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에게 집중해 많은 것을 잃지 말자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홈 팀 선수의 교체 투입에 오히려 경기장이 숙연해진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27일 대한민국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구가대표팀 친선경기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전반 34분 손흥민의 헤더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민국은 2022 카타르월드컵 이전 FIFA가 지정한 마지막 공식 A매치 데이를 승리로 마무리하며 월드컵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이날 경기 가장 큰 관심사는 이강인의 출전 여부였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해당 시즌 소속팀에서도 몇 번의 경기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인 것 외에는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지 못했고 그 이후 벤투 감독의 선택을 외면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이강인은 한층 더 성장했다. 이강인은 시즌 시작 전 많은 이적설에 휩싸인 가운데 결국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에 잔류했다. 이후 그는 팀 동료 베다트 무리키와의 호흡이 무르익으며 공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강인이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무리키가 헤더를 하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워낙 이강인의 킥이 날카로워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이다. 이 같은 활약에 현재 라리가 도움 공동 1위(3개)를 달리고 있고 이번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손흥민과 더불어 이탈리아 세리에 A 나폴리로 이적해 바로 주전으로 도약한 김민재 등이 그 예시다. 이번 국내에서 치르는 두 번의 평가전에서 가장 큰 관심사 역시 이들의 활약 여부였다. 물론 이강인은 이 둘에 비해 오랜만에 대표팀에 소집됐다는 점에서 그 기대감이 더욱 크기는 했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염원하던 이강인의 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3일에 펼쳐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 이어 이날 카메룬과의 경기에서도 이강인은 59,389명의 관중들 앞에서 몸을 푸는 데 만족해야 했다. 후반전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그의 출전을 염원하는 팬들은 ‘이강인’을 연호하기도 했다. 비록 1-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를 마친 뒤에도 이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이강인의 출전 불발에 벤투 감독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이어졌다.

나 역시 이강인을 보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라리가에서 보여준 그의 킥과 드리블뿐만 아니라 한층 발전한 속도, 활동량,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등이 월드컵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대표팀에 얼마나 어울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결국 아쉬움과 궁금증에 머물러야 했다.대표팀은 한 선수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과거부터 한 영웅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박지성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손흥민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충분히 이해가는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 축구에서 언제나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그러는 도중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유럽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는 선수들의 등장에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대표팀은 ‘팀’이다. 오로지 한 선수만의 쇼케이스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 국가대표의 부름을 받았지만 뛰지 못했던 선수는 지금까지도 흔했다. 라리가 도움 1위 선수를 외면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월드컵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벤투 감독의 계획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면 굳이 무리해서 출전시킬 이유가 없다. 벤투의 역할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 당장의 월드컵이다. 여론을 의식해서 억지로라도 뛰게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인가.

팬들이 경기장에서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날 후반전 중반부터 누군가의 선창으로 시작된 이강인 연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간 대부분의 팬들은 유럽 무대를 기준으로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강인이 뛰지 못하는데 나오는 분을 다른 선수에게 푼 것이 문제였다.

이날 후반 16분 황희찬을 대신해 들어간 나상호가 전광판에 잡히자 갑작스레 경기장은 조용해졌다. 그 이후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후 황의조의 부상으로 후반 36분 백승호가 운동장에 교체 투입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말 큰 죄를 지은 선수가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특히 나상호의 소속팀은 FC서울이다. 이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입장에서 듣는 볼멘소리가 선수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지 궁금하다. 심지어 현장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카메룬 응원단과 함께 카메룬 국영 매체인 ‘CRTV’의 기자도 와 있었다. 자국 선수가 나오는데 응원 대신 오히려 숙연해진 경기장의 모습을 카메룬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이날 카메라도 문제였다. 전반전부터 방송사 카메라는 쉴 틈 없이 이강인을 비치고 이 모습은 전광판을 통해 나왔다. 이강인의 모습에 팬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 여기까지 문제 삼을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중계의 주목적은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날 전반전에만 이강인은 다섯 차례나 카메라에 잡혔다. 심지어 전반 33분경에는 두 번이나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는 ‘이래도 이강인을 넣지 않을 거냐’는 의도적인 카메라 워킹이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매번 우리는 국가대표 축구에 대해 ‘냄비 여론’이라는 키워드를 덧붙인다. 한 번의 실수라도 나오면 바로 많은 공세를 받는다. 국가대표라는 자리를 감안하면 이러한 압박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면서 매번 나오는 해결책은 진득하게 지켜보자는 이야기다. 벤투 감독 선임 후 4년이 흘렀다. 당시 협회의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감독이고 우리는 그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월드컵을 두 달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다시 대표팀 흔들기가 시작됐다. 이제 2001년생인 이강인은 앞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더 많다. 당장 중요한 것은 벤투에게 전권을 맡긴 월드컵이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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