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표하는 단어는 '하야'입니다. '하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과 함께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합니다. 조성룡 기자가 직접 도하 현지로 날아가 카타르 월드컵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 '하야'!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순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20일 카타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를 시작으로 월드컵이 본격적인 여정에 돌입했다.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월드컵이 예고됐다. 외국인 노동자 사망부터 시작해 맥주 판매까지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은 차근차근 준비됐고 결국 개최됐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북한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 3시간 맥주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대놓고 카타르 편을 들며 정상 개최를 강조했다. '응~ 꼬우면 접어~'를 그나마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다면 이런 것 아닐까.

실제로 카타르에 입국한 이후 '통제'가 느껴진 적은 많다. 카타르 메인 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월드컵 관련 시설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사와 신분증 검사가 필수적이었다. 이미 월드컵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하야카드'는 사적 통제 논란도 존재했다.

그래도 월드컵에 온 이상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슬람의 보수성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애썼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했다. 한국이었다면 한국 법을 따르라고 말하겠지만 여기는 카타르다. 일단 이 사람들이 하라고 하는 대로 해야 월드컵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막식에서 귀를 의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개막식 행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카타르와 에콰도르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도중 경기장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음악이 틀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시끄럽게. 그런데 베두인족의 텐트를 형상화한 알 바이트 경기장에서 "할렐루야"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할렐루야"는 기독교 용어다. 공교롭게도 마크 론슨의 '업타운 펑크'가 경기장에 송출되면서 수 차례 "할렐루야"가 등장한 것이다. 카타르 입국 이후 하루에 수 차례 이슬람 모스크에서 송출하는 기도를 위한 노래를 들어왔다. '여기는 이교도가 정말 발 붙이기 힘든 문화구나'라고 생각했던 와중에 예상하지 못한 음악에 깜짝 놀랐다.

물론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뿌리는 같다. 이슬람의 '알라'가 기독교의 '하나님'이다.  모두 중동 지역에서 발원한 종교기 때문에 겹치는 단어들도 많다. 하지만 역사가 흘러가면서 양 쪽은 계속해서 대립을 반복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카타르 땅에서 듣는 "할렐루야"가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럴 거면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맥주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국가에서 '할렐루야'는 틀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물론 내 마음이 꼬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보니 눈치를 보고있는 내 자신이 가끔 불만이다. 그래도 알라신을 지독하게 믿는 나라에서 할렐루야라뇨. 믿을 거면 확실히 믿고 아니면 좀 빡빡하게 하지 맙시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