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목동=김귀혁 기자] 이정도면 김선민 팬클럽 회장급이다.

서울이랜드는 1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42라운드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츠바사의 선제골과 김정환의 연속 두 골에 힘입어 3-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이랜드는 승격 플레이오프에 가기 위한 최소 순위인 5위 경남과의 승점차를 2점으로 좁히며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에 불을 지폈다.

서울이랜드는 이날 경기 전반전에만 세 골을 몰아붙이며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비록 후반전이 남아 있었지만 분위기를 생각하면 뒤집힐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서울이랜드 정정용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인성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과감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비에 치중하기보다는 계속해서 공격진에도 변화를 줬다.

박준영도 그 한 축이다. 박준영은 올해 서울이랜드에 데뷔한 신인으로 서울이랜드 창단 시점인 2015년 15세 이하 팀부터 이후 18세 이하 팀까지 모두 거친 성골 유스다. 후반 19분 김정환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간 박준영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쌘 움직임으로 부천의 추격 의지를 꺾기도 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 같은 공격적인 교체에 대해 "내려서는 것이 결코 좋지는 않더라"라고 설명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박준영은 "요즘 우리 팀이 훈련에서 모습이 좋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투지 있게 훈련에 임하는 중이다"라며 "내가 알기로 우리 팀이 9월 한 달과 오늘 경기까지 포함해서 총 6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안다. 팀 분위기도 너무 좋고 우리와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 중인 충남아산도 패배하는 바람에 더욱 상승세를 탈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준영은 프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첫 시즌이어서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감독님도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도록 기회를 주고 계셔서 매 경기 성장하고 있다"면서 "프로 첫 시즌임에도 형들이 정말 잘해주신다. 옆에서 같이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면서 지켜보는 입장으로서도 배우는 점이 많다. 꼭 같이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박준영은 앞서 말했듯 서울이랜드의 성골 유스다. 2015년에 창단한 서울이랜드의 역사와 함께 했을 정도로 유니폼에 있는 엠블럼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박준영은 "유소년 시절부터 볼 보이를 하면서 경기장에서 보던 형들과 같이 경기를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면서 "특히 유스 시절부터 (김)선민이 형과 꼭 같이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막상 와서 같이 뛰어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형도 나를 더 많이 챙겨주시고 조언까지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2003년생의 신인임에도 박준영은 몇몇 서울이랜드 선수의 인터뷰에 항상 거론될 정도로 존재감이 남다르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아르헨티나 출신 아센호 역시 가장 장난을 많이 거는 선수들로 이재익, 김선민, 유정환과 함께 박준영을 꼽았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현재 서울이랜드에는 박준영이 두 명이다. 인터뷰하고 있는 공격수 박준영(90번)과 함께 수비수 박준영(26번)이 그 주인공이다. 심지어 이 둘은 출생 연도도 같고 함께 서울이랜드 15세 이하 팀에 있기도 했다.

하지만 박준영은 아센호가 언급한 '박준영'이 본인이 맞다고 언급하며 "평소에도 형들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까불거리는 성격이다"라며 "외국인 형들과도 서로 애칭으로 많이 부른다. 아센호에게는 몸에 문신이 많아서 내가 '갱스터'라고 부른다. 또 아센호가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형이라 그런지 잘 챙겨준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까불면서 애칭도 부르고 편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혹시 2015년부터 이어져 온 '서울이랜드 짬' 덕분에 장난을 많이 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박준영은 "사실 그 요소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라며 웃음을 보인 후 "형들도 나를 귀엽게 봐주신다. 특히 김선민과 같은 형들이 말하다가 틀린 점이 있으면 꼬투리를 잡기도 한다. 아센호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일부러 어깨를 치면서 친근감을 표시한다. 츠바사와는 영어로 자주 의사소통한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 영어 학원을 다녀서 문법이 틀려도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짬 부심'을 다른 형들에게는 장난식으로 부려봤는데 선민이 형에게는 맞을까 봐 못했다"라며 "가끔 선민이 형이 장난식으로 '툭툭' 때리시기도 한다. 아마 선민이 형은 장난이었겠지만 사실 형의 몸이 장난이 아니다. 그 '툭툭'도 나에게는 꽤나 피해가 있다. 원정 경기에서는 (서)보민이 형과 같은 방을 쓰는데 꼭 형이 경기 전 날에 치료 도구를 가져와서 몸을 푸신다. 그럴 때마다 '치료 도구 가져올 때마다 내 간식도 가져와달라"라고 장난도 친다"라며 팀 내 동료들과의 친근한 관계를 전했다.

서울이랜드는 홈경기를 마치고 선수단이 샤워하는 데 긴 시간을 보내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김선민은 긴 머리 탓에 가장 늦게 퇴근길에 오른다. 지금까지 박준영의 이야기를 들으니 김선민에게 '왜 이렇게 샤워를 오래 하냐'라고 물어봤을 법했다. 이 말에 박준영은 "오늘도 머리 말리면서 츠바사 형이 선민이 형에게 이 같이 물어본 적이 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준영은 "선민이 형 집에도 가봤지만 샤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가 있다"면서 "형이 정말 깔끔한 스타일이다. 집에서도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 있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하신다. 샤워할 때도 굉장히 구석구석 씻으신다. 그리고 경기 끝나고 꼭 샤워실 앞에서 팔굽혀펴기 200개를 하고 들어가신다"라고 말했다. 팔굽혀펴기를 하는 이유를 묻자 박준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선민이 형이 옷도 항상 두 개를 입으신다. 뭔가 꽉 차는 느낌이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아마 그런 징크스 아닐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박준영은 김선민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중이다. 유스 시절에는 하나의 우상으로서 자리 잡았고 지금은 친한 형과 같은 존재다. 박준영은 "선민이 형을 경기장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힘이 넘치지 않나. 실제로 보니까 더 힘이 넘치신다"면서 "사실 많은 분들이 선민이 형의 그런 모습만 보실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축구도 잘하시고 똑똑하다. 나도 선민이 형에게 몇 번 좋은 패스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넣지를 못해서 형이 '왜 맨날 떠먹여 주는데 골을 못 넣냐'라고 말씀하신 적 있다"라며 김선민과의 일화를 전했다.

하지만 박준영이 데뷔골을 넣을 당시에 누구보다도 많은 축하를 해준 것 역시 김선민이다. 박준영은 지난 30라운드 김포FC와의 경기에서 K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그 당시를 회상한 박준영은 "정말 몸에 엄청난 소름이 돋았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면서 "돌아보니까 선민이 형이 가장 먼저 축하해주시고 업어주셨다. 그때 인생을 살면서 은혜를 갚아야 할 분 중 한 명임을 느꼈다"라며 김선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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