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전혀 다른 쌍둥이’ 권동욱-권도욱 군의 ‘찐형제 케미’

ⓒ스포츠니어스. 동생인 권도욱(좌) 군과 형 권동욱(우) 군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 충주=김귀혁 기자] 쌍둥이 형제지만 포지션은 전혀 달랐다.

5일 충주유소년축구장에서는 ‘2022 충주CUP 전국유소년클럽축구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최 및 주관하고 충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하여 운영한다. 총 네 개의 인조 잔디 구장으로 조성된 경기장에서 8세 이하부터 시작해서 9세, 10세, 11세, 12세 대회로 나누어 미래 축구 꿈나무들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이날 오후 두 시부터 A구장에서는 다락원FC와 충주아주FC의 12세 이하 팀 경기가 펼쳐졌다. 가장 높은 학년답게 두 팀 선수들은 몸싸움을 마다 하지 않으며 서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그런데 다락원FC에서 눈에 띄는 두 선수가 있었다. 보통의 선수들보다 키가 한 뼘 이상은 차이가 날 정도로 장신의 모습이었다. 이름도 비슷했다. 8번을 달고 있는 권도욱 군과 9번 배번의 권동욱 군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듯 이들은 쌍둥이 형제였다.

축구계에서 쌍둥이 선수들은 흔하다. 독일 국가대표에서도 활약했던 라스 벤더(형)와 스벤 벤더(동생)를 시작으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파비우 다 실바(형)와 하파엘 다 실바(동생) 등이 있다. 국내로 한정해도 용인대학교의 박한결(형)과 박성결(동생, 현 전남드래곤즈) 형제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포지션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벤더 형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활약했고 파비우와 하파엘 형제 또한 측면 수비가 주 포지션이다. 박한결과 박성결은 서로 단신에 빠른 스피드를 활용하는 공격수다.

같은 쌍둥이지만 권동욱 군과 권도욱 군은 달랐다. 권동욱 군은 상대 수비를 뚫어내야 하는 최전방 공격수인 반면 권도욱 군은 수비수로서 최후방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174cm에 달하는 신장뿐이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경기장 안에서의 호흡은 쌍둥이 다웠다. 권도욱 군이 긴 다리로 상대 공격을 끊어낸 뒤 최전방에 있는 권동욱 군을 바라봤다. 권동욱 군은 권도욱 군의 공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와서 연계를 해준 뒤 돌아서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장에서는 서로를 가장 멀리 바라보고 있음에도 호흡만큼은 남달랐다.

하지만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이들 사이에 경기장 안에서의 호흡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조금은 경직된 모습 속에서도 서로 ‘디스전’을 펼쳤다. 먼저 30분 늦게 태어난 권도욱 군은 “주변에서는 형이라고 안 부르냐고 하는데 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게 편하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권동욱 군도 이에 공감했다. 이후 권도욱 군은 “평소에 서로 체력 훈련을 자주 한다. 그런데 확실히 지구력이나 체력은 내가 낫다”라며 본격적인 디스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에 권도욱 군은 “물론 체력은 인정한다. 그런데 순간 속도는 내가 더 낫다”라며 맞대응한 뒤 “공격수인데 왜 수비 전환을 빠르게 안 하냐고 경기 중에 뭐라 하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권동욱 군도 “수비에서 왜 이렇게 못 막냐고 말한 적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포지션이 다르자 서로에 대한 불만이 나름 많아 보였다. 이 둘은 축구 시작 처음부터 각자의 포지션에 정착하고 같은 팀에서 6년 동안 호흡을 맞췄다.

권동욱 군은 “처음에는 취미로 축구를 접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서 “같은 쌍둥이인데 포지션이 달라서 농담도 많이 듣는다. 아버지께서는 농담 삼아 ‘(권)도욱이가 공격으로 뛰면 더 잘 하겠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에 권도욱 군 역시 “실제로도 내가 공격에 있으면 더 잘할 것 같다. 너무 마무리를 못해서 뒤에서 답답할 때도 있다”라며 다시 한번 형인 권동욱 군을 ‘디스’했다.

이에 대해 권동욱 군은 “할 말이 없다. 내가 마무리를 잘 못 한다”면서 “나는 (권)도욱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한다. 너무 남 탓만 하다 보면 팀 분위기가 처지지 않나”라며 한 발 물러섬과 동시에 대인배의 면모를 과시했다. 역시 형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권도욱 군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자꾸 수비에 집중하라고 하지 않느냐”라며 장난스러운 고자질했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이들도 내년부터는 잠시 갈라서게 된다. 서로 다른 중학교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전혀 없어 보였다. 동생인 권도욱 군이 “다른 선수와 호흡을 맞춰서 좋다”라고 말했고 형인 권동욱 군 역시 “다른 공격수와 합을 맞출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찐형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권순길 감독 역시 “쌍둥이라 운동장 안에서는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많다”면서도 “밖에서는 서로 자존심 싸움도 하면서 티격태격한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요청할 때도 이 형제는 서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진 셔터를 누르기 전에도 서로 부동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포즈를 요청하자 이 둘은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전형적인 사춘기 형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완료한 이후 동생인 권도욱 군은 “왜 꼬집느냐”라며 형인 권동욱 군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내내 서로 티격태격했지만 이 둘은 영락없는 형제였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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