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리그 우승’ 하노이FC 전재호 감독의 우여곡절 4년

ⓒ하노이FC 공식 SNS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하노이FC의 전재호 감독이 리그 우승 소감과 함께 베트남에서의 우여곡절을 소개했다.

인천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전재호라는 이름은 반갑다. 지난 2004년 인천의 창단 멤버로서 함께 했고 2011년까지 인천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 이후에는 인천 산하 유스팀 대건고등학교 코치와 감독직까지 수행했다. 이 시기 전재호 감독은 현재 인천에서 뛰고 있는 김성민, 김보섭, 김민석뿐만 아니라 구본철(성남), 김채운, 최범경(이상 충남아산), 이호재(포항)등을 지도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전재호 감독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전재호 감독은 베트남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4년이 흐른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3일 전재호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프로축구 1부 리그(V.리그1) 소속의 하노이FC가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베트남에서 도전한 지 4년 만에 누리게 된 경사였다. 전재호 감독은 지난 2019년 같은 리그 비엣텔FC의 수석 코치로서 처음 베트남 무대를 경험했다. 당시 이흥실 감독이 함께 팀에 있었지만 이 감독은 반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갔고 전재호 코치만이 두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박충균 감독이 부임한 하노이FC의 수석 코치로 합류했고 올해부터 감독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을 수행하게 됐다.

ⓒ프로축구연맹제공. 대건고등학교 감독 시절의 전재호 감독

전 감독은 비록 성인 무대로는 첫 감독 경험이었지만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에서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통화에 응한 전재호 감독은 “아직 베트남 리그가 끝나지 않았다. 한 경기를 남겨 놓고 우승을 차지해서 이번 주 토요일(19일)에도 경기가 있다. 또 FA컵 4강에도 진출한 상황이다”라며 “지금은 점심을 먹고 미팅을 준비하려고 한다. 오후에도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면서 여전히 바쁜 일상을 소개했다.

이후 그는 험난했던 베트남 도전기를 전했다. 전 감독은 “원래 대건고등학교 감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베트남에 온 것은 아니었다”면서 “선수 시절에 해외 무대 도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으로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던 찰나에 베트남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야기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2018년 12월에 에이전트가 프로팀은 어떻냐고 하더라. 외국 생활을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바로 알겠다고 하고 급하게 오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해외 무대 도전에 대한 의지가 컸기에 가능했던 과감한 결정이었다. 전재호 감독은 “대건고등학교에 있던 시절부터 도전을 하고 싶었다. 선수 생활 때 해외 생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조금 폭을 넓혀서 해외 무대를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면서 “사실 해외는 인맥보다는 능력 위주로 볼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도 수석 코치로서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코치가 필요했었고 나도 해외 무대 도전을 원했다”면서 베트남에 가게 된 이유를 덧붙였다.

첫 시작은 감독이 아닌 수석 코치였다. 전 감독은 “처음에는 비엣텔FC의 수석 코치로서 당시 이흥실 감독님과 같이 베트남에 갔다. 그러다가 이흥실 감독님이 일찍 나가시고 김광재 트레이너와 둘이 남아서 2년 간 있었다. 2020년에 코치로서 리그 우승도 경험해봤다”면서 “2021년에는 하노이FC의 코치로 오면서 당시 박충균 감독님과 같이 일을 했다. 그러다가 7월 쯤에 코로나19로 리그가 취소돼서 훈련만 하며 2022 시즌을 맞이했다”면서 베트남에서의 코치 시절을 이야기했다.

그가 비엣텔FC에서 바로 하노이FC로 간 듯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약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 과정에 대해 전 감독은 “비엣텔FC에 들어갈 때 계약을 2년 맺었다. 그래서 2021 시즌에 재계약을 맺어야 했다”면서 “원래 구단과 계약 조건은 다 마무리 한 단계에서 사인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동계 훈련도 다 했고 시즌도 이미 시작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단이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시즌도 들어갔고 동계 훈련도 다 한 상황이었다”라며 당시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나 중국 등 이미 다른 나라의 리그도 시작한 상황이어서 어디 들어가기가 어려운 시점이었다. 가족들이 베트남에서 지내고 있고 아이들도 학교를 보내야 하니까 잠시 쉬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4월인가 5월쯤에 박충균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여기 경험도 있다 보니까 같이 하노이FC에서 해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었다. 비엣텔FC하고 하노이FC가 같은 연고지(하노이)이기도 하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베트남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하노이로 왔다”라며 하노이FC 합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박충균 감독이 계약 해지를 하며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전재호 감독은 “베트남 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7월에 리그가 취소됐다. 그래서 팀 훈련만 진행했던 상황에서 2022년을 맞이했다”면서 “올 시즌 시작 2주를 남겨 놓고 박충균 감독님이 팀을 떠났다. 구단에서도 다른 감독을 찾기에는 급박한 상황이라서 나에게 감독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거기에 한 번 해보겠다고 말하면서 감독직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전재호 감독 제공. 비엣텔FC 시절의 전재호 감독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법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재호 감독 역시 호기롭게 베트남에 도전했지만 이토록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생활은 처음 해보는 거였다. 언어나 문화를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여기 올 때 자존심은 다 버리고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왔다”면서 “솔직히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베트남 리그도 정말 쉽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도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밝혔다.

