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탄천종합운동장=김귀혁 기자] 포항 팬 출신에 현대고를 졸업한 선수가 포항에서 데뷔했다.

18일 포항스틸러스는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의 33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박수일에게 전반 6분 먼저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32분 완델손의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결과로 포항은 세 경기 연속 무패(2승 1무) 행진을 기록함과 동시에 올 시즌 성남과 세 번 만나 모두 무패를 기록했다.

이날 포항의 선발 명단에 다소 신선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24번을 배번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 선수는 바로 윤민호였다. 윤민호는 2018년부터 3년 간 경주시민축구단에서 활약한 뒤 지난 시즌 김포FC를 거쳐 올해 포항으로 왔다. 그리고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K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경기 내내 데뷔전 답지 않은 침착하면서도 대담한 경기 운영을 보인 윤민호는 후반 10분 김용환과 교체되어 나갈 때까지 운동장을 활발하게 누볐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윤민호는 "몸 풀 때부터 긴장이 됐었는데 경기장에 들어간 뒤 마음을 다 잡고 형들도 있어서 긴장이 빨리 풀렸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면서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었다. 다음부터는 다시 명단에 못 들어갈 수도 있지 않나. 열심히 해서 형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라며 벅찬 데뷔전 소감을 전했다.

선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순간을 말하자 윤민호는 "경기 이틀 전에 들었다. 처음에 선발 소식을 듣자마자 당황하면서 긴장도 많이 했다"면서 "부모님께도 선발 소식을 미리 알렸다.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덤덤한 척하셨는데 뒤에서는 어떠셨을지 잘 모르겠다. 경기 끝나고서는 아직 제대로 반응을 못 봤다. 아버지가 '고생했고 체력만 더 올려서 열심히 해보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다"라며 당시 순간을 이야기했다.

처음 포항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윤민호는 "작년에는 김포FC에 있었는데 후반기 돌입하면서 포항이 영입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항에 가면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과 체력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나름대로 개인 연습도 많이 했다"면서 "실제로 클럽하우스에 가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좋은 구단의 클럽하우스에 있어서 내심 기분도 좋았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윤민호는 이른바 '포항뽕'에 가득 취해 보였지만 출신 고등학교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포항의 '동해안 더비' 라이벌인 울산현대 산하 유스 현대고등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전하자 웃음을 보인 윤민호는 "지금 울산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후배인 (김)민준이와 같이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면서 "포항 이적 후 특별하게 연락 온 것은 없었다. 민준이가 참 착한데 장난기가 많아서 가끔 말을 안 들었던 기억이 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현재 팀에 있는 포항의 산하 유스 포철고등학교 출신의 선수들도 현대고 출신 윤민호의 등장에 흥미를 가질 법했다. 이에 윤민호는 "지금 포항에 있는 선수들 중 나와 동갑인 포철고 출신 선수들은 이지용, 김진현, 김민규 등이 있다"면서 "그래도 반가워하더라. 가끔 밥 먹을 때 고등학교 이야기도 한다. 사실 그때는 현대고가 많이 이기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다. 현대고 출신의 선수들도 내가 포항에 간다고 했을 때 다들 축하해줬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포항을 좋아했다. 서포터스 석에 가서 응원할 정도였다"라고 덧붙였다. 어떤 응원가를 가장 좋아했는지에 대해 묻자 윤민호는 "'위 아 스틸러스'를 외치는 게 있는데 그게 제일 좋았다. 경기 시작 전에 형들이 다 모이면 팬분들이 불러주시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오늘 실제로 그 응원가를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내가 불렀던 응원가를 누군가가 불러준 것 아닌가"라며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윤민호는 "프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힘든 것도 있는데 잘 적응해서 이겨내야 한다"면서 어떤 선수인지 소개해달라고 요청하자 "나의 강점은 연계 플레이다. 슈팅에도 자신이 있다. 물론 오늘은 조금 아쉬웠지만 다음에 내 강점을 또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며 믹스드존을 빠져나왔다.

포항은 K3리그와 같은 세미프로 리그에서 이른바 알짜배기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중반에 데려온 박승욱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활약하는 등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기도 했다. 경기 전 김기동 감독도 윤민호를 두고 "공을 예쁘게 잘 찬다. 슈팅도 좋고 여러 재능을 믿고 있어 선택했다"라고 평가했다. 김기동 감독 밑에서 앞으로의 윤민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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