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만의 부상 복귀’ 경남 황일수 “아내와의 약속 지켜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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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황일수는 험난한 재활 과정을 어떻게 버텼을까.

25일 경남FC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41라운드 맞대결에서 전반전 상대 마사에게 두 골을 허용한 뒤 후반전에는 교체 투입된 김승섭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0-3 대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경남은 6위 충남아산과의 격차를 벌리지 못하며 승격 플레이오프 마지노선 순위인 5위를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날 경남은 경기 초반부터 대전을 강하게 압박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전반 17분 서재원의 슛이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집중력이 무너진 것이 화근이었다. 전반 30분 상대 마사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은 사이 경남의 수비가 헐거웠고 그 틈을 마사가 왼발 슈팅으로 공략하며 첫 실점을 당했다. 그 이후 전반 44분에도 마사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0-2로 뒤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리그 득점 2위인 티아고 역시 부상으로 교체가 불가피했다. 결국 설기현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무려 네 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중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띄었다. 무려 1년 2개월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황일수가 그 주인공이다. 황일수는 지난 시즌 23라운드 FC안양과의 경기에서 홀로 두 골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이바지했지만 후반 15분 역습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며 쓰러졌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랐지만 황일수는 축구 선수들을 매번 괴롭히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맞이했다. ‘황볼트(황일수와 우사인 볼트의 합성어)’라는 별명과 같이 빠른 속도와 돌파를 자랑하는 그에게 십자인대 파열은 누구보다도 큰 영향이었다. 한국 나이로 올해 36살을 맞이하는 것을 감안하면 복귀는 쉽지 않아 보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전과의 경기에서 복귀해 운동장을 누비는 황일수의 모습.

하지만 황일수는 다시 일어섰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일수는 “원래 다음 경기부터 명단에 들어가기로 했다가 팀 상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전날 원정길에 동행했다”면서 “사실 45분 동안 활약할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는 후반전에 조금만 뛸 생각이었는데 팀이 0-2로 지고 있었고 티아고도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일찍 경기장에 들어갔다. 1년 2개월 만이더라. 데뷔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라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어제 뛰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들어갔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팀이 워낙 힘든 상황이다 보니까 어떻게든 도와줘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면서 “팀은 패배했지만 주위에서 복귀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예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셔서 많은 힘이 됐다. 경기 끝나고 후배들도 축하한다고 말해줬다”라고 덧붙였다.

축구 선수에게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으면서도 경력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이를 회복하고 재활하는 과정에서 수반하는 정신적 고통은 말로 헤아릴 수 없다. 축구로 평생을 살아온 선수들에게 이를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렇다. 황일수 역시 재활 과정을 언급하자 “많이 힘들었죠”라는 회상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 수술을 한 뒤 반년 정도는 방을 따로 얻어서 수도권에 있었다. 그 이후에는 팀에 들어왔는데 훈련은 같이 못하고 따로 외부에서 재활을 했다”면서 “나는 아내와 자식이 있는 가장이다. 집은 원래 창원에 있는데 수술하면서 따로 수도권에 방을 얻었다. 재활하는 곳이 부천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재활 트레이너가 1대1로 해준다고 하더라. 좀 더 이름 있는 트레이너에게 재활을 받고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에 금전적으로 투자를 해서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황일수는 지난 2010년 대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쯤 되면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 같지만 십자인대 파열과 같이 큰 부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황일수는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수술을 할 정도로 큰 부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면서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이 나이에 크게 다치면 복귀하기 힘들다던가 다시 예전 모습은 안 나올 것이라는 주위의 시선도 많았다. 1년 가까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내 나이에 큰 수술을 해도 다시 복귀해서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재활 과정에서의 심정을 전했다.

사실 황일수의 당초 복귀 시점은 빠르면 올해 5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황일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원래는 6월 정도에 복귀할 예정이었다”면서 “준비 과정에서 무릎 연골에 조금 문제가 생겼다. 그것으로 인해 복귀가 미뤄졌다. 다행히 지금은 경기를 뛸 수 있는 정도다. 앞으로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라며 예상보다 늦은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황일수의 장점은 빠른 속도를 활용한 돌파다.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무릎이 이를 최대한 지지해야 하기에 자칫 복귀 후 플레이 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설기현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선수의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황일수에게 90분 내내 경기를 해결해주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 선수가 갖고 있는 경험과 어려울 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믿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황일수도 이에 동감했다. 그는 “아무래도 수술을 했기 때문에 다치기 전과 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보이기에는 힘들 수 있다”면서도 “감독님의 말씀대로 경험을 살리면서는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예전과 같은 폭발력을 아예 못 내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수술 전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영향이 조금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감독님과도 재활 과정에서 가끔 이야기를 했다. 몇 경기를 뛸지는 모르겠지만 복귀할 수 있으면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 얼마나 경기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1987년생인 황일수는 현재 선수 생활의 황혼기다. 팀 내에서는 배승진, 고경민과 함께 최고령이다. 하지만 큰 부상을 당하고 막 복귀한 상황임에도 황일수는 아직 은퇴 생각이 없다. 그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서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그림을 원치 않는다”면서 “우선 제기를 잘 한 뒤 내가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내년이 됐든 내후년이 됐든 선수 생활을 더 하려고 한다. 부상으로 은퇴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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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활 과정에서 가장 큰 버팀목에 대해 묻자 황일수는 가족을 언급했다. 황일수는 “아내가 정말 큰 힘이 됐다. 옆에서 ‘다시 재기해서 잘할 수 있을 거다’라며 힘이 되는 말도 많이 해줬다”면서 “아내와 약속한 것이 있다. 딸이 한 명 있는데 올해 다섯 살이다. 사실 그동안은 워낙 어리다 보니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자각할 수 있는 나이다. 딸이 축구장에 와서 아빠가 축구 선수라는 걸 알 수 있게끔 보여주자고 아내와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황일수는 한 축구 선수이자 남편, 아빠로서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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