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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천안시 축구단의 프로화는 얼마나 진행됐을까.

천안시 축구단은 2007년 천안시청축구단으로 창단해 2008년부터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뛰었다. 2020년 K3·K4리그 출범과 함께 천안시축구단으로 팀명을 바꿔 3부리그 격인 K3리그에 참가해왔다. 천안시축구단은 2019년 천안시의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유치 확정과 함께 프로화를 착실히 준비해 왔고 지난 6월 프로축구연맹에 방문해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충남 천안을 연고로 하면서 천안종합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천안시 축구단이 2023 K리그2에 참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로축구연맹은 서류 심사 및 현지 실사 등을 거쳐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천안시 축구단의 내년 시즌 K리그 2 참가에 대한 최종승인을 내렸다. 천안시 축구단은 이미 천안축구센터 내에 클럽하우스를 마련했고 박준혁과 제종현, 강지용, 김평래, 조재철, 윤용호 등 K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줄리아노와 호도우프, 모따 등의 외국인 선수까지 이미 K3리그에서 활용 중이다. 사무국 직원도 연맹의 규정에 맞게 채웠다. 사실상 이미 프로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영 감독이 떠난 현재 조성용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다.

4일 <스포츠니어스>와 천안축구센터에서 만난 안병모 천안시 축구단 단장은 “내가 올 2월에 단장으로 부임했다. ‘게으른 석양이 바쁘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프로화를 위해 준비했고 모든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프런트 영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K리그 다른 구단에서 모셔올 직원들이 꽤 있는데 아직은 K리그 시즌이 마무리 되지 않아 우리 팀에 합류를 못 하고 있다. K리그 시즌이 다 끝나면 우리 프런트에 대한 윤곽도 잡힐 것이다. 일단 시에서 잡힌 예산은 연간 60억 원이다. 여기에 내가 발품을 팔아 스폰서를 더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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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모 단장은 2006년부터 2016년 1월까지 부산아이파크에서 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만으로 44세에 국내 프로축구 역사상 최연소 단장으로 부임해 일해 왔다. 올 2월 공모를 통해 천안시 축구단 단장으로 왔다. 안병모 단장은 “직함은 단장이지만 나는 직함을 총괄 프로듀서로 바꾸고 싶다”면서 “한 시즌에 36경기를 하면 36부작짜리 대하드라마를 만드는 셈이다. 시나리오 작가만 없을 뿐 한 편 한 편 감동을 줘야 한다. 나는 총괄 프로듀서 역학을 하고 감독이 피디가 되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프로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안시 축구단은 유경렬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 현재 유경렬 감독은 전북현대 B팀을 맡고 있어 시즌이 끝나면 천안시 축구단에 합류할 계획이다. 올 시즌 성적 부진과 외도 등으로 논란이 있었던 김태영 감독과 결별한 천안시 축구단은 한시적으로 조성용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성용 감독대행은 애초 유소년 육성 총괄 업무를 위해 팀에 합류했다가 감독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천안시 축구단은 조성용 감독대행 부임 이후 5승 2무 1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반전에 성공했다. 최하위권을 맴돌던 천안시 축구단은 어느덧 8승 12무 8패 승점 36점으로 10위까지 올라섰다.

