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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대전=김현회 기자] 대전-전남전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이어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대전하나시티즌은 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전남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에서 윌리안의 선제골 이후 박성결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코너킥 상황에서 김재우가 결승골을 뽑아내며 2-1로 승리했다. 이 경기 승리로 대전은 최근 7경기 연속 무패(4승 3무)를 이어가며 2위에 올라섰다. 전남은 네 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의 부진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은 신경전이 펼쳐졌다. 전남이 0-1로 뒤진 전반 7분 박성결의 득점이 터진 순간이었다. 김현욱이 코너킥을 짧게 주고 받은 뒤 왼발로 올려준 공은 대전 수비수를 맞고 흘렀고 박성결이 가슴 트래핑 이후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공을 그대로 대전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박성결의 데뷔골이었다. 이후 대전 선수들은 주심에게 항의를 했다.

대전 선수들은 “박성결이 가슴 트래핑을 할 때 공이 손에 맞았다”며 핸드볼 파울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주심은 VOR 교신을 통해 박성결의 핸드볼 파울 여부를 따졌다. 대전 선수들은 수비 진영에 모여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성결의 득점 이후 공은 대전 골문 앞에 떨어져 있었다. 이때 전남의 한 선수가 대전 골문 앞으로 뛰어가 공을 들고 나왔다. 지난 시즌까지 대전에서 뛰었던 박인혁이었다.

박인혁은 공을 들고 와 하프라인에 올려 놓았다. ‘이번 장면에서는 핸드볼 파울이 아니었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후에도 주심은 VOR과 교신을 이어갔고 양 팀 선수들은 각자의 진영에서 판정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때 대전의 이진현이 공이 원래 있었던 대전 골문 앞으로 다시 찼다. ‘이번 판정은 핸드볼 파울이 맞다’는 반박의 메시지였다. ‘다시 그 자리에서 경기가 재개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팽팽한 신경전이었다.

주심은 이후 원심을 유지했다. 박성결의 핸드볼 파울이 아니었다면서 골을 인정했다. 공은 다시 하프라인으로 옮겨졌다. 양 팀 선수단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을 이리저리 옮기며 판정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까지 대전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박인혁이 앞장서서 대전 진영에서 공을 빼들고 나오는 모습은 숨어있는 명장면이었다. 여기에 하프라인에 올려진 공을 그대로 다시 원 위치로 차 버린 이진현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팽팽한 신경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불과 3분 만에 다시 한 번 흔하지 않은 장면이 나왔다. 대전 문전 앞에서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박성결에 걸려 넘어진 권한진은 결국 통증을 호소하며 의료진이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의료진은 권한진의 상태를 살핀 뒤 대전 벤치를 향해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전 서포터스석에서 탄식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권한진은 의료진에 의해 결국 그라운드에서 실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대전 서포터스는 부상을 입힌 박성결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구호를 외쳤다. “박성결! 사과해!”라는 구호가 우렁차게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박성결은 하프라인에 있다가 의료진에게 실려나가는 권한진에게 달려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상대팀 선수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모습에 대전 서포터스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권한진의 부상은 팀에 심각한 타격이지만 그럼에도 이 장면에서 만큼은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박성결은 대전 서포터스석을 향해 고개 숙여 다시 사과한 뒤 박수를 보냈다. 대전 팬들 역시 용기 있게 경기 도중에 사과의 메시지를 전한 박성결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대전과 전남의 맞대결에서는 선수들의 팽팽한 신경전도 있었고 폭소가 나오는 장면도 이어졌다. 상대팀 선수를 향한 분노의 외침에 해당 선수의 사과 이후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흔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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