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동생과 쿨한 누나’ 축구를 대하는 남매의 다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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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충주=김현회 기자] 진지한 동생과 ‘쿨’한 누나의 반응은 상반됐다.

5일 충주시유소년축구장에서는 충주시유소년축구장 개장기념 2022 충주CUP 전국유소년클럽 축구대회가 개막했다.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최하고 충주시축구협회와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관하며 충주시와 충주시의회, 충주시체육회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피파스포츠가 협찬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번 대회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열린 뒤 오는 12일과 13일 2차 대회를 치른다. 주말을 이용해 유소년 선수들이 마음껏 그라운드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준비됐다. 이번 대회는 U-8세부터 U-12세까지 연령별 80개 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충주시 유소년축구장 1면과 성인구장 1면, 보조구장 1면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전국 유소년 클럽팀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진주 대성FC는 충주 아주FC와 토너먼트 명승부를 치렀다. 2-1로 앞서고 있던 진주 대성FC는 후반 종료 직전 충주 아주FC에 골을 허용해 2-2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올 시즌 3관왕을 이어가며 역사를 쓰던 진주 대성FC의 4관왕이 좌절된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실축한 진주 대성FC 6학년 이승모 군은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끝난 뒤 목에 메달을 걸고도 한참을 훌쩍였다.

바로 옆엔 그의 누나가 서 있었다. 이솔비(14세) 양이었다. 솔비 양은 이날 진주 대성FC 유니폼을 입고 동생과 함께 뛰었다. 유소년 대회 특성상 여자 선수들은 한 살 더 많아도 경기에 나설 수 있어 14세의 솔비 양도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솔비 양은 눈물을 보이긴커녕 옆에서 울고 있는 동생을 위로도 해주지 않았다. ‘찐남매’였다. 승모 군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솔비 양은 덤덤하게 메달을 만지며 신기한 듯 쳐다봤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는 이 남매를 만났다. 승모 군은 “오늘 경기가 너무 아쉽다”면서 “내가 승부차기에서 실수를 해 우리 팀이 졌다. 우리 팀이 지난 해에도 6학년 형들이 3관왕을 했다. 올 시즌에 우리도 3관왕을 한 상황이어서 이번에도 우승을 하면 형들의 기록을 깰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우리 팀이 진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다시 한 번 눈물을 보였다. 바로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이재경 코치는 승모 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승모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누나 솔비 양은 승모 군을 따라 4학년 때 함께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이 둘은 축구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누가 틀린 게 아니라 확연히 다르다. 승모 군은 현재 이 팀의 에이스다. 팀의 올 시즌 4관왕에 대한 강력한 욕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승모 군은 올 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합천중학교 축구부 진학이 예정돼 있다. 엘리트 선수의 길에 도전할 만큼 승모 군의 축구 실력은 뛰어나다.

이재경 코치는 “아이들이 쑥스러워서 말은 못 했는데 우리한테는 ‘형아들을 본받아서 우리가 3관왕 목표를 깨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 동생들도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야 그걸 깨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꼭 4관왕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면서 “특히나 승모가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승부욕도 강하고 실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진주 대성FC는 한 명이 팔 골절 부상을 당했다. 승모 군은 경기 전 미팅 당시 “다친 친구를 위해서 열심히 뛰자”고 주장다운 말을 전하기도 했다.

승모 군이 축구에 간절한 반면 누나 솔비 양은 축구가 너무나도 재미있다. 솔비 양은 공부도 잘하고 전교회장도 하며 학교에서는 가장 유명한 학생이다. 최근에도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이다. 이 팀에서 솔비 양은 유일한 여자선수다.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솔비 양은 “남자 애들하고 같이 축구를 하면서 노는 게 재미있다”면서 “특히나 축구를 하는 게 너무 즐겁다”고 웃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생 옆에서 솔비 양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인터뷰에 응했다.

이 둘 사이를 풀어주기 위해 “동생에게 위로를 좀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솔비 양은 “원래 이러면서 강해지는 거다. 별로 위로해 줄 게 없다”고 쿨하게 반응했다. 동생 승모 군에게 분위기 전환을 위해 “누나하고 같이 축구를 하면 재미있지 않느냐”고 묻자 승모 군의 답변도 의외였다. “같이 하면 재미 없어요.” 그러면서 승모 군은 “같이 다니면 옆에서 도와줘야 하고 내가 누나를 챙겨야 한다”고 하자 누나 솔비 양은 “나는 재미있다. 동생을 놀릴 수 있다. 내가 동생을 잘 따라다닌다”고 웃었다.

진지하게 축구 선수를 꿈꾸는 동생과 재미로 축구를 즐기는 누나의 분위기는 달랐다. 누가 틀린 게 아니라 더 인상적인 분위기였다. 동생 승모 군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승모 군은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대회에 나오면 연습한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면서 “앞으로 이강인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누나 솔비 양은 “나는 그냥 취미로 축구를 하는 게 좋다”면서 “나는 동생을 따라잡으면 그때 은퇴할 생각이다”라고 웃었다. 이 둘은 내달 전북 정읍에서 열리는 유소년 대회에서 올 시즌 4관왕에 도전한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이 둘은 ‘찐남매’답게 서로 멀뚱히 섰다. “좀 다정하게 찍으면 안 되느냐”는 부탁에도 이 둘은 거리두기(?)를 했다. 어색한 사진을 찍은 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자 누나 솔비 양이 동생 승모 군에게 슬쩍 한 마디를 건넸다. “야, 그만 울어. 다음에 잘하면 되잖아.” 퉁명스럽긴 해도 누나는 동생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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