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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수원=명재영 기자] 빅버드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수원삼성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를 치렀다. 수원삼성은 전반 25분 이종성, 후반 4분 오현규, 후반 추가시간 안병준의 골에 힘입어 지역 라이벌 수원FC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 도중 빅버드 전광판에 반가운 얼굴이 비쳐졌다. 과거 수원삼성에서 뛰었던 마토와 싸빅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마토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빅버드를 누비면서 수원삼성의 리그 마지막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1년에도 복귀해 한 시즌을 더 뛰었다.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것으로 유명한 싸빅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수원삼성에서 세 시즌을 보내며 레알 수원 시절을 함께 했다. 선수 생활 은퇴 이후 마토와 싸빅은 각각 지도자와 에이전트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날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는 싸빅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한국말에 능숙한 싸빅이 통역을 자청하며 대화가 이어졌다. 마토는 "사실 한국에 자주 오는 편"이라면서 "올해 4월에도 빅버드에 와서 경기를 본 적이 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간간이 시간을 내 싸빅과 함께 한국에 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토는 현재 크로아티아 20세 이하 대표팀의 수석 코치를 맡고 있다. 선수 은퇴 이후 곧바로 조국 크로아티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마토는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지도자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지금 크로아티아 대표팀 같은 경우는 성인 대표팀으로 올라가기 직전의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지도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마토가 선수로서 빅버드를 누빌 당시와 지금의 수원삼성은 많이 다르다. 마토는 송종국, 김남일, 이관우, 안정환, 이운재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매년 리그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지금 수원삼성은 강등권에 있다. 시즌 막판에 이르러서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마주하고 있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의 심정 또한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마토는 "사실 지금 팀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면서 "지도자의 입장에서 오늘 경기를 지켜보면 썩 나쁘지는 않다. 찬스를 많이 만들었고 최소한 오늘은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라고 평가했다.

마토는 이어서 "축구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지금 우리 수원삼성이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강등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수원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저력과 역사가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마토에게 수원 더비는 다소 생소하다. 마토의 현역 시절에는 수원FC가 내셔널리그에서 수원시청의 이름으로 있었다. 마토가 복귀한 2011년 FA컵에서 맞대결한 적이 있지만 당시 명칭도 수원시청이었고 더비의 분위기가 크지 않았다. 마토는 이날 수원삼성의 상대인 수원FC를 알고 있느냐는 <스포츠니어스>의 질문에 "사실 모른다"고 대답했다. '수원 시티'라고 언급하자 비로소 "기억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래부터 지도자 코스를 밟은 마토는 이제 다음 단계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지도자 자격 중 가장 높은 단계로 평가받는 UEFA(유럽축구연맹) 프로 라이센스도 2년 전에 취득했다. 언젠가 빅버드에서 양복을 입고 팀을 지휘하는 모습을 상상해도 문제가 없다.

마토는 지도자로서 수원삼성에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마토는 "아까도 비슷하게 이야기했지만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축구"라면서 "반드시 빅버드에 돌아오고 싶다고는 표현할 수 없지만 모든 상황이 좋게 흘러가서 다시 인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수원삼성과 빅버드는 여전히 내 집이고 언제 와도 편안한 곳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빛났던 시절을 함께 했던 마토와 싸빅의 기운 덕분이었을까. 이날 수원삼성은 수원FC를 3-0으로 완파하면서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마토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선수 시절 보내주셨던 사랑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면서 "언제나 수원삼성을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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