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지도자 생활해도 재수생’…P급 편법 논란 현장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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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충주=김현회 기자] “누구는 여기에서 이렇게 고생하며 준비하고 있는데…”

5일 충주시유소년축구장에서는 충주시유소년축구장 개장기념 2022 충주CUP 전국유소년클럽 축구대회가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열린 뒤 오는 12일과 13일 2차 대회를 치른다. 주말을 이용해 유소년 선수들이 마음껏 그라운드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준비됐다. 이번 대회는 U-8세부터 U-12세까지 연령별 80개 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유소년 지도자와 아이들은 이 대회에 진지하게 몰입해 있다.

이런 가운데 6일 현장에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경제’의 단독보도 때문이었다. 이 매체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주역 등 특정 인원들은 자격이 미달이더라도 자격증을 쉽게 발급해 줄 수 있는 규정이 생겨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이번 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합격자 명단엔 안정환 축구해설위원,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스포츠니어스> 역시 지난 달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해당 내용을 최초로 전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유소년 축구 현장에 전해지자 지도자들은 안타까워했다. P급은 국내에서 딸 수 있는 축구지도자 자격증 중 가장 높은 단계다. D가 가장 낮고 C, B, A, P 순으로 올라간다.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은 C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중 P급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자격증마다 의무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기간도 정해져 있어 C급에서 P급까지 올라가는 건 시간상으로만 따져도 10년은 넘게 걸린다. 물론 기간만 채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A급에서 P급을 따기 위해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유소년 대회 도중 이 소식을 접한 지도자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익명을 요구한 A 감독은 “우리 같은 지도자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라면서 “매번 2002년 월드컵 세대만 특혜를 받는다. 축구를 잘하는 것과 축구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런데 현역 시절에 축구를 잘 했다고 해 한 번에 P급 지도자 자격증 심사를 받는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B 감독 역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 현역 시절 대단한 축구인이었던 건 맞지만 A급 자격증 취득 이후 지도자로서의 활동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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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3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해야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협회는 최근 P급 자격증 지급 규정에 “국가대표 경기(A매치) 50경기 이상을 소화하고 국가에 공헌하며 톱 레벨로 인정되는 경력이 있는 사람”들 중 신청자 2명에 한해선 자격증을 바로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안정환 해설위원과 차두리 코치가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차두리 코치는 FC서울 유스 강화실장으로 활약하고 있어 A급 자격증 취득 뒤 3년 활동 규정에 부합하지만 안정환 해설위원은 이 규정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후 논란이 되자 협회는 “P자격은 A매치 50경기 이상 쿼터 인원도 코스수강-시험-논문발표 등 다른 수강생들과 동일하게 거쳐 합격돼야 취득할 수 있다”며 “이 내용은 지난 9월22일 2023년도 P급 수강생 선정 온라인설명회에서 고지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2023년도 P급 수강생 선정위원회에서 5차례 논의를 거쳐 지난 7월17일 세칙개정을 완료하고 온라인설명회를 공지했다”고도 덧붙였다. 안정환 해설위원과 차두리 실장 등은 P급에 바로 합격한 것이 아니라 내년도 수강생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소년 현장 지도자 A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A 감독은 “P급 수강생으로 합격하면 사실상 P급 자격증을 딴 것과 다름없다”면서 “수강생 중에 수료를 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죽하면 K리그에서도 P급 자격증 수강생으로 합격하면 감독대행 신분으로도 계속 벤치에 앉을 수 있도록 하겠나. 해당 인물들이 코스수강-시험-논문발표 등 다른 수강생들과 동일하게 거쳐야 P급에 합격할 수 있다는 건 협회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P급 수강생 중에 지금까지 코스를 이수하다가 떨어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해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P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모습 ⓒ 대한축구협회

또한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은 A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3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해야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기존 합격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여전히 편법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C 감독은 “이번에 P급 지도자 자격증에 무려 200명이 지원했다”면서 “200명 모두 A급 자격증 취득 후 3년 동안 현장 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중에 25명만 뽑힌다. 차두리 실장이 기존 규정대로라면 P급 취득 자격에 부합한다고 해 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단지 기존 규정대로 따졌을 때도 P급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것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니어스>는 최근 P급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D씨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D씨는 “내가 지도자 생활을 25년 동안 했다”면서 “그런데도 P급 자격 시험에서 한 번 떨어졌다. 여러 기준에 따른 점수가 있다고는 하는데 내가 몇 점을 받아서 떨어졌는지, 어느 부분을 보완하면 되는지 아무런 언급도 해주질 않더라. 지인들을 통해 어떤 게 부족했는지 열심히 추측하고 보완해 그 다음 시험에서 붙었다. 25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 P급 자격증에 도전했는데 한 번 떨어지고 나서는 그 이유도 말해주지 않아 많이 당황했었다. P급을 아주 힘들게 땄다”고 밝혔다.

한편 P급 지도자 자격증 도전 자격을 갖추고 네 번이나 도전하고도 아직 합격하지 못한 E 코치는 “합격을 위해 열심히 점수를 따고 있다”면서 “이미 응시 조건은 한참 전에 갖추고도 남았다. 매년 도전하고 있는데 언제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현장에서 죽어라 아이들을 지도하고 공부하면서 점수 관리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협회가 새로 손 본 규정에 따라 곧바로 P급 수강 자격을 얻었다. 주변에서는 ‘뭉쳐야 찬다’도 A급 지도자 자격으로 인정해 주는 것 아니냐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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