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게 영광” 노브레인 노래로 가득한 K리그 보는 이성우의 마음

[스포츠니어스 | 수원=조성룡 기자] 알고보면 K리그는 ‘노브레인 리그’다.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2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브레인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경기장에 가도 노브레인의 노래가 육성으로 울려 퍼진다.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안양 서포터스가 부르는 ‘안양폭도맹진가’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 곡은 노브레인 ‘청년폭도맹진가’가 원곡이다.

안양의 경우 펑크와 제법 깊은 인연이 있다. 안양종합운동장의 애칭인 ‘아워네이션’은 사실 음악 앨범 이름이다. 홍대 앞에 있던 펑크 록 클럽인 ‘드럭’에서 활동하던 밴드들이 모여서 만든 앨범이 ‘아워네이션’이다. 1996년 10월 발매된 아워네이션 1집은 대한민국 최초의 인디 음반 중 하나로 꼽힌다. 이게 경기장의 애칭이 됐다.

안양 뿐만이 아니다. 지난 2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FC안양과 수원삼성의 경기는 노브레인으로 가득했다. 노브레인 드러머 황현성이 작곡한 ‘Here is glory’는 K리그의 앤썸이다. 노브레인 멤버가 작곡한 곡으로 선수들이 입장하고 원정팀 수원삼성 팬들은 ‘Little baby’를 원곡으로 해 노브레인이 구단 클럽송으로 헌정한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불렀다. 경기 후 안양 팬들은 목청껏 ‘안양폭도맹진가’를 선수들 앞에서 외쳤다.

게다가 또다른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인 대전하나시티즌과 김천상무의 경기에서도 노브레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대전 또한 ‘청년폭도맹진가’를 개사한 ‘대전폭도맹진가’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양과 대전 사이에 같은 곡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양 서포터스 A.S.U. RED 관계자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청년폭도맹진가’는 대전보다 안양이 먼저 부른 노래다. 이건 대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라고 웃으며 말했고 대전 서포터스 대전러버스 관계자는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한 적 없다. 이 노래는 안양이 먼저 쓴 게 맞다”면서 “원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더 멋있게 부르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맞받아쳤다.

승강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K리그로 확장하면 노브레인의 곡은 더 많아진다. 대표적인 응원가가 ‘별이 되어’다. 동명의 노브레인 곡을 경남FC와 울산현대 팬들이 응원가로 부르고 있다. 특히 울산 구단은 K리그1 우승 이후 지면 광고에 대문짝만한 크기로 “내가 너의 별이 되어 언제나 그대 곁을 지켜주리라”는 가사를 실었다.

그렇다면 노브레인은 K리그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는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말 영광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눈물이 날 정도다”라면서 “각 팀의 서포터스가 우리 노래를 그렇게 입을 모아 부르는 걸 지켜보면 감동을 받고 눈물 흘릴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우는 “수원삼성의 ‘나의 사랑 나의 수원’ 같은 경우는 헌정곡이고 잘 알고 있다. 안양이 청년폭도맹진가를 부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양 서포터스 관계자는 “우리는 노브레인과 딱히 인연이 없다. 하지만 청년폭도맹진가를 부른 이후 노브레인에 ‘안양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전한 적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성우는 무엇보다 ‘별이 되어’가 응원가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남과 울산이 ‘별이 되어’를 부른다. 울산은 지면 광고로 ‘별이 되어’의 가사를 썼다”라고 전하자 이성우는 깜짝 놀라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다. ‘별이 되어’까지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팬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K리그는 왜 이렇게 노브레인의 곡을 응원가로 차용할까? 이성우는 “아무래도 가사의 의미가 잘 맞고 멜로디는 모두가 따라부르기 쉽게 간단하기 때문 아닐까”라면서 “우리 노래가 단순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사 또한 K리그 팬들에게는 친숙해서 그럴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쁠 수는 없다. 잘 알려진 대로 노브레인은 수원삼성 팬이다. 하필 수원삼성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1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우는 “아무래도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라면서 “이런 시련을 통해 수원이라는 팀이 더욱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에도 K리그에서는 노브레인의 노래가 팬들의 입에서 불릴 예정이다. 이성우는 마지막으로 “요즘 경기장을 자주 가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라면서도 “뭐 있겠는가. 팬들이 우리 노래로 즐겁게 서포팅을 하고 정말 K리그에서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다. 축구는 K리그고 K리그는 역시 서포팅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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