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ㅣ인천=명재영 기자] 인천의 베테랑 정혁이 돌아왔다.

인천유나이티드가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34라운드 울산현대와의 경기를 치렀다. 인천은 이날 울산의 최기윤, 아마노, 마틴 아담에게 연달아 실점하면서 0-3 패배를 당했다.

이날 인천의 선수 명단에는 반가운 이름이 있었다. 정혁이었다. 정혁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시즌 리그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인천에 복귀해서 리그 14경기를 치른 정혁은 이번 시즌 부상과 몸 상태 난조로 경기에 전혀 나서지 못했다. 이날 전 마지막 리그 출전이 지난해 11월이다.

정혁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38분 홍시후를 대신하여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이번 시즌 리그에서 처음 출전 기록을 만들었다. 팀이 수적 열세와 0-3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혁은 추가시간을 포함해 10분여 남짓이었지만 신인의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출전이 이번 시즌 리그 첫 기록이긴 하지만 아예 경기장에 나서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정혁은 4월 27일에 열린 FA컵 16강전 광주FC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그러나 이날 인천은 홈에서 2부 광주에 1-6 대패로 큰 비판을 받았고 정혁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경기를 끝으로 정혁은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파이널 라운드까지 왔다. 인천은 9년 만에 파이널 A에 진출하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정혁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시즌 초 코로나19 감염으로 몸 상태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고 이후 주전 경쟁에 밀리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정혁은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만남에서 "그동안 부상도 있고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요즘 연습 경기도 잘 소화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면서 "팀이 잘 나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지만 살아남으려고 준비한다. 단 1분이라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1986년생으로 경험이 많은 정혁이지만 이번 시즌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어떤 베테랑이라도 출전 기회를 아예 잃는다면 모든 것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혁은 "지금까지 오면서 개인적으로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10년이 넘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래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혁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인천이 올해 엄청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정혁은 2009년 인천에서 데뷔했다. 이후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도약했고 전북현대로 이적한 바 있다. 정혁은 "데뷔 시즌에 5위를 했었는데 다시 인천이 그 위치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뒤에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더 높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혁은 팬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다. 정혁은 "FA컵에서 출전했을 때 내용과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았다"면서 "올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항상 죄송했다. 그래도 뒤에서 묵묵히 준비한 만큼 단 1분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데뷔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전했다.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