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탄천종합운동장=김귀혁 기자] 양상민이 팀의 고참으로서 후배 선수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수원삼성은 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성남FC와의 파이널 라운드 B 첫 맞대결에서 전반 29분오현규의 선제골과 후반 9분 상대 곽광선의 자책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수원삼성은 올 시즌 성남과의 전적을 무패(3승 1무)로 장식한 가운데 9위 대구와의 승점차를 다시 1점으로 줄이며 승강 플레이오프행을 모면하기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최근 수원삼성은 공격진에서 오현규를 필두로 안병준, 전진우 등이 활약하며 득점력을 올렸지만 매 경기 실점하는 수비가 문제였다. 특히 이는 3-1로 이기고 있다가 후반전 추가시간에 두 골을 허용한 인천과의 31라운드 경기에서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날 선발로 나선 고명석과 양상민의 중앙 수비 조합은 상대에게 좀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 양상민이 수비를 조율하는 가운데 고명석이 강인한 수비로 상대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날 수원의 무실점은 11경기 만이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양상민은 "팀이 심적으로도 많이 어려웠고 특히 불투이스가 지난 경기에서 퇴장을 당하고 (민)상기가 경기에 못 나가게 돼서 개인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이 위기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면서 2주 동안 준비했는데 결국 그 해답은 결과더라. 이를 위해서는 수비에서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도움을 많이 청했다. 수비가 실점하지 않는다면 결국 결과가 나오다 보니 거기에 집중했다"라며 경기 후 소감을 이야기했다.

양상민은 올 시즌 네 경기 출전에 불과하다. 이날 경기 출전도 지난달 7일 울산현대와의 경기 이후 무려 한 달 만이다. 하지만 나올 때마다 양상민은 나이에 무색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6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양상민은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로 팀의 2-1 승리를 이끈 후 이어진 수원FC와의 경기에서도 전반전까지 활약한 뒤 후반에 교체됐다.

오랜만의 출전에 대해 묻자 양상민은 지난 대구와의 경기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구전을 준비할 때는 나의 시즌 첫 경기였다"면서 "그때 당시에는 우리가 열 경기 무승이라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한 경기에 내 축구 인생 모든 걸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팀이 강등 위기에 놓인 어려움이 있었다. 스리백이나 포백과 같은 포지션이 중요했다기보다 결과에 집중하며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사실 수원FC와의 27라운드 경기도 양상민은 과감한 전진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고명석과 교체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경기 후 이병근 감독은 "주중에 풀타임 경기를 치른 양상민의 체력 문제로 교체했다"라고 밝혔다. 납득할만한 이야기였다. 양상민은 1984년생으로 한 살 많은 염기훈에 이어 최연장자다. 한 번의 풀타임 경기 후 회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당시 수원더비를 예로 들며 이야기하자 양상민은 "풀타임 출전 후 회복하는 게 확실히 버겁기는 하다. 휴식 기간에 얼마만큼 회복하느냐에 따라 선수 능력이 발휘된다고 보는데 그 전 대구와의 경기가 10개월 만에 뛴 상황이었다"면서 "대구전에 회복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당시에는 감독님과 상의 끝에 전반전만 뛰기로 했다. 거기에 발목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교체를 당한 것이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양상민은 안산경찰청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지난 2007년부터 수원삼성에서 활약했다. 현재 선수단 중 수원의 마지막 리그 우승인 2008년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염기훈과 함께 레전드로 추앙받을 만큼 수원 팬들에게 있어서 양상민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이에 수원 팬들은 지난달 29일부터 팀의 레전드인 염기훈과 양상민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집을 만들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 있다. 현재 펀딩은 1.100만원 가량 모이며 목표치의 77%를 달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양상민은 "사실 사진집 소식을 안 지 얼마 안 됐다. 팬분들이 준비해준다는 소식을 사흘 전에 (염)기훈이로부터 들었다.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아직 확인을 못했다"면서 은퇴 관련 이야기에는 "사실 나는 90분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선수 생활을 더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 은퇴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팀원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양상민이 2007년에 팀에 들어온 당시 수원은 리그 내에서도 항상 우승을 다퉈야만 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점차 우승과 멀어지더니 지난 2016년부터는 강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을 몇 차례 벌이기도 했다. 올 시즌도 이날 성남을 상대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아직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수원에서만 16년째 활약하고 있는 양상민 입장에서 올 시즌은 어땠을까.

양상민은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2016년부터 항상 어려움 속에 경기를 펼쳤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팬분들이 많이 속상할 것이다"라며 "나는 팀의 고참이다 보니까 더욱 죄송하다. 그런데 분명히 우리 선수들은 그 위기를 넘을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꼭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내가 여기에서 경력을 마무리하더라도 남아있는 후배들이 앞으로 수원이 강등 위기라는 상황을 겪지 않고 좀 더 행복한 시즌을 보내게 해주고 싶다"라며 그의 진심을 이야기했다.

이는 경기 전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고명석과의 대화에서도 들어있었다. 고명석은 A매치 데이 휴식기 동안 염기훈, 양상민 등 팀의 고참 선수들이 훈련 분위기를 최대한 밝게 이끌어왔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하자 양상민은 "나랑 기훈이는 팀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라며 "계속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갖고자 밝은 분위기를 중시했다. 힘든 상황을 더 구렁텅이로 몰기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자는 마음으로 2주 동안 준비했다. 그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왔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양상민과 함께 오랜 기간 팀에 있던 염기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같은 동년배이자 팀의 레전드로서 양상민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양상민은 "워낙 다르다. 기훈이는 수원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줬는데 지금 은퇴를 앞두고 팀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어서 친구로서 미안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것 또한 선수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좋게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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