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고명석 “하도 욕해서 지인들이 ‘사이코’ 같다고”

[스포츠니어스 | 수원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수원삼성 고명석은 올 시즌 본의 아니게 욕으로 화제가 됐다.

29일 수원삼성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전반 16분 안병준의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후반 10분 상대 아코스티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 후반 14분 오현규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수원은 1, 2차전 합계 스코어 2-1로 K리그1 생존에 성공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고명석은 이날 선발 출전해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를 펼쳤다. 상대가 조나탄과 아코스티를 활용해 뒷 공간을 노렸으나 고명석이 빠른 판단과 속도로 막아냈다. 경기 내내 안정감 있게 수비를 지휘했다. 고명석은 이토록 든든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소감을 묻자 금새 표정이 풀린 뒤 “하 너무 긴장됐다”면서 “쉽게 가고 싶었지만 경기하다 보니 확실히 단판 승부라 너무 힘들었다. 팬들의 응원 소리가 경기장에서 계속 들렸는데 플레이하면서 힘들 때마다 그 목소리를 듣고 힘을 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수원은 1차전에서 안양의 수비 전술에 고전했다. 한 발 먼저 들어오는 안양의 거친 저항에 수원이 말리는 흐름이었다. 특히 상대를 수비해야 하는 고명석 입장에서도 1차전을 치른 뒤 많은 감정을 느낄 법했다. 고명석은 “2차전에서는 상대를 거칠게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면서 “요즘 심판 선생님들이 관대하게 보는 경우가 많아서 1차전에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2차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넘어지지 말고 공을 더 소유한다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경기 전 마음 가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1차전 끝나고도 선수들과 넘어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면서 “1차전에서는 넘어진 뒤에 심판을 보는 장면이 많았다. 반칙을 해서 이긴다기보다 정정당하게 부딪혀서 우리도 강하게 나간다면 1차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고명석의 이야기대로 이날 수원은 1차전처럼 안양의 강한 압박에 대등하게 맞서 싸우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고명석은 한 시즌을 돌아봤다. 2021년 중반에 전역하며 팀에 돌아왔으나 박건하 감독 시절에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병근 감독 부임 이후 이전과는 한층 달라진 모습으로 수원의 수비를 이끌었다. 고명석은 “2019년도에도 조금 뛴 편이기는 했지만 올해는 초반에 못 나가다가 5월부터 많은 경기에 나섰다”면서 “예전과는 많이 발전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경기 흐름도 많이 느끼고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계속 생각을 읽으면서 팀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고명석은 이병근 감독의 믿음 아래 올 시즌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고명석은 “처음에는 감독님이 나에 대한 애착을 표현으로 보여주셨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많이 믿으시는지 말씀을 잘 안 하신다. ‘네가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라는 식으로만 말씀해주신다”라고 전했다. 이후 표현이 줄어서 서운하지 않냐는 질문에 고명석은 “그런 건 없다. 그만큼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믿음을 주시는 것 아닌가”라며 “코칭스태프 역시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내가 노력하고 헌신하는 것을 선수들과 팬분들도 알아주시니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밝혔다.

그 발전 중 하나가 바로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득점이다. 올 시즌 고명석은 이기제의 크로스와 함께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해주며 수원의 위협적인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내심 기대감을 가졌을 법했다. 고명석도 “많이 기대했다. 그런데 안양 선수들이 이를 알고 나뿐만 아니라 불투이스와 같은 선수들을 가운데에서 밀집해서 잡더라”라며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에 좀 더 개선해서 고쳐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고명석은 한층 발전된 기량과 함께 ‘욕’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28라운드 성남FC와의 경기에서 득점 이후 그동안의 한을 풀어내듯 하늘을 보며 크게 ‘식빵’을 세 번 외치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안양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전반 9분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상대와 경합 과정 중 밟히며 넘어졌다. 그때 상대 조나탄이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자 고명석은 “뭘 봐. XX놈아 밟았잖아”라고 외쳤다. 그런데 하필 중계로 송출되는 마이크 근처에서 일어난 상황이라 고명석의 음성은 생중계됐다.

본의 아니게 ‘욕쟁이’가 된 것 같다는 물음에 고명석은 “이 이야기가 팬들에게도 많이 나오더라. 그때는 누워 있는 상황에서 밟혀서 누가 밟은지도 몰랐다”면서 “그래서 심판을 보면서 ‘밟았잖아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상대 조나탄이 일어나라고 하면서 영어로 조금 심한 욕을 하더라. 거기에서 순간 욱 해서 나도 욕을 쓰기는 했다. 그때 하필 음성이 녹화가 되고 있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하다 보면 비일비재하다. 경기 끝나고 조나탄과 화해도 했다”면서 “오늘도 아코스티와 전반전에 싸웠는데 하프 타임에 라커 들어가면서 서로 사과했다. 경기장에서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서는 상대방도 알고 우리도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고명석은 “사실 평소에는 욕을 많이 안 한다. 그때 득점하고 욕한 것도 쌓인 게 많아서 그랬고 이번에는 상대방이 심기를 건드리다 보니 욕이 나왔다. 지인들은 ‘사이코’ 같다면서 욕을 왜 이렇게 맨날 하냐고 하더라”라고 해명했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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