전 감독은 이 말을 전하며 한 예시를 들었다. 전재호 감독은 “선수들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판단했다”면서 “비엣텔FC 시절에 선수들이 밥 먹으러 가거나 맥주 한 잔 마시러 갈 때면 항상 따라가서 그 선수들의 습성이나 문화를 파악하고 몸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 여러 부분을 신경 썼다. 오히려 선수들은 내가 외국인 코치라 더 편하게 느꼈다. 만약 같이 맥주 한 잔 하는데 베트남 사람이 코치였으면 불편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외국인이다 보니 행동이나 말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직장 회식에서도 가장 불편한 순간이라고 한다면 상사와의 독대 아닌가. 하지만 전재호 감독은 선수들과 그야말로 친구처럼 지냈다. 전 감독이 리그 우승을 기념하며 올린 개인 SNS 글에는 많은 선수들이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재호 감독은 “가정사나 친구 관계 등 보통 우리가 하는 일상에서의 대화를 많이 나눴다”면서 “처음 베트남에 와 보니까 선수들의 문화나 스타일이 어떤지 궁금했다. 베트남에 있으려면 그런 것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같이 소통하려는 마음이 있었고 거기에 선수들도 열린 마음으로 나를 대해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비엣텔 시절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이흥실 감독님이 나가시고 베트남인 감독 옆에서 내가 보조를 했다. 2년 동안 베트남 감독이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지켜봤다. 거기에서 느낀 점이 아무리 좋은 훈련이고 전술이라고 해도 선수들이 안 따라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 문화를 너무 접목시키다 보면 선수들이 엇나갈 수 있었다. 베트남 감독 밑에서 베트남의 문화를 알아가다 보니 하노이FC에 가서도 도움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하노이FC 공식 SNS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시즌 시작 2주를 남겨 놓고 갑작스레 감독직을 맡게 됐지만 결국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 시작 당시를 회상한 전 감독은 “두려움은 크게 없었다. 도전 정신이 가장 컸다”면서도 “그래도 부담은 있었다. 전술 준비도 크게 안 되어 있었고 내가 원하던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구성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하노이FC 소속의 대표팀 선수들 중 부상 선수가 많았다. 그래도 이전에 코치로 1년을 있었으니 구단의 문화나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덕에 팀을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노이FC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베트남 리그의 강팀이다. 스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선수단 관리도 중요한 팀이다. 이에 대해 전재호 감독은 “하노이FC는 공격 축구를 해야 한다는 구단의 철학이 있다. 선수들도 자존심이나 성격이 굉장히 강했다”면서 “이 선수들을 다루는 방법부터 전술까지 많은 고민이 됐다. 결국 훈련이나 전술을 그 선수들에게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선수들 위주로 방향을 잡고 소통을 했더니 선수들도 마음을 열며 받아들였다”리고 밝혔다.

리그 우승의 혜택은 비단 우승컵이라는 성과를 넘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 나갈 수 있는 자격까지 주어진다. 전 감독 입장에서도 첫 아시아 무대 도전이기에 기대감이 넘친다. 그는 “지도자로서는 항상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만일 감독으로서 나가게 된다면 부담도 있지만 설레기도 하다. 솔직히 감독으로서 ACL에 나갈 수 있는 감독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런 기회가 왔고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다음 시즌 아시아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노이FC 공식 SNS

물론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스토리가 연출될 수 있다. 전 감독은 베트남 하노이FC의 감독이기 이전에 선수 시절 인천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전 감독 시절 인천은 지난 2005년 한 차례 2위를 기록한 것 외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인천은 ‘생존왕’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탈피하며 리그 4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FA컵에서 리그 2위 전북현대가 FC서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마지막 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손에 얻었다.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 무대 진출이다.

인천과 아시아 무대에서 만나는 상상도 해봤을 법했다. 이 말에 전재호 감독도 공감하며 “아무래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친한 인천 팬 분이 계시는데 그 분과도 연락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승패를 떠나서 축구 자체로만 보면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은 이 상황 자체가 굉장히 웃기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노이FC 공식 SNS

머나먼 타국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지도자로서의 전재호는 이제 시작이다. 전 감독은 “일단 나는 한국 사람이다. 자국에서의 지도자 생활에 대해서는 항상 마음 속에 있다”면서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만 있으면 지도자가 언제 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그 폭을 넓히기 위해 해외로 도전을 한 것이다. 그래서 꿈이 있다면 베트남을 포함해서 한국, 중국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쌓고 싶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와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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