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룡의 하야하라] 전 세계 취재진의 알 바이트 탈출 대작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표하는 단어는 ‘하야’입니다. ‘하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과 함께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합니다. 조성룡 기자가 직접 도하 현지로 날아가 카타르 월드컵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 ‘하야’!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그 때까지는 좋았다.

20일 카타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8개 경기장 중 가장 최북단에 위치한 곳이다. 대부분의 경기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알 바이트는 홀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지하철도 닿지 않는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하철 역인 루사일역에 내려서 41km를 더 올라가야 한다. 그런 곳에서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이 열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개막전이니까.

카타르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미디어 셔틀을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리면 알 바이트 스타디움이 등장한다. 베두인족의 텐트를 형상화한 이 경기장은 꽤 예쁘다. 버스에서 내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니 넓은 벌판이 나타난다. 이제 정말 기다리던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이다.

알 바이트 스타디움 미디어 출입구 앞에는 푸른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여기에서 곧바로 축구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덥지도 않다. 바람이 꽤 부는 덕분이다. 잔디를 바라보며 ‘저기서 돗자리 깔고 삼겹살 구워서 소주 한 잔 하면 잠이 솔솔 오겠네’라는 생각을 하다 황급히 멈춘다. ‘아차, 삼겹살도 소주도 여기는 불가능하지.’

진짜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졌다. 개막식 공연도 제법 훌륭했다. 물론 경기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후반전부터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간 오후 7시에 킥오프했다. 경기가 끝나면 오후 9시 안팎이다. 알 바이트 경기장은 약 6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경기 후 다시 도하 시내로 돌아간다. 교통대란이 예상되는 것은 뻔했다.

게다가 전 세계 취재진의 경우 대부분 차량이 없다. ‘우버’를 부른다고 해도 꽉 막힌 도로 사정으로 인해 부르기도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도하 시내 MMC로 가는 셔틀버스다. 일단 시내에 들어가면 숙소에 가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알 바이트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이 방문해 있다. 순간적으로 위기감이 몰려온다. 자칫하다가는 수 시간을 기다려 새벽에나 귀가할 수도 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제법 많은 한국 취재진들이 짐을 싸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취재진들이 줄을 서 있었다. 카타르도 에콰도르도 아닌 제 3국 취재진들이기에 기자회견과 믹스드존을 생략하고 온 것이다. 숨을 돌리면서 ‘늦었다’라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본 순간 더 깜짝 놀랐다. 몇 분 사이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셔틀버스 대기줄이 만들어진 것이다.

9분 마다 한 대씩 온다던 셔틀버스는 이날따라 늑장을 부렸다. 하지만 역시 부유한 국가답게 화끈했다. 약 3~40분을 기다리자 노란색 셔틀버스가 10대 가까이 줄을 지어 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 취재진은 그 순간 하나가 됐다. 모두가 환호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집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셔틀버스가 차례차례 들어오기 시작하자 주차를 통제하는 스태프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알아서 각 버스 앞에 줄을 서야했다. 한 줄로 대기하던 취재진들의 눈치싸움과 질주가 시작됐다. 한 서양인 기자는 주차하러 들어오는 버스 앞을 가로막았고 다른 곳에서는 해외 통신사 사진기자가 “Open the door(문 열어)”를 외치며 버스 출입구를 두들겼다.

겨우 눈치껏 셔틀버스 앞에 전 세계 취재진들이 각자 줄을 섰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변수가 발생했다. 미디어 셔틀버스는 문이 두 개다. 한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앞문이 탑승구고 뒷문이 내리는 문이다. 그런데 버스기사들이 두 개의 문을 동시에 열어버린 것이다. 러시아워의 강남역보다 더 혼잡한 상황이 발생했다. 자리에 앉지 못한 기자들은 또다시 다른 버스를 찾아 헤매야 했다.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대회 조직위원회는 미디어 셔틀버스를 운영하면서 취재진들의 편의를 적극 돕고 있다. 배차 간격도 굉장히 짧다. 하지만 세밀함이 부족하다. 똑같은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의 경로가 제각각이다. MMC에서 알 바이트 스타디움까지는 9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했다. 하지만 9분 차이로 다른 버스를 탄 취재진의 스타디움 도착 시간은 무려 한 시간 차이가 났다. 서로 경로가 달라 발생한 촌극이었다.

기자 또한 겨우겨우 한 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옆에는 외국인 기자 한 명이 비좁은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버스 탑승을 축하한다”라고 슬쩍 말을 건네자 그는 크게 웃으면서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화답했다. 여전히 알 바이트 스타디움을 가는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벌써부터 취재진 사이에서는 “알 바이트 취재는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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