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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더케이호텔서울=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델브리지와 포항스틸러스 그랜트가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24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서울에서는 2022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 시즌 K리그1과 K리그2의 최고 선수를 뽑은 성대한 잔치였다. 이 시상식을 통해 K리그1과 K리그2 베스트11과 MVP, 감독상과 영플레이어상 수상자가 가려졌다. K리그1은 울산현대가 우승을 차지했고 K리그2에서는 광주FC가 우승과 승격의 영예를 안았다. 김천상무-대전하나시티즌, 수원삼성-FC안양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이날 K리그1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는 두 명의 호주 선수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인천유나이티드의 델브리지와 포항스틸러스의 그랜트였다. 이 둘은 시상식을 앞두고 진행된 자유 인터뷰에서 각 구단마다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둘이 나란히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인싸’ 그랜트가 ‘아싸’ 델브리지가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테이블로 와 자리를 잡고 수다 삼매경이 이어졌다. 주로 그랜트가 이야기를 했고 델브리지는 웃으며 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1992년 델브리지는 지난 시즌 인천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주전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그는 인천에서 2년 동안 67경기에 출장하며 든든하게 인천 수비를 이끌고 있다. 1994년생인 그랜트도 지난 시즌 포항에 입성해 두 시즌째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해 16경기에 출장한 그랜트는 올 시즌에는 27경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두 시즌 동안 중앙 수비수로 나서며 43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능력도 과시하고 있다.

이 둘은 같은 호주 국적 선수지만 K리그에 오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랜트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잘 모르는 사이였다”면서 “호주에서는 경쟁 상대로 만났던 적은 있는데 한국에서 서로 친해지면서 연락도 자주 한다. 한국에서 서로 비슷한 입장이고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어 서로 공감하는 것도 많다. 이렇게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즐겁다. 서로 의지하며 한국에서도 잘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은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호주 대표팀에서 중앙 수비수 한 명을 발탁하기 위해 델브리지와 그랜트를 놓고 고심했기 때문이다. 직접 호주 대표팀 수석코치가 한국에 체류하면서 둘의 경기를 지켜본 뒤 결국 델브리지를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델브리지는 30세의 나이에 뒤늦게 대표팀에 발탁돼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9월 뉴질랜드전에 출장했다. 델브리지는 2022 카타르월드컵 호주 대표팀 최종 엔트리 승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호주 대표팀에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랜트가 웃으면서 “나 말고 얘한테 물어보라”며 델브리지를 가리켰다. 델브리지는 웃으며 답했다. 그는 “평생을 꿈꿔왔던 일이다”라면서 “나에게나 가족들에게나 영광스러웠던 순간이다. 대표팀 발탁이 나와 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두 잘 알고 있다. 내가 평생 꿈꿔왔고 노력해온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많은 축하를 보냈고 같이 기뻐해줬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그랜트가 “나도 대표팀에 갔다면 이런 똑같은 소감을 말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델브리지는 “올 시즌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면서 “지금 우리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고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까지도 꿈꾸고 있다. 굉장히 큰 도약을 한 시즌이었다. 나와 팀 모두 성공을 이룬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랜트는 “나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델브리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얘네는 아직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됐다는 것이다”라며 장난을 쳤다. K리그1 4위를 차지한 인천은 FA컵에서 전북현대가 우승을 차지하면 ACL에 나갈 수 있는 반면 K리그1 3위 포항은 ACL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 둘은 한국에서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랜트는 “나는 한국에 가족들이 와 있는 상황인데 델브리지는 아내가 가끔 한국과 호주를 왔다갔다 하고 아이가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서로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특히 포항에서 생활하는 건 쉽지 않은 면도 있다. 하지만 축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리를 위해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년에는 델브리지가 포항으로 가고 내가 인천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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