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퀸컵 등장한 경남 GK 수리완, 알고보니 ‘하동군 보물’이었네

[스포츠니어스 | 천안=조성룡 기자] 1일 천안 재능교육연수원.

2022 K리그 여자 풋살대회 퀸컵 1일차였던 이날 밤은 뜨거웠다. 퀸컵에 참가한 12개 구단 선수들이 모두 모여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이 때 진행자는 퀸컵의 유일한 외국인 선수라며 FC서울의 엠버를 소개했다. 엠버는 프랑스어로 몇 마디 인사를 하고 웃으면서 진행자가 준 선물을 받아갔다.

그런데 다음날, 퀸컵의 경기 일정이 시작된 후 경남의 골키퍼는 무언가 다른 피부색이었다. 분명 전날 퀸컵의 외국인 선수는 딱 한 명이라고 들었는데 말이다. 경기 후 팀조끼를 벗자 그의 등에는 ‘수리완’이라고 써 있었다. ‘뭐야? 외국인 맞네?’라는 생각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이 선수, 스토리가 ‘대박’이다.

“내 이름은 수리완, 하지만 한국 사람입니다”
이 선수의 정확한 풀 네임은 수리완 난타디다. 딸에게 행운이 깃들기 바라는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올해 31세인 수리완은 한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태국이다. 그리고 여섯 살 때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산지 25년 째다. 당연히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다. 그냥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전날 외국인 선수를 찾는 진행자의 질문에 수리완은 답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엠버 선수는 한국에 온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옆에서 팀원들이 ‘손 들어’라고 옆구리를 찌르는데 어떻게 25년 한국 살아놓고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직 한국이 낯선 어린 수리완에게 빠른 적응을 도운 것은 다름아닌 태권도와 축구였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체육관 안에서 축구하는 걸 참 좋아했어요.” 수리완은 약 15년 동안 취미로 태권도를 배웠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이후 이른바 조기축구회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축구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알고보니 수리완은 축구 집안이었네
이렇게 축구 동호회와 함께 뛰면서 취미 생활을 즐기던 수리완은 우연치 않은 계기로 경남과 인연을 맺는다. 경남이 아마추어 여자축구 동호회인 ‘레드로즈’를 출범하면서 도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입단 테스트를 개최한 것이다. 사실 수리완은 이 소식을 몰랐다. 그에게 ‘레드로즈’ 입단 테스트를 권유한 것은 다름아닌 삼촌이었다.

“삼촌이 기사를 보고 제가 축구를 좋아하니까 한 번 도전해보라고 권유했어요. 사실 삼촌의 아들, 제 사촌동생이 축구선수입니다. 부산아이파크 유스팀 출신인 강영웅이라고 있어요.” 강영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부산 유스 출신으로 숭실대를 거쳐 신인계약을 체결했고 올 시즌은 K3리그 대전한국철도로 임대 이적한 선수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혈연’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사촌동생이 축구선수라는 이유로 ‘레드로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리완은 입단 테스트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레드로즈’에 입단했다. 여기에는 수리완과 같은 취미를 즐기는 많은 동료들이 있었다. 이게 행복이었다.

수리완을 ‘하동군의 보물’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
한창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수리완은 웃으면서 불쑥 이런 이야기를 했다.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쳐보세요. 저 기자님들과 인터뷰 좀 해봤어요.” 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을 발견했다. 태권도도 했고 축구도 뛰는 수리완의 또다른 신분은 ‘씨름선수’였다.

생활체육계 씨름 종목에서 수리완은 나름대로 깊은 인상을 안겼다. 생활체육 전국대회에 씨름 선수로 출전해 외국계 선수 최초로 3위에 입상했다. 외국계 여성 씨름선수가 생활체육대회에 출전한 것도 수리완이 최초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놀라서 묻자 수리완은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사실 하동군에는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생활체육 관련 대회가 있으면 하동군을 대표해서 자주 나가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에 제법 재능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본업은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K리그 퀸컵의 소득? 축구할 곳이 많아졌어요!”
이번 대회에서 수리완은 경남의 골문을 지켰다. 하지만 평소 수리완은 필드 플레이어다. ‘레드로즈’에서는 동료들을 위해 장갑을 꼈다. “사실 필드 플레이어로 뛰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팀에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저는 일단 보고 배우는 입장입니다.”

K리그 퀸컵을 통해 수리완은 축구할 기회를 더욱 많이 잡았다. “저는 지금까지 진주시에서만 축구를 했어요. 하동군에는 여자축구 동호회가 없고 진주시에는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제 창원에서도 축구할 수 있고 통영, 양산, 거제 다 있어요. 언제든지 만나면 됩니다. 기회가 더욱 넓어진 느낌이 들어요.”

아쉽게도 경남 ‘레드로즈’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수리완 또한 “같이 발을 맞춰본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기부여는 더 확실해졌다. 수리완은 “내년에도 무조건 K리그 퀸컵에 나올 겁니다. 그 때는 조 1위도 하고 우승도 꼭 하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벌써 수리완의 내년 대회 준비는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른 팀들 경기 보니까 정말 잘해요. 동료들과 ‘우리 빨리 가서 연습하자, 빨리 친선경기 일정 잡자’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라고 활짝 웃었다. 하동군의 보물은 벌써 내년 K리그 퀸컵 우승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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