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포=김귀혁 기자] 김포 이상욱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17일 김포FC는 김포솔터축구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부산아이파크와의 40라운드 경기에서 빠른 전환 과정 속 득점을 노려봤으나 사대 황병근 골키퍼의 선방과 아쉬운 마무리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로 김포는 일곱 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을 기록함과 동시에 순위 역시 기존 순위인 9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는 0-0이라는 스코어와 달리 양 팀의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전환 과정에서 빠른 역습으로 여러 차례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부산은 김포 이상욱 골키퍼에게 여러 차례 주저앉으며 득점에 실패했다. 경기 후 고정운 감독도 이상욱의 활약에 대해 "선방 능력만 보면 K리그1에서도 수준급에 꼽힌다. 기술만 보완한다면 K리그1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이상욱은 "팀이 4연패 중이었고 나를 포함한 선수들도 워낙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오늘 홈경기에 팬분들도 많이 찾아주셔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려고 했다"면서 "그런 생각으로 더운 날씨 속에서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분위기가 곧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김포는 올 시즌 K리그2에 처음으로 들어와 험난한 프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대거 변화를 꾀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이 가운데 이상욱은 김포의 성골과도 같은 존재다. 지난 2019년 김포시민축구단(현재 김포FC)에 입단해 꾸준히 활약 중이다. 세미프로 리그 시절부터 프로에 올라온 올 시즌까지 김포 골문에는 언제나 이상욱이 있었다.

올 시즌을 돌아보며 이상욱은 "준비하는 자세나 정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서 "작년에는 어쨌든 K3리그에서 우승하며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최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주면서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자고 생각했다. 딱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크게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작년에는 우리가 운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있었고 감독님도 더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솔직히 말하면 거의 나가면 이기는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프로 첫 해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선수층도 얇고 예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그 요소를 다 감안하더라도 선수들에게 부담 없이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씀하신다. 질타도 하시지만 선수들도 이를 잘 받아들인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최대한 지원해주시려 한다"라며 고정운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유독 중저음의 중후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이에 이상욱은 "솔직히 목소리 좋다고 너무 많이 들었다. 그렇게 관심 가져주시니 감사하다"면서 그 목소리로 어떤 노래를 주로 하냐고 묻자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아내와 아기가 있다 보니까 최근에는 노래방을 간 적이 없다. 그런데 노래는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게 한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후 아내는 노래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질문에 이상욱은 "사실 아내가 반응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스무살 때부터 만났는데 너무 오래돼서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도 안 난다"면서 "아내와 8년 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주는 친구이기도 했고 나도 서로 함께하면 너무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친구라고 말하면 이상한데 그만큼 잘 맞고 서로 의지도 많이 한다. '죽이 잘 맞는다'라는 표현이 괜찮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긴 연애 기간만큼 놀라웠던 것은 장거리 연애였다는 점이다. 이상욱은 "2008년에 소개받아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면서 "그때 나는 호남대학교였고 아내는 성남에 있었다. 그래서 장거리 연애를 5년 가까이했다. 아내가 축구선수라고 유별나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스무살인데 뭐 그런 걸 따지겠나. 서로 사람이 괜찮으니까 거기에 끌려서 만났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축구 선수 남편과 연애 기간을 포함해 무려 15년째 인연을 이어왔기에 이상욱의 아내는 사실상 축구 전문가 수준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하자 이상욱은 "솔직히 말하면 우리 아내는 오프사이드도 잘 모른다"라며 웃은 후 "다만 인간 이상욱이라는 사람을 계속 지원해주는 사람이다. 축구에 관련해 조언을 하기보다는 '너는 그냥 축구만 해'라며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게 한다. 보통 아이가 좀 일찍 잠에서 깨지 않나. 경기날에는 내가 최대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아침 일찍 아이를 데리고 나갈 정도로 신경 써준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상욱은 "항상 미안하다. 아무래도 운동을 하다 보니까 내가 좀 예민해서 가끔은 짜증도 많이 낸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아내는 최대한 다 받아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웬만하면 짜증을 안 내려하는데 쉽지 않다. 외적으로도 많이 도와주려 한다. 집안일도 가끔 하기는 하는데 사실 또 많이 도와주는 편도 아니다. 집안일을 하기 위한 노력만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요즘 부쩍 외로움을 느낀 탓에 축구 관련 질문을 망각하고 있었다. 다시 축구 이야기로 돌아와 남은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이상욱은 "세 경기가 남았는데 다 상위권 팀들이다"라며 "욕심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1승 1무는 하고 싶다. 3승을 하면 물론 좋겠지만 적어도 그 정도의 성적을 거둬서 선수들이 부담 없이 자신감을 얻고 시즌을 마쳤으면 한다. 지금 선수들이 승리가 없어서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서 주장으로서 안타깝다. 오늘 경기로 자신감을 찾고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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