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가 창단 이래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정혁이 소감을 전했다.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결승 2차전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홈팀 전북이 바로우의 한 골과 조규성의 두 골에 힘입어 박동진의 만회골에 그친 FC서울을 3-1로 꺾었다.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2차전에서 승리한 전북은 FA컵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러면서 K리그1 4위를 차지한 인천도 ACL 막차를 탔다. ACL 진출을 확정지은 인천은 ACL 2차예선 중 홍콩 리그 2위 팀과 베트남 FA컵 우승팀 간의 경기에서 이긴 팀과 오는 8월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단판승부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FA컵 결승에서 FC서울이 우승을 차지하면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ACL에 진출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K리그1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전북현대가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마지막 남은 ACL 티켓은 극적으로 인천의 손에 들어갔다. 인천 팬들은 경기 내내 팬 커뮤니티를 통해 전북현대를 응원하는 등 독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올 시즌 인천은 정규리그에서 13승 15무 10패 승점 54점으로 2005년 K리그 준우승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03년 창단 이후 최초의 ACL 진출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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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를 가장 유심히 지켜본 이는 바로 정혁이었다. 2009년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혁은 인천에서만 네 시즌을 뛴 뒤 전북현대로 이적했다. 2013년 전북현대로 이적한 정혁은 지난 시즌까지 전북현대에서 활약했다. 안산경찰청 복무 시절과 지난 2020년 경남FC 임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정혁은 지난 시즌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인천에 복귀한 뒤 14경기에 출장했고 올 시즌에는 네 경기에 나서며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포항스틸러스와의 인천유나이티드 홈 경기 최종전에서 은퇴식을 치른 정혁은 이날 전북현대와 FC서울의 FA컵 결승 2차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도 전북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날 전북이 우승을 차지하며 전북과 함께 인천이 구단 역사상 최초의 ACL 진출을 확정지었다. 비록 현역 은퇴로 정혁이 인천 유니폼을 입은 채 ACL에 나서는 일은 현실이 되지 못했지만 정혁은 선수 생활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 한 팀, 그리고 전성기를 함께한 팀이 나란히 ACL에 진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전북현대와 FC서울의 FA컵 결승 2차전 이후 <스포츠니어스>를 통해 정혁은 “오늘 하루가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날이었다”면서 “인천에서 은퇴식을 열어주셨는데 전북에서도 오늘 또 은퇴식을 해주셨다. 두 팀 모두에서 100경기 이상 뛴 선수라는 것도 영광인데 이렇게 두 구단에서 은퇴식을 치러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특히나 오늘 전북현대는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인천은 사상 최초의 ACL 출전을 확정지었다. 두 팀 모두 결과가 너무 좋아서 웃으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기분 좋게 그라운드를 떠나려 한다”고 전했다.

전북과 인천은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3위 안에 들어야 ACL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인천은 지난 16일 홈 최종전에서 포항과 1-1로 비겼다. 이날 정혁은 후반 교체 출장하며 은퇴식과 함께 홈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인천의 마지막 라운드 상대는 하필이면 전북이었다. 이날 전북은 인천을 상대로 2-1로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나 이 경기에서 전북현대 조규성은 인천을 상대로 두 골을 몰아치며 극적으로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다. 인천의 도움(?)을 받은 조규성은 FA컵 결승 1차전에서 한 골, 2차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전북의 우승과 함께 정규리그 4위 인천의 ACL 진출까지 만들어 냈다.

전북과 인천에서 활약한 정혁으로서는 누구보다도 감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정혁은 “선수들이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 전북전 때 바로우에게 ‘웨이크 업(정신차려), FA컵 해야지’라고 했다”면서 “내가 이번에 전주성에 가서 은퇴식을 한 번 더 한다고 하니까 인천 동료들이 ‘가서 한 번 더 부탁을 좀 해달라. 특히 바로우에게 꼭 웨이크 업하라는 말을 해달라’고 하더라. (김)준엽이와 (이)명주는 물론이고 (오)반석이와 델브리지도 ‘전북에 가서 중간 역할을 잘 좀 하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전주성에 가서 경기 전에 (최)보경이와 (백)승호, (이)승기한테 ‘형 가기 전에 선물 하나 해줘. 이겨야 돼’라고 응원을 보냈다”고 웃었다.

정혁의 응원이 닿았을까. 전북은 이날 FC서울을 상대로 승리하며 전북과 인천 모두 웃을 수 있게 됐다. 전북은 FA컵 우승컵을 손에 넣었고 인천은 ACL 티켓을 따냈다. 정혁은 “인천이 내년에는 창단 20주년을 맞이하는데 그래도 인천이 ACL에 나가는 상황을 확정짓고 은퇴하게 돼 너무 좋았다”면서 “사실 내년에 ACL에 나도 인천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전북 소속으로는 ACL에 나가봤지만 인천 엠블럼을 달고는 ACL에 나가보지 못하고 은퇴한 게 아쉽다. 하지만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고심 끝에 은퇴하게 됐다. 다른 팀에 가서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었지만 인천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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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혁은 “최근까지도 연습경기를 하면 12km씩 뛰어서 몸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에서 뛰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또 이적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쉬움도 있지만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인천 구단에서 나를 생각해 준 마음도 잘 안다. 나를 많이 챙겨주시려고 했다. 인천에서 올 시즌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성적이 좋아서 다행이다. 더군다나 내가 2009년 K리그 데뷔 시즌 플레이오프 성남과의 승부차기에 나서서 실축하고 졌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 미안함이 여전히 있었는데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인천이 ACL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은퇴하게 돼 그 미안함은 덜었다”고 덧붙였다.

정혁은 전북에서 숱한 우승을 일궈냈다. 2014년과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FA컵에서도 2020년 우승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혁은 “전북에서 우승을 할 때마다 너무 행복하면서도 인천이 항상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인천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지난 해 인천으로 복귀한 건 어려운 상황의 인천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선수 생활 1,2년을 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천에서 마무리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 지금 인천 송도에 살고 있는데 내년에 인천이 ACL에 나가면 경기장을 찾아 후배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두 팀에서 사랑은 받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정혁은 전북과 인천에서 선수 생활 내내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혁은 “두 팀에서 은퇴식을 하는 일이 흔치 않은데 선수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라면서 “은퇴를 하게 됐는데 이제는 뭘 해야할지 뭐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행정도 해보고 싶고 지도자 공부도 하고 싶다. 아나운서인 아내가 ‘축구 해설을 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하기도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할 생각이다. 고민은 깊지만 일단 오늘은 전북이 FA컵 우승을 했고 인천은 ACL 진출을 확정지어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생각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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