안병모 단장은 “조성용 감독대행은 선문대 시절에도 능력을 보여준 지도자다”라면서 “이후 박진섭 감독과 함께 하면서 광주FC, FC서울 코치로도 있었다. 조성용 감독대행이 위기에 빠진 팀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 감독대행을 맡은 뒤에 선수들과 미팅을 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프로화가 된 팀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하더라. 계약상 김태영 감독이 그만둘 때 다른 코치들도 다 자동으로 계약 해지 조항이 있었는데 조성용 감독대행이 ‘코치들은 다 데리고 가자. 다만 말과 행동, 생각이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코치가 있다면 바로 내보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말을 믿고 기다려줬더니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경렬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 조성용 감독대행은 원래 임무인 유소년 육성 총괄 업무로 돌아갈 예정이다. 유경렬 감독과 조성용 감독대행은 박진섭 감독을 보좌하며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천안시 축구단에서도 큰 마찰 없이 ‘원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병모 단장은 “우리나라에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감독만 193명이 있다”면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 193명의 명단을 보고 한 명 한 명 따져봤다. 며칠 동안 이것만 들여다 봤다. 이 중에 걸러내고 걸러내서 후보 명단을 추렸고 두 명의 후보를 박상돈 천안시장님께 전달했다. 시장님께서 새로 부임할 감독의 경력과 철학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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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안병모 단장은 “유경렬 감독이 천안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유경렬 감독의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천안의 축구계 인사들이 유경렬 감독에 대해 아주 높이 평가하더라”면서 “4년 동안 천안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면서 코뼈가 두 번 내려 앉았다고 하더라. 선수 생활 말년에 그렇게 앞장서서 몸을 던지는 플레이를 펼쳐서 천안 내에서는 평가가 아주 좋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성용 감독대행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원래 업무였던 18세 이하 감독 겸 유소년 총괄 디렉터 업무로 돌아간다. 유소년 육성에 대한 전권을 줄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유소년 선수들을 활용해 전술을 구사해 보는 게 지도자 경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병모 단장은 천안시 축구단을 지역 통합의 매개체로 만들 예정이다. 안병모 단장은 “천안시가 접근성이 좋은 동네다. 교통의 요지에 있다”라면서 “대학교도 많아 젊은 친구들이 많은 동네인데 이 젊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축구라면 충분히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시장님께서도 축구를 통해 이런 걸 만들고 싶어 하신다. 물론 그러려면 성적이 당연히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매번 내용만 좋고 결과가 안 나오면 팬들이 안 온다. 승률이 50%는 되어야 한다. 사무국에서 열심히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자를 많이 하는 팀과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돈 100만 원이라도 주는 후원 업체가 있다면 다 쫓아다닐 생각이다”라면서 “굵직한 후원 업체를 일단 하나는 확보했다. 여기 산업단지에도 기업이 꽤 많다. 한 번 쭉 돌아다니면서 스폰서를 더 모으려고 한다. 소상공인들에게는 후원은 못 받더라도 가게에 우리 구단 깃발이라도 하나 꽂아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여기 불당동 번화가에도 천안시 축구단의 깃발이 여기저기 눈에 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은 내년 시즌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인 가운데 아시안컵이 한국에서 열리면 천안 역시 대회 개최를 희망하고 있어 변수도 생겼다. 아시안컵 유치를 위해 천안종합운동장 보수 등을 진행할 경우 홈 경기 개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천안시는 인근 아산시와 감정의 골이 깊다. 젊은 층에서는 지역 감정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양 도시 축구인들과 공무원 등의 라이벌 의식은 생각보다 크다. 서울 출신인 안병모 단장도 천안시 축구단에 부임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안병모 단장은 “아산과의 라이벌 의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이상이다”라면서 “충남아산FC 전혜자 대표와 얼마 전에 대화를 나누다가 ‘내년 시즌 개막 전 출정식 느낌으로 평가전을 한 번 하자’고 했다. 이걸 시에다가 슬쩍 이야기했더니 벌써 시에서는 흥분하더라. ‘아산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해 ‘그냥 출정식 겸 친선전이다’라고 했더니 ‘그래도 아산은 꼭 이겨야 한다’고 하더라. 정말 양 쪽의 감정이 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안병모 단장은 “충남아산FC 전혜자 대표도 어디에 가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니 ‘천안 저것들은 때려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면서 “내년 시즌 K리그2 개막이 2월 25일로 예정돼 있다고 들었다. 개막 일주일 정도 전에 출정식을 하면서 충남아산과 경기를 하려고 한다. 부산에서 낙동강 더비를 밀어봤지만 인위적인 더비는 절대 오래 못 간다. 그런데 천안과 아산은 인위적으로 뭔가 만들지 않아도 이미 팽팽한 분위기가 있다. 충남아산FC와 세 장짜리 티켓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천안과 아산에서 세 장짜리 티켓을 팔아서 천안 홈 경기 한 번, 아산 홈 경기 한 번을 올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한 장은 두 팀 중 자신이 보고 싶은 팀에 오는 티켓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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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천안시 축구단은 유소년 육성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조성용 감독대행을 내년 시즌 다시 유소년 총괄 디렉터로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병모 단장은 “시장님께서 ‘천안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사람만 천안 사람은 아니다’라면서 외부에서 좋은 인재가 천안으로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하셨다”며 “공주에는 박찬호가 있는데 천안은 지역을 상징하는 스포츠 스타가 없다. 꼭 천안 출신이 아니어도 전국에서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데려와 천안을 상징하는 축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부산에서 유소년 육성은 경험해 봐서 자신있다. 부산이 이동준과 김진규, 조위제 등 투자 대비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그 경험을 토대로 천안에서도 유소년을 육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든 구단이 유소년 육성에 대해 강조하지만 천안의 환경은 유소년 육성에 더욱 유리하다. 천안축구센터에는 천연잔디 두 개 면과 인조잔디 세 개 면, 풋살장이 네 개 면이 있다. 안병모 단장은 “유소년은 기량에 맞는 선수들끼리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연령대를 세분화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선수 중에 뛰어난 선수와 중학교 3학년 중에 기량이 조금 부족한 선수는 하나로 묶을 수 있다. 기량에 맞게 이동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운동장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여기는 운동장이 다 붙어 있다. 동시에 훈련을 진행하면서 기량에 따라 분반을 하면 된다.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안병모 단장은 “천안시에서 유소년 육성에 적극적이다”라면서 “실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장님께서는 유소년 아이들이 천연 잔디에서 훈련할 수 있게끔 잔디 밑에 열선도 깔아 보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천안축구센터 안에 있는 시설은 천안축구센터와 천안시 축구단은 같은 산하재단이라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다. 환경이 잘 갖춰져 있으니 유소년 선수 육성에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병모 단장은 “젊고 역동적인 팀을 만들어 천안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천안시 축구단은 프로화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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