '불쇼'를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졌다. 조명을 통해 분위기만 연출할 뿐이다. 겉으로만 보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과거 열렸던 월드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오히려 전광판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각 경기장마다 설치된 전광판의 스타일과 크기는 다르다. 대부분 골대 위쪽에 두 개 정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초대형 전광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평범해서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화질도 고화질이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카타르의 '부티'는 중계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 곳에서 등장한다. 바로 벤치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들의 벤치 지붕은 LED 전광판이다. 국제대회에서 벤치 지붕을 LED 전광판으로 꾸민 것은 카타르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천막이나 스티커 등으로 래핑한 정도였다. A보드에 이어 이제는 벤치 지붕까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전 벤치 지붕에는 다양한 장면들이 노출되면서 관중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벤치에 앉은 팀의 국가 이름과 국기가 등장한다. 국기는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펄럭인다. A보드에 비해 많은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중들이 한 번 쯤은 쳐다보게 되는 곳이다.

전력 또한 비교적 많이 소모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카타르 정부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태양광을 활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등 '탄소 중립 월드컵'을 실현하겠다고 계획해왔다. 카타르 곳곳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월드컵 경기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경기장들이 벤치 지붕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분명 A보드에 비해 광고 효과나 노출도가 적기 때문에 그동안 벤치 지붕에는 공들이지 않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르는 벤치 지붕을 LED로 꾸몄다. 이게 진정한 카타르의 '부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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