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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수원=명재영 기자] 수원삼성이 이종성 덕분에 활짝 웃고 있다.

수원삼성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를 치렀다. 수원삼성은 전반 25분 이종성, 후반 4분 오현규, 후반 추가시간 안병준이 연속 골을 터트리면서 시즌 마지막 수원 더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수원삼성의 이번 경기 승리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지난 라운드 대구FC에 발목을 잡히면서 승강 플레이오프행이 유력해졌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희미한 가능성이지만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완승을 거뒀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가더라도 분위기를 좋게 가져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시즌 수원삼성의 키워드는 늪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흔들렸던 수원삼성이지만 이번 시즌은 차원이 달랐다. 다른 팀의 상황으로만 여겼던 강등권 싸움을 직접 겪고 있다. 이날 대승을 거뒀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염두해야 하는 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늪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종성의 존재다. 이종성은 지난해 성남FC로 임대를 떠나 수원과 멀어졌지만 이병근 감독 부임 이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복귀했다. 이 감독의 호출로 갑작스럽게 팀에 복귀했다.

수원의 유스 팀인 매탄고등학교를 졸업해 2011년 프로팀에 합류한 이종성은 사실 수원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 싸움을 했던 2015년까지는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져 뒤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이종성은 이 시기에 군 문제를 일찍 해결하고 2015년에는 대구FC 임대를 통해 활로를 찾고자 했다.

2016년 수원에 복귀한 이종성은 곧바로 주전 자리로 도약했지만 팀의 하위권 추락을 막지 못했다. 2020년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출전 기회가 적어졌다. 경기력에 대한 비난도 거세졌다. 많은 팬들이 이종성을 거칠고 투박하기만 한 선수라고 여겼다.

결국 이종성은 2021년 성남으로 임대를 떠나면서 수원 유니폼을 벗었다. 임대 이적이었지만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종성은 묵묵히 자기 역할에만 전념했고 미드필더 출신 김남일 감독 아래에서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았다.

노력한 자에게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말이 이종성에게 그대로 찾아왔다. 수원의 중원에 부상 선수가 계속 발생하면서 전력에 구멍이 생겼고 이병근 감독이 긴급 호출했다. 중원에서 투지력 넘치는 선수가 부족했다고 판단한 이 감독은 이종성을 즉시 주전으로 기용하면서 반전을 노렸다.

이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종성은 단 몇 경기 만에 팀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끝까지 맞서 싸우면서 노련함까지 생기면서 미드필더의 역할을 100% 수행했다. 또한 원래 장점이었던 번뜩이는 패스도 업그레이드되면서 공격진에 힘을 보탰다.

이런 이종성에게도 아쉬운 것은 있었다. 공격 포인트였다. 공격 포인트 자체가 목표인 포지션은 아니지만 선수로서 골은 언제나 욕심이 나는 법이다. 이종성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득점한 것은 2018년 9월 2일 대구FC전이다. 무려 4년이 넘었다.

중요한 더비 경기에서 이종성은 마침내 포효했다. 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FC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수원삼성은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잡으면서 3-0 완승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만난 이종성은 "직접 득점을 하고 승리를 거둬서 기분이 좋긴 하지만 팀의 상황 때문에 여전히 무거움이 크다"면서 "시즌이 끝난 뒤에 모두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기록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이종성의 득점은 희귀했다. 심지어 선수 본인도 기억하지 못했다. 4년 전에 수원 소속으로 마지막 골을 넣었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이종성은 "내가 그때 득점했었나"라고 오히려 되물으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최근 이병근 감독은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투쟁심과 헌신을 강조한다. 그때마다 언급되는 선수가 이종성이다. 이종성은 "감독님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라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면서 "지금 팀에서 맡은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난을 환호로 바꾼 이종성의 히든카드는 뭐였을까. 이종성은 "성남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특별히 무엇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루틴대로 시즌을 치렀을 뿐인데 코치진의 신뢰와 좋은 동료들이 축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다. 감독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 같이 한 사이라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성은 이어 "프로 선수로서 평가는 그라운드에서 받는 것"이라면서 "당연히 선수가 보여주는 경기력에 따라 칭찬과 비난을 모두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축구 선수의 삶은 이런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핵심이자 고참이 된 이종성의 목표는 단연 팀의 생존이다. 이종성은 "말보다는 행동과 경기력으로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면서 "절대 강등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결과로 만들어내겠다. 그 어떤 비난과 비판도 경기장에만 찾아와 주신다면 감내하고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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