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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전주=조성룡 기자] 우승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투혼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FA컵 결승 2차전을 앞둔 FC서울의 마음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경기 당일은 故김남춘의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금까지 故김남춘을 추모하는 두 번의 경기는 모두 인천유나이티드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FC서울은 모두 패했다. 한 번은 0-1, 또 한 번은 0-2였다. 그런데 이번 상대는 K리그1의 강호 전북현대였다. 게다가 FA컵 결승전이었다.

故김남춘의 기일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하다. 그런데 경기 전날 서울에는 또다른 비보가 전해졌다.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세월호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누군가의 친구와 누군가의 아들, 딸이 꽃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경기 전 취재진을 마주한 FC서울 안익수 감독은 경기에 대한 질문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지만 '이태원 압사 참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무엇보다 슬픈 일을 접했다. 우리 FC서울의 연고지에서 일어난 일이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FC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두 골을 먼저 내주고 끌려갔다. 얼핏 보면 무기력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달라졌다. '미친개'를 연상시키는 박동진의 투지와 만회골이 서울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1-2 상황에서 서울의 간절함은 폭발했다. 물론 서울은 후반 막판 조규성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뒤집어보려는 서울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K리그1을 9위로 마치며 아쉬움을 삼켰던 FC서울은 FA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2016시즌 준우승 이후 최고 성적이다. 한 시즌 동안 '익수볼'이 다사다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 시즌 FA컵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소기의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양한빈 골키퍼는 아예 엉엉 울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무엇보다 故김남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양한빈이 눈물을 흘렸다"라면서 "경기 후 팬들이 故김남춘의 유니폼을 던져주기도 했다. 양한빈이 울기 시작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눈물이 전염됐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그가 그리울 수 밖에 없다.

故김남춘의 2주기에 이태원 압사 참사까지 겹치며 많은 서울 팬들은 상심했을 것이다. 서울이 이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방법은 축구 뿐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아쉽게도 우승컵을 봄 바람에 실어 이태원에 보내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의 도전과 투지는 서울로 날아가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서울 서포터스는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가를 불렀다. '모두와 싸웠던 그 겨울/끝까지 함께했던 우리/이제 물러서지마/서울의 봄을 향하여'라는 가사가 담긴 '서울의 봄'이다. FC서울의 10월 말은 유독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믿을 것이다. 끝까지 함께 한다면 서울의 봄은 올 것이라고. 상암에도 이태원에도. 그리고 故김남춘이 지켜보고 있을 하늘에도. 삼가 이태원 압사 참사의 희생자들과 故김남춘 선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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