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SNS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광주의 우승 기념 케이크에는 공식 마스코트인 보니가 아닌 꼬꼬가 주인공이었다.

지난 2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FC안양과 대전하나시티즌의 2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원정팀 대전이 1-0으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광주는 잔여 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K리그2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네 경기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우승을 기록한 것은 K리그2 역대 최단 기록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주는 22일 광주축구전용구장 1층 클럽하우스에서 소소한 축배를 들었다. 광주 김성규 사무처장, 이정효 감독을 필두로 선수단과 구단 직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K리그2 우승과 내년 시즌 K리그1 승격을 축하하는 케이크 커팅식을 진행했다. 이정효 감독은 "우승을 향한 선수단의 간절함과 팬들의 열렬한 응원, 그리고 사무처의 전폭적인 지원이 우승에 큰 힘이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커팅 행사를 위해 준비한 광주의 케이크에는 '2022 K LEAGUE 2 CHAPIONS'라는 문구와 함께 한 캐릭터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는 광주의 마스코트인 '보니'가 아닌 '꼬꼬'였다. 꼬꼬는 한 팬이 캐릭터를 만들어 개인 블로그에 광주 웹툰을 그리며 탄생한 캐릭터다. 팬들 사이에서는 보니의 비선 실세가 꼬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만 엄연히 광주의 공식 마스코트는 보니다. 그럼에도 꼬꼬가 우승 기념 케이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배경은 뭘까.

이에 대해 광주 구단 관계자는 "'꼬꼬툰'이라는 광주FC 관련 웹툰을 그리고 있는 분께 올 시즌 전에 협업을 부탁하면서 지금도 계속 광주 관련 만화를 올리고 있다"면서 "이번에 어느 정도 우승이 가까워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팬분과 우승 기념상품을 만들어보고자 몇 가지 디자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우승을 확정 지으면서 조촐하게라도 기념행사를 진행해야 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케이크도 급하게 공수를 한 상황에서 우승을 상징할만한 것을 넣어야 했다"면서 "이전에 우승 기념 머그컵을 만들기 위해 '꼬꼬툰'을 연재하는 분이 제작해놓은 디자인이 있다. 그 디자인을 구단에서 바로 인쇄한 뒤에 글루건으로 붙여서 급하게 우승 기념 케이크를 만들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실제 해당 케이크에는 꼬꼬 디자인과 함께 박스에 미리 만들어 놓은 우승 기념 로고가 붙여져 있었다.

이후 구단 관계자는 해당 팬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이번 시즌부터 협업하고 있는데 굉장히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이 팬을 포함한 많은 팬분들 덕분에 광주가 승격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올 시즌은 성적이 좋다 보니 그런 일이 적었지만 구단을 풍자하는 만화도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것들도 시즌 전에 협업 이야기를 하면서 구단에서는 다 괜찮다고 말했다"라며 시즌 시작 전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 팬과 함께 제작한 광주의 우승 기념상품은 23일 구단 SNS를 통해 공개됐다. 모자, 그립톡, 머플러와 함께 티셔츠 역시 일반 우승 기념용 하나와 선수단 우승 세리머니용으로 구분했다. 광주 관계자는 "디자인 아이디어도 그 팬 분께서 먼저 내주셨다. 우리는 그 디자인에 약간의 가공 작업만 거쳐 디자인을 낸 것이다. 이 외에 추가 상품도 현재 계획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며 감사함을 표한 이 팬은 현재 대학생이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응한 '꼬꼬툰'연재 작가 최범규 씨(26)는 "그 케이크에 장식된 꼬꼬는 사실 머그컵 용으로 디자인한 것이었다"면서 "선수들의 우승에 '꼬꼬'가 함께 해서 너무 기뻤다. 주변에서도 우스갯소리고 광주 마스코트를 꼬꼬라고 말씀해주셔서 좋으면서도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웹툰은 작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시즌에 팀이 강등당했지 않았나"라며 "올 시즌에도 첫 경기 김포에 패배하면서 조금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다행히 그 이후에 계속 이기면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정효 감독님의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구단 공식 마스코트 '보니'에게는 "분발하라. 내년에는 꼬꼬가 마스코트 반장 선거에 나갈 수 있다"라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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