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명물이라는 ‘북볶이’ 한 번 직접 먹어봤습니다

[스포츠니어스|서울월드컵경기장=조성룡 기자] 정말 궁금해서 한 번 먹어봤다.

FC서울의 홈 경기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바로 매점에서 파는 떡볶이다. 팬들은 이 떡볶이를 ‘북볶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서울은 푸드트럭 음식을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그런데 유독 이 ‘북볶이’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가히 컬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떡볶이는 그냥 서울월드컵경기장 안에 위치한 매점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뭔가 특별한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입점한 것도 아니다.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곳에서 떡볶이와 어묵, 소세지 등을 판매한다. 심지어 팝콘도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메뉴 중에서 유난히 떡볶이가 많은 각광을 받는 것이다.

원정 팬들 또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이 떡볶이를 먹지 못하는 것을 꼽는다. 그런데 막상 이 떡볶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서울 팬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다르다. “꼭 먹어야 한다”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굳이 아쉬워할 필요 없다”라는 팬도 있다. 그러니 호기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쓰라린 아쉬움만 남았던 상암의 여름밤
지난 7월 만난 서울 관계자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에게 “이번 취재에서 꼭 ‘북볶이’를 먹을 생각이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자 서울 구단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일단 한 번 드셔보세요. 물론 떡볶이가 맛없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서울 구단은 팬도 관계자도 ‘바이럴’ 하나는 끝내주는 모양이다.

당시 기자는 서울 팬에게 떡볶이를 살 수 있는 최적의 동선과 타이밍을 전수 받았다. “일찍 가면 국물이 홍수니 자작하게 졸아들었을 하프타임 쯤에 가면 제일 좋다”라는 조언이었다. 전반전 내내 경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기성용의 플레이보다 떡볶이 사장님의 모습이 더 궁금했다.

결국 전반전 종료 직전 매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 있게 “떡볶이 하나랑 어묵 하나요!”를 외쳤다. 하지만 충격적인 답변을 들었다. “어머, 어떡하죠? 떡볶이가 다 나갔어요.” 상심이 가득한 채 언제 매진됐는지 물어보니 그는 “거의 전반전 시작 쯤에 다 나갔다. 요즘 떡볶이 찾는 사람이 참 많다”라고 전했다.

허탈한 마음이었다. 상암벌의 여름밤에 소세지를 씹으면서 ‘다음에는 억울해서 경기 전에 떡볶이를 먹으리라’고 다짐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도 안타까워하며 “다음에 오시면 꼭 드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다시 이 떡볶이에 도전하기까지는 무려 두 달 반의 시간이 걸렸다.

두 달 반 기다려 마주한 떡볶이, 그 맛은 과연?
10월의 첫 날 드디어 떡볶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킥오프 전 매점으로 달려가 “떡볶이 있나요?”를 외쳤다.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은 웃으면서 떡볶이 그릇을 내밀었다. 축구장은 흔히 전쟁터로 비유된다. 전쟁같은 이 곳에서 매점 사장님은 아마 나이팅게일이 아니었을까.

일회용품 그릇에 담긴 떡볶이는 따끈했다. 육안으로만 봤을 때는 ‘생각보다 색이 옅다’라는 느낌도 받는다. 쌀떡볶이다. 군데군데 어묵이 들어가 있지만 많지는 않다. 물론 이건 매점 사장님이 어떻게 퍼주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적당히 자작한 국물도 만족스럽다. 떡이 살짝 붙어있다는 점은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 고대하던 떡볶이를 먹어봤다. 한 입 딱 넣었을 때 묘한 느낌이 든다. ‘어?’하는 아리송함도 있다. 농도에 비해서는 매콤하다. 하지만 엄청 맵지는 않다. ‘맵찔이’인 기자도 정말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떡볶이에서 느낄 수 있는 단맛과 매운맛이 꽤 잘 섞여있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언가 엄청난 맛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린 시절 포장마차에서 이른바 ‘불량식품’ 소리 듣던 떡볶이와 요즘 범람하는 프랜차이즈 떡볶이의 중간 쯤이다. 기대감을 내려놓고 먹으면 생각보다 맛있고 큰 기대를 갖고 먹으면 생각보다 아쉽다. 이 떡볶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으로 예상된다.

상대팀 관계자도 인증샷 찍어가는 ‘명물’ 맞네
적당히 졸인 떡볶이는 약간의 텁텁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생각나는 게 바로 서울의 맥주 ‘서울1983’이다. 나도 모르게 ‘이거 서울1983과 먹으면 상당히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서울에는 상당히 많은 먹거리가 있지만 ‘북볶이’와 ‘서울1983’의 조합이라면 한 번은 무조건 시도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내친 김에 북데…ㅇ 아니 어묵도 먹어봤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담겨 나온다. 사실 어묵은 대부분 기성품이기에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대신 관건은 국물이다. 포장마차 어묵국물에 익숙하다면 약간 싱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떡볶이의 농도를 감안한다면 적당한 수준이다. 물론 어묵국물은 얼마나 끓였는지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조심스럽게 원정팀 대구 관계자에게 시식을 부탁했다. 그는 “나도 이 떡볶이를 많이 들어봤다. 궁금했다”라고 한 입 먹더니 “생각보다 맛있다. 맵기도 딱 적당하다”라면서 인증샷까지 찍어갔다. 딱 두 점 먹고 줬는데 반 이상 먹고 돌려줬다. 그만큼 맛있거나, 그만큼 배가 고팠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FC서울의 안익수 축구는 서울다움과 스토리, 메시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올 시즌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쉽다. 이날도 서울 팬들은 제법 자주 ‘정신차려 서울’을 외쳤다. 경기 도중 ‘익수아웃’까지 터져 나왔다. 이날 가을 날씨는 선선했고 떡볶이는 맛있었고 하프타임 나상현씨밴드의 서울 응원가도 정말 좋았다. 축구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FC서울의 평균 관중 수는 1위다. 이 떡볶이처럼 FC서울의 맛이 진하게 드러나야 한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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