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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갑작스러운 부친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조나탄을 향한 FC안양 선수단의 마음이 전해졌다.

FC안양은 2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홈 경기에서 이진현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FC안양은 세 경기 연속 무승(1무 2패)을 끊지 못했다. 안양은 17승 12무 7패 승점 63점으로 2위를 유지했지만 대전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실패했다. 안양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대전은 안양에 승점 2점차로 추격했다.

FC안양은 이날 경기에 조나탄이 나오지 못했다. 조나탄은 지난 17일 충남아산과의 원정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장했고 대전과의 2위 경쟁이 달린 중요한 경기에서도 당연히 필요한 공격수였다. 조나탄은 충남아산전을 벤치에서 시작해 후반전 45분만 뛰었다. 대전과의 중요한 경기에서 활용하기 위해 이우형 감독이 체력 안배를 한 것이었다.

지난 시즌 조나탄은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29경기에 나서 14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올 시즌에도 활약을 이어나갔다. 올 시즌에는 27경기 출장 9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조나탄의 코스타리카 대표팀 승선 가능성까지 점쳐질 정도였다. 하지만 조나탄은 지난 17일 오전 공개된 코스타리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조나탄은 이 소식을 듣고 이우형 감독과 20분 넘게 면담을 했다.

조나탄은 대표팀 발탁 실패 이후 마음 잡기가 쉽지 않았다. 코스타리카가 내한해 대한민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조나탄은 대표팀 발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조나탄은 충남아산전 이후 “솔직히 말해서 슬프다”라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안양의 승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체력까지 안배한 조나탄은 대표팀 차출 실패라는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대전과의 중요한 경기를 준비했다. 올 시즌 조나탄은 대전과의 세 경기에서 네 골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조나탄은 대전과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코스타리카 대표팀은 한국으로 오지만 조나탄이 오히려 코스타리카로 급하게 날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나탄은 지난 19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뒤 급하게 코스타리카로 향했다. 조나탄의 아버지는 코스타리카에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조나탄은 큰 충격을 받고 결국 고대했던 대전전을 포기한 채 고국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부친상이라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었다.

대전전을 준비하던 안양은 한 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사무국 직원까지 검은 리본을 차고 경기에 임했다. 장철혁 단장도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를 지켜봤고 경기 직전에는 선수단 입장 후 10초간의 묵념 시간도 가졌다. 외국인 선수 부모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선수단 전체가 경기장에서 묵념을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조나탄은 안양에서 사랑받는 선수다. 경기 전 만난 백동규는 “오늘 우리가 이기는 게 그래도 조나탄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안양 구단 관계자는 “조나탄은 고국에서라도 이번 대전전을 생중계로 반드시 지켜볼 선수다”라면서 “코스타리카와 시차가 17시간이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열리는 경기지만 조나탄은 아마도 새벽에라도 이 경기를 반드시 보고 있을 것이다.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통역이 조나탄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중이다. 장례는 마쳤다고 한다. 아직 일정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조나탄도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며칠 더 코스타리카에 머문 뒤 주말쯤 복귀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날 안양 선수단은 벤치에 조나탄의 유니폼을 걸어 놓고 경기에 임했다. 골이 터지면 조나탄의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세리머니를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국 골은 터지지 않았고 준비했던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 조나탄은 당장 주말에 귀국한다고 하더라도 몸 상태 때문에 다가올 25일 서울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는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안양 선수단은 서울이랜드전에도 조나탄의 유니폼을 벤치에 준비해 놓고 그를 위한 세리머니를 꼭 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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