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야마 부회장(왼쪽)과 조남국 감독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고성=김현회 기자] 인천 중구와 일본 나리타시의 특별한 인연을 아는가.

8일 고성종합운동장과 고성종합운동장보조경기장, 거진공설운동장, 현내공설운동장 등 네 개 경기장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고성군체육회와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관하는 고성금강통일배 전국유소년클럽 축구대회가 개막했다. 고성군과 고성군의회, 고성군체육회, ㈜피파스포츠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사흘 간 열전에 도입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팀 중에는 2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도 있었다. 바로 인천 중구FC다. 이 팀은 2003년부터 시작해 20년째 유소년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 더군다나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조남국 감독은 20년 동안 무보수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조남국 감독은 “우리는 인천 중국에 소재를 두고 월미도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두 번씩 축구를 하고 있는 클럽팀이다”라면서 “7세부터 12세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조남국 감독은 “집안이 가난해서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면서 “이후 한식 요리사로 오래 일하면서 인천시중구축구협회 사무국장을 16년 동안 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 일한 축구협회 사무국장일 거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식 요리사가 원래 직업이었는데 다리를 많이 다쳐서 이제는 그것도 못 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 사진기를 들고 전국에 있는 운동장도 돌아다닌다. 유소년 축구단 운영은 대부분이 사비로 해오고 있다”고 웃었다.

조남국 감독은 “우리는 소외계층 아이들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많이 가르치고 있다”면서 “돈을 받고 운동을 시켜본 적이 없다. 이번 대회도 지인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나오게 됐다. 20년 동안 이렇게 대회 때는 후원을 받고 평소에는 내 주머니를 털었다. 서울이랜드에 있는 김민규도 어린 시절 여기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경주한수원에 있는 김재민도 여기 출신이다. K3리그 시흥시민축구단의 임동현도 여기에서 축구를 배웠다. 이렇게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어느덧 20년이 흘렀다”고 덧붙였다.

중구FC는 월미도에 위치한 월미구장에서 주말 이틀 동안만 운동을 한다. 이 운동장 사용료는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낸다. 조남국 감독은 “운동장을 빌리는 게 가장 힘들고 중구청에서 약간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이걸로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라면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웃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주말에 운동장에 나와 개인기 위주로 경기하지 말고 그냥 마음껏 뛰어 놀아 달라고 한다. 일주일에 2회 운동인데 안 나오는 애들은 한 달에 한 번도 나오고 그런다. 강제성이 없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조남국 감독은 “우리 아이들은 다들 자유로운 영혼이다”라면서 “자기들이 놀러 다니다가 시간이 나면 축구를 하러 온다. 우리 팀에서 운동을 하다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축구부에 진학한 아이들은 자기들 축구화에다가 사인을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더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나는 그냥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 아이들이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축구선수로 대성하길 바라는 마음은 가진 적이 없다. 순수한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걸로도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남국 감독 곁에는 한 노인이 묵묵히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 나리타시축구협회 다카야마 부회장이었다. 다카야마 부회장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인천에서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렸다”면서 “거기에 갔다가 조남국 감독과 함께 이곳 강원도에 오게 됐다. 조남국 감독과 25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내년에는 나리타시 유소년 선수들을 이 대회에 데리고 오고 싶어 이번 대회가 열릴 때 나를 강원도에 데려와 달라고 했다. 한일 관계를 맺는데 가장 바른 건 문학과 스포츠 교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둘은 25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조남국 감독이 인천중구축구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1998년부터 이 둘의 관계가 시작됐다. 당시 나리타시축구협회는 인천중구축구협회가 베트남과 교류를 시작한 상황에서 연을 맺었다. 인천 중구와 베트남, 일본 나리타시가 손을 잡고 생활 축구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왕래가 성인 축구에서 유소년 축구로 이어졌다. 다카야마 부회장은 능숙한 한국어로 “양 쪽 유소년 선수들이 상대 국가를 방문하면 홈스테이를 하면서 문화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다카야마 부회장은 이 사진을 휴대폰에 간직하고 있다. ⓒ다카야마 부회장 제공

그러면서 그는 “처음 우리와 축구로 연을 맺은 이들이 어느덧 25세, 30세가 돼 가족과 함께 와서 인사를 하는 경우도 생겼다”면서 “훌륭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많다. 이제는 우리 모두 한 가족이다. 여기 있는 조남국 감독과도 25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서로 깊은 우정을 쌓아 이제는 가족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조남국 감독도 “내가 이 분을 큰형님이라고 부른다. 우리 큰 형님은 올해 77세고 나는 58세다. 젊을 때 만나서 이렇게 늙었다. 한국에 오시면 같이 소주도 한잔 하고 그런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다카야마 부회장은 휴대폰을 뒤져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조남국 감독이 한국과 일본의 우정이 영원하길 의미하는 티셔츠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면서 “그때 양 국 감정이 좋지 않을 때였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 방문할 때 모든 유소년 선수들이 그 티셔츠를 입고 인천에 입국했다. 우리의 25년 우정처럼 양국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꼭 우리 유소년 선수들을 데리고 이곳 강원도 고성에 방문하고 싶다. 멋진 대회를 직접 보고 나리타시에 적극적으로 추천할 생각이다”라고 웃었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