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 | 안산=조성룡 기자] 비판 대신 더 큰 응원이었다.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안산그리너스와 서울이랜드의 경기 전 선수단 출입구 앞에는 하나둘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팀에 비해 안산의 팬들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메가폰과 깃발, 북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안산 선수들이 등장하자 팬들은 응원가를 부르면서 이들을 맞이했다. 사실 불과 며칠 전 안산 팬들은 상당히 속이 쓰렸을 것이다. 전남드래곤즈를 상대로 안산이 1-7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축구계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충격적인 경기였다. 하물며 안산 팬들이라면 더욱 더 화가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비판 대신 더 큰 응원을 선택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에게 이들은 야유와 고성 대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안산 팬들의 마음도 마냥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이 위기를 이겨내야 했다. 또다시 전남전과 같은 경기가 나온다면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기 전 안산 서포터스 '베르도르'는 라커룸에 롤링 페이퍼를 작성해 붙였다. 여기에는 서포터스 뿐만 아니라 안산시장 이민근 구단주를 비롯한 안산 구단 직원들도 참여했다. 7세 꼬마의 정성스러운 손글씨부터 어른들의 응원, 그리고 외국어로 작성된 인도네시아 팬들의 메시지까지 다양했다.

지난 전남전에서 7실점을 한 김선우 골키퍼는 울컥했다. 그는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팬들께서 내 이름을 많이 불러주셨다. 울컥하더라"면서 "내가 정말 대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팬들께서 믿고 응원해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했다. 여기에 보답해드려야 한다"라고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임종헌 감독 또한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나도 그런 응원은 처음 봤다.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써주셨다. 이걸로 우리 선수들이 힘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라면서 "사실 안산은 서포터스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성이다. 팬들의 정성이 우리 선수들에게 와 닿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날 안산은 전반전부터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후반 막판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내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임종헌 감독은 "이긴 것 같은 무승부"라고 표현했다. 이제 안산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뒤에서 이렇게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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