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포=김귀혁 기자] 어정원이 김포에서 부산 임대 복귀 과정을 솔터축구장에서 전했다.

17일 부산아이파크는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김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40라운드 맞대결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부산은 양 측면을 중심으로 한 빠른 공격 전환으로 김포의 골문을 노렸으나 슈팅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날 결과로 부산은 직전 대전과의 경기 1-3 패배의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며 11위에 머물렀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는 부산 어정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어정원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김포와의 인연이 깊다.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김포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건 그때 원소속팀은 부산이었다. 부산아이파크의 산하 유스인 개성고등학교를 거쳐 우선 지명을 받아 동국대학교에 입학한 뒤 지난 2021년 부산에 입단했다. 이후 올 시즌을 앞두고 김포로 1년 임대됐다.

하지만 1년으로 예정됐던 어정원의 임대는 여섯 달로 줄어들며 여름 이적시장에 부산으로 복귀했다. 페레즈 감독을 대신해 부임한 박진섭 감독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정원은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친정팀과 경기하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서 "오늘 선발은 아니지만 벤치에서도 김포의 스타일을 알려주며 도움을 주려고 한다"라며 김포를 '친정팀'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포에 처음 왔을 때 남들에 비해 더 오랜 기간 동계 훈련에 임해서 더욱 특별했다"면서 "체력 보강 훈련은 다른 팀들도 기본적으로 하지만 우리는 훈련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김포에 올라오지도 않고 솔터축구장도 쓸 수 있는 상황이 안 돼서 남해에서 한 달 반이나 있었다. 그때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동계 훈련 첫날에 훈련 대신 남해 보리암 정상에 오른 기억이 있는데 그때 풍경이 너무 좋았다.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지금 경기를 뛰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처음 모인 신생팀에서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 했기 때문에 동료들과도 제법 정이 쌓인 상황이었다. 인터뷰 전에도 어정원은 김포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했다. 어정원은 "어제(16일) (김)태한이 형, (이)강연이 형과 연락했고 (최)재훈이 형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형들이 '너네가 좀 져줘라'라며 농담도 했지만 부산에 가서 정말 잘 됐다며 더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원 소속팀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시원섭섭함이 공존할 법했다. 부산으로 복귀하게 된 과정을 묻자 어정원은 "운동이 끝나고 동료들과 피시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 랭크 게임(실력 등급을 결정하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고정운 감독님께 전화가 왔다. 빨리 솔터축구장으로 오라고 하셔서 게임을 멈추고 바로 탈출했다. 고 감독님이 '부산에서 요청이 왔는데 옛 스승인 박진섭 감독이 부르는 거니 보내줘야 할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어정원은 "고정운 감독님께서 '여러 추억이 있겠지만 좋은 추억만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조언까지 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고정운 감독은 인터뷰 도중 어정원에게 "요즘 왜 이렇게 날아다녀"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고 감독은 "어정원이 좋은 팀에 가서 잘하는 거 보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박진섭 감독이 어정원을 고등학교 때부터 가르쳤기 때문에 서로 만족할 수 있도록 보내줬다"라고 이야기했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랭크 게임(이하 랭겜)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도중에 포기하기 힘들다. 랭겜에 열중한 나머지 이성 친구의 연락을 받지 못하며 싸우는 커플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한 명이 강제로 탈주할 경우 그에 대한 페널티를 받는다. 같이 하던 선수들이 뭐라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어정원은 "선수들도 고정운 감독님 전화라니까 '어우 그러면 가야지'라고 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어정원은 "원정팀 라커는 처음인데 조금 좁은 것 같다"라며 웃음을 보인 후 "어제 선수단은 김포 장기동 쪽에서 숙박을 했다. 거기 카페나 식당도 가봤던 곳이라 너무 익숙했다. 오늘도 출발하고 나서 '이쯤이면 도착이겠지'라고 했는데 정말 거의 다 온 상황이었다. 팀에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솔터축구장을 보면 옛 추억이 떠오르는 기분이다"라며 추억에 잠긴 채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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