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우측부터) 박혜민(40세) 씨와 그의 아이들인 심은찬(8세) 군, 심은하(10세) 양

[스포츠니어스 | 충주=김귀혁 기자] 자원봉사의 역할 그 이상을 수행하고 있었다.

5일 충주유소년축구장에서는 '2022 충주CUP 전국유소년클럽축구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최 및 주관하고 충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하여 운영한다. 총 네 개의 인조 잔디 구장으로 조성된 경기장에서 8세 이하부터 시작해서 9세, 10세, 11세, 12세 대회로 나누어 미래 축구 꿈나무들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이날 대회는 충주시 달천동 298-1 일대 32,203㎡의 부지에 새로 신설된 충주시유소년축구장 개장 기념으로 치러진다. 해당 축구장은 2021년 5월 첫 착공에 들어간 뒤 지난 3일 준공식을 치렀다. 지역 내 새로운 경기장이 생기고 대회가 열리자 많은 충주 시민들이 함께 했다. 특히 청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장갑을 착용한 채 부지런히 움직이며 본연의 업무를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원 봉사자들 중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 충주에 사는 박혜민(40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박혜민 씨는 "충주에서는 처음 유소년 대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충주 토박이인데 새로운 대회가 열리게 되어 너무 뜻깊다"면서 "봉사를 하면서 내 고향 충주시를 알리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봉사를 하게 됐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박 씨는 청소 이외에 다른 운동장의 경기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딸과 아들이 충주아주FC 소속으로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딸인 심은하(10세) 양은 10세 이하, 아들 심은찬(8세) 군은 8세 이하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혜민 씨는 "평소에 유소년 대회가 열리면 청주, 제천, 강릉 등에 갔었는데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아이들이 힘들어했다"면서 "고향인 충주에서 대회를 개최하다 보니 너무 편하다. 차로 15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청소를 하면서 다른 팀 경기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나름 축구 보는 눈이 생겼다. 감독님께 '어느 팀에 누구를 조심하라'와 같이 전력 분석을 해서 전달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청소 자원봉사와 함께 충주아주FC의 전력 분석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박 씨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사실 10세 이하 팀 감독님이 내 남편이다"라며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했다. 아빠가 감독이고 아이들이 선수이며 엄마는 자원 봉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있다. 대회가 펼쳐진 바로 이날은 박 씨의 결혼 11주년 기념일이었다. 박혜민 씨는 "오늘(5일)이 남편과의 결혼 11주년 기념일이다"라며 먼 산을 바라본 뒤 "같은 팀의 학부모님들 중 일부도 같이 청소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결혼기념일 소식은 알리지 않았다. 나를 너무 측은하게 볼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오늘 충주아주FC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것이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씨의 표정은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그는 "결혼 이래 항상 이맘때 유소년 대회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익숙하다. 여기 와서 즐기는 게 너무 좋다"면서도 "남편이 먼저 청소 자원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살펴 보니 우리 결혼기념일이더라. 남편이 대회가 끝나고 나중에 여행을 가자는 말은 없더라. 오히려 오늘 시합을 위해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스포츠니어스. 충주아주FC의 팀 사진.

비록 박 씨는 결혼기념일에 청소 자원봉사를 하며 대회 운영을 돕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에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충주아주FC의 10세 이하 팀 감독이자 남편과도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박혜민 씨가 "오늘은 정말 뜻깊은 날이다"라고 남편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남편은 "그렇다. 고향인 충주에서 대회하는 날이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떤 뒤 "물론 우리 결혼 기념일이기도 하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후 이 둘은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 나오며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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