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표하는 단어는 '하야'입니다. '하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과 함께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합니다. 조성룡 기자가 직접 도하 현지로 날아가 카타르 월드컵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 '하야'!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알코올을 금지하는 대신 니코틴에는 관대한 모양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대회 개막 전부터 주류 판매 금지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경기장에서 주류 판매 금지'다. 카타르에서는 FIFA가 지정한 팬 페스티벌 구역 또는 외국인들이 출입하는 호텔 등에서만 음주를 할 수 있다. FIFA 인판티노 회장은 "세 시간 동안 음주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까지 했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를 가지고 있는 카타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유독 관대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흡연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음주가 허용되지만 흡연에 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금연을 권장한다. 그런데 카타르는 아니다. 정반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는 꽤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정 구역 이외의 곳에서 흡연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금연 거리를 지정해 흡연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타르의 흡연 구역은 '야외' 전체다. 그냥 실내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담배가 용인되는 곳이다. 한국 취재진들도 "이곳 카타르는 '길빵'이 기본인 것 같다"라고 놀라워했다.

한국에서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카페 흡연도 카타르에서는 당연하다. 심지어 일부 카페는 전 좌석이 흡연 구역이다. 카타르에서도 기본적으로 실내 금연이지만 카페만큼은 예외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침 일찍 카페로 가 에스프레소 한 잔에 흡연을 즐기고 일터로 떠난다.

그래도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다른 점이 있다.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서는 대부분의 구역이 금연구역이다. 경기장 곳곳에 흡연 구역을 지정해 그곳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하고 있다. 흡연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카타르에서는 흡연 구역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 월드컵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계자와 관중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서 위험한 물건과 일정 용량 이상의 액체류는 반입할 수 없다. '위험한 물건' 중 하나는 다름아닌 라이터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필요한 라이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흡연 구역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카타르는 흡연자들을 위해 배려까지 해놓았다. 흡연 구역에 드럼통으로 일종의 재떨이를 설치했다. 여기에 공용 라이터를 여러 개 설치해 라이터가 없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흡연자들을 위해서는 이렇게까지 배려해주는 셈이다.

심지어 카타르는 전자담배가 금지된 국가다. 만일 전자담배를 흡연하다가 적발될 경우 최대 1만 카타르리얄(약 360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장 곳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전자담배를 피우는 세계 각국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카타르에서 전자담배로 인해 처벌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술은 강하게 막아도 담배는 이렇게까지 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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