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아이슬란드와의 A매치 겸 출정식,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11일 저녁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아이슬란드를 소개하면서 언론 보도에 단골로 등장한 ‘북유럽의 다크호스’라는 말이 무색하다. 굳이 국내 친선 평가전을 한 번 더 잡아 출정식 명목의 행사까지 하며 카타르로 떠나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짙게 남는다. 나는 이번 출정식을 비롯한 아이슬란드전이 내키지 않는다.

출정식이라는 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장도에 오르는 모든 선수단이 많은 관중의 박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출정식 상대는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실력을 제법 뽐내는 팀이어야 한다. 이 팀과 멋진 경기를 펼친 뒤 꽉 찬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저희 이제 떠납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우리 팀을 많이 응원해 주세요”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경기장에 모인 많은 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이게 출정식의 의미를 지닌 진짜 출정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아이슬란드전은 출정식의 중요한 요소가 모두 빠져있다. 일단 상대가 너무 약하고 팀 구성에 성의도 없다. 다수의 매체에서 이번에 아이슬란드를 소개하면서 ‘아이슬란드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올라 북유럽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팀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2016년 성과를 여전히 내세워야 할 만큼 최근 경기력은 별로다. 여기에 심지어 주축 선수들은 딱 한 명만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아이슬란드는 오는 16일 열리는 발틱컵을 대비해 어린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번 대표팀에 주장으로 나서는 아론 구나르손(알 아라비)만이 A매치 100경기 출장을 이뤘고 A매치 10경기 출장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오타르 마그누스 클라손(오클랜드 루츠) 뿐이다. 나머지 대표팀 선수의 A매치 기록 전부를 합쳐도 38경기 출장이 전부다. 암버트 구오문드손(제노아)이나 아그노르 잉비 트라우스타손(노르코핑), 존 다오이 부바르손(볼턴), 비르키르 브야르나손(아다나 데미르스포르)호라우르 비욘빈 마그누손(파타니나이코스)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은 모두 빠졌다. 어차피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도 아니어서 차출 의무도 없다.

이제 이 팀을 안방에서 두드려 팬 뒤 박수를 받으며 출정식을 치를 생각을 하니 벌써 민망해진다. 나는 한국 축구의 자존감을 늘 외치는 사람이지만 요새 한국 축구는 해외 원정경기는 피하고 안방에서만 경기를 치르는 ‘종이 호랑이’ 느낌이 너무 강하다. 3군격의 아이슬란드를 안방에서 흠씬 괴롭힌 뒤 이걸 출정식이라고 하며 월드컵으로 떠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나는 이게 단지 안방에서의 멋진 출정식이라는 개념보다는 후원사를 위한 ‘억지 A매치’라고 생각한다. 입장권 수익도 챙겨야 하고 후원사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행사다. 상대가 아이슬란드건 어디건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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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달 A매치 기간에 또 ‘안방에서 어흥’거렸다. 익숙한 경기도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며 코스타리카와는 고양시에서 경기를 했고 카메룬과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전 A매치 기간에는 서울과 대전, 수원 등에서 브라질과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에게 ‘혼구녕’을 내줬다. 가득 찬 팬들이 ‘대~한민국’을 외쳤고 우리 선수들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대한축구협회 스폰서들에게 협회에서는 “이 멋진 장면 좀 보시라”며 어필했다. 놀라운 건 이번 아이슬란드전이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라는 점이다. 카타르로 떠나 공식 경기를 가질 계획도 없다.

심히 불안하다. 일본은 지난 달 A매치 기간 동안 독일로 떠나 미국, 에콰도르와 경기를 치렀다. 돈을 벌려거든 꽉찬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만만한 상대를 불러다가 후드려 패며 자화자찬해도 충분했지만 일본은 유럽으로 나갔다. 심지어 일본은 우리처럼 ‘출정식’도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떠나 캐나다와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다. 수험생으로 치면 옆집 아들은 어디 산 속 절에 들어가 공부도 하고 수험장에 미리 가 최종적으로 한 번 더 문제집을 풀어보는데 우리 아들은 자기 방에서 이미 몇 번 풀어봤던 중학생 시절 문제집을 풀고 100점을 맞았다며 좋아하다가 곧바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꼴이다.

상황이 이리도 심각한데 협회는 이 경기에서 출정식을 진행한단다. 물론 눈치가 보이니 ‘약식’ 출정식이라는 말을 썼다. 경기 뒤 벤투 감독과 베테랑 선수가 그라운드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부탁할 예정이란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이날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에게 인사를 한 선수들 중 7~8명은 카타르월드컵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A매치 기간도 아닌 상황에서 유럽파 등은 합류하지도 못했는데 대표팀 경기를 잡으니 일어난 촌극이다. 출정식이랍시고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뒤 인사를 건넨 ‘태극전사’ 중 상당수는 카타르로 가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생겼다.

출정식이라는 건 이미 선수단 구성이 완료되거나 한두 명의 변화 정도만 예상될 때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량을 가진 팀과 많은 관중 앞에서 치러야 한다. 그런데 출정식 이후 하루 뒤인 12일 유럽파 선수들을 포함한 카타르 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한다. 출정식은 출정식인데 스스로 민망하니 ‘간이 출정식’이라고 칭하고 있다. 협회가 원래 하려던 게 스폰서와 입장권 수익을 노리면서 돈을 버는 것 아니었나. ‘간이 출정식’인데 협회는 아이슬란드전 하프타임 때는 2022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응원가도 최초로 공개한다. “나의 뜨거운 심장 여기서 요동치리라”와 같은 명가사가 담긴 곡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지난 2018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출정식의 모습 ⓒ대한축구협회

화성종합경기타운에 이 경기를 보러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대표팀 경기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교통도 좋지 않고 손흥민도 없고, 그렇다고 상대팀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 이 경기를 보러 갈 이들은 많지 않다. 명색이 출정식인데 관중석이 텅텅 빌 걸 우려한 협회는 화성시 공무원과 협회 직원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협회에 등록된 심판들한테 1인당 4장까지 공짜표를 뿌리는 중이다. 돈을 내고 가는 관중이 바보가 되는 상황이 됐다. 참고로 이날 경기 프리미엄A 관중석 가격은 25만 원이다. 경기 장소와 선수 명단, 상대팀, 날씨, 심지어 티켓 가격까지 어느 하나 끌리는 게 없다.

굳이 출정식까지 열며 이 경기를 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최종 명단이 발표되면 공항으로 가기 전 팬들을 불러 모아 기자회견을 하며 출정식을 겸해도 충분했다. 이미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다 끝난 상황에서 ‘약체’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맹활약하는 선수에게 가산점을 더 주는 것도 이상하다. 요새 들어 월드컵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회적인 문제도 있었고 손흥민의 부상 등 악재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오히려 이런 상식밖의 출정식이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뿌린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이번 출정식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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