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타지도 않았는데 국가대표팀 버스가 출발한 이유는?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만 탄 선수단 버스가 고양종합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 팬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고양=김현회 기자] 선수들이 한 명도 타지 않았는데 국가대표팀 버스가 경기장을 빠져 나간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은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코스타리카와의 맞대결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황희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간 대한민국은 이후 코스타리카의 베네테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역전 당했지만 후반 손흥민의 프리킥 골로 동점에 성공했다. 코스타리카와 2-2로 비긴 대한민국은 오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경기 종료 후 선수단은 경기장에 온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화답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3만7천여 팬이 운집한 가운데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경기 후 대한민국 선수단은 벤투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라커로 돌아가자 하나둘씩 경기장 밖으로 빠져 나왔다. 경기장 1층 로비에 설치된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선수들의 개별적인 인터뷰가 진행됐다. 코스타리카 언론도 코스타리카 선수들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동취재구역은 대단히 혼잡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선수는 역시나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송사 인터뷰를 따로 한 뒤 취재 기자들과의 별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약 40여 명의 취재진이 손흥민 주변을 둘러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황희찬과 김민재 등에게도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강인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뒤에 흥민이 형 나와요”라며 빠르게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공동취재구역에서의 개별 인터뷰는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됐다.

보통 선수단은 개별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선수단 버스에 탑승한다. 그래서 파주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휴가나 외박 등을 받을 때도 파주에서 해산하는 게 보통이다. 이날 일부 팬들은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을 하기 위해 선수단 버스가 주차돼 있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전요원까지 배치돼 있었다. 공동취재구역을 벗어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 선수단 버스까지는 약 40m 가량 이동해야 한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선수단 버스로 이동하는 동선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팬들은 선수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선수들이 버스에 타지도 않았는데 선수단 버스가 출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었다. 벤투 감독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경기 종료 후 곧바로 해산해 하루 외박을 줬기 때문이다. 경기장 로비에서 선수단 버스 사이 공간 주차장에는 선수들을 데리러 온 에이전트와 가족, 여자친구 등이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 차를 이용해 개별적으로 이동했다. 맨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온 손흥민은 하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들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내일 저녁 다시 파주트레이닝센터로 모일 예정이다.

이 상황을 잘 모르는 팬들은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의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선수단 버스가 떠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단 버스에는 파주로 돌아가 경기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코칭스태프만 타고 있었다. 한 팬은 버스 앞자리에 앉아 있는 벤투 감독을 확인한 뒤 “저기 벤투 감독 있다”라고 외쳤지만 선수단 버스에는 정말 벤투 감독과 코치진만 타고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선수들은 이미 개인 차량을 통해 빠져나간 뒤였다. 파주 복귀 후 외박을 부여하던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시스템이었다. 한 팬은 “벤투야, 승우 좀 뽑아라”라고 크게 외쳤다.

고양시에서 경기를 마치고 하루 밤을 밖에서 보낸 뒤 파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주로 고양시에서 간단하게 가족이나 지인과 저녁 식사를 한 뒤 개별적인 숙소에 묵을 예정이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가 만난 양현준은 “요 주변에서 부모님과 밥을 먹고 하루 밤을 잔 뒤 내일 파주로 복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밤 라페스타나 웨스턴돔 주변을 배회하면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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