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부천=김귀혁 기자] '역대급' 경기에 양 팀 구단 관계자는 어떤 소감을 전했을까.

1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부천FC와 안산그리너스의 38라운드 맞대결에서 홈팀 부천이 후반 32분 조현택과 후반 37분 안재준의 연속골로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후반 40분부터 5분간 안산 티아고, 송진규, 티아고 순으로 골을 넣은 가운데 부천이 다시 김강산의 동점골로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결과로 부천과 안산은 나란히 세 경기 연속 무패(2승 1무) 행진을 달렸다.

이날 경기는 혼돈 그 자체였다. 경기 시작부터 부천은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을 통해 안산을 괴롭혔다. 하지만 세 번의 골이 취소되는 등 불운 속에 후반전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흐름이었다. 그러다 부천이 먼저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33분 안재준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왼발로 밀어 넣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부천은 후반 35분 안재준이 닐손주니어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추가골까지 완성하며 두 골차로 벌렸다.

추가시간을 제외하고 10분 정도 남긴 상황에서 두 골차였기 때문에 부천이 승기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6분 간 안산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40분 오른쪽 측면에서 송진규가 올린 크로스가 부천 수비 맞고 흘러나온 공을 티아고가 밀어 넣었다. 2분 뒤에는 티아고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 맞고 나온 것을 송진규가 밀어 넣으며 동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4분 중 1분이 흐른 시점에서 두아르테가 올린 크로스를 티아고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역전까지 이뤄냈다.

분위기가 완전히 안산으로 넘어가게 됐다. 부천 입장에서는 6분 만에 세 골을 허용하며 전의를 상실하는 듯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1분 전 왼쪽 측면에서 조현택이 올린 크로스를 김강산이 헤더로 밀어 넣으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 이후 양 팀은 각자의 측면을 활용해 공격하며 득점을 위해 분투했으나 주심이 종료 휘슬을 울렸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약 15분 간 여섯 골이 터지는 난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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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서 가장 마음을 조아렸던 사람은 아마 양 팀의 감독과 코치진 및 선수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전했던 이들이 있다. 바로 양 팀의 구단 관계자다. 먼저 안산 구단 관계자는 이 순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선수들의 사진 촬영을 위해 경기장 밖 트랙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 0-2로 끌려갔을 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시즌 첫 3연승을 해야 하는데 사실 0-1까지는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두 골 차가 나자 그때부터는 걱정이 앞섰다"면서 "티아고가 만회골을 터뜨렸을 때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 그리고 송진규가 동점골을 넣고 '역시 공은 둥글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분위기라면 역전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많은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짧은 순간에 두 골을 넣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붙을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동점골 이후 구단 SNS에 득점 소식을 알리기 위해 노트북으로 이미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후에 사진을 찍으려고 막 카메라를 든 타이밍에 갑자기 세 번째 골이 터졌다"라며 벅찬 순간을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진을 찍으면서 구단 SNS에 득점 소식을 알리는 두 가지 일을 한다.

그는 "티아고의 득점에 '미쳤다. 오늘 됐다'라며 박수를 쳤다. 그때 다른 직원과 사진을 보내주면서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됐다. 추가골 없이 끝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면서 "순간 카메라 셔터도 잘 안 눌렸다. 너무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공격진에 있는 선수들이 득점을 해서 다행이었다. 구단 SNS에 득점 소식을 알리는 업무도 하고 있는데 미리 골을 넣을 것 같은 선수들은 작업을 해놨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가슴 벅찬 순간은 경기 종료 후에도 이어졌다. 해당 관계자는 "마지막에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 장면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면서 "그때 손이 너무 떨렸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도 감사했던 한편 선수들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안타까우면서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안산에서 2019년부터 일을 했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역전했다가 다시 극적으로 무승부를 거둔 것은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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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천 구단 관계자는 어땠을까. 오늘 경기 소감을 묻자 한 숨부터 쉰 이 관계자는 "올해 유독 평일 홈경기가 많아서 관중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오늘(11일)은 1,930명의 관중이 왔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다 관중이다. 2020년에 가변석을 설치했기 때문에 가변석 설치 이후 최다 관중으로 봐도 된다. 아쉽지만 득점이 많이 터져서 고무적이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경기 상황으로 되돌아와 먼저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이 관계자는 "두 골차가 났을 때 '너무 잘 됐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사실 2-1 상황에서도 정규 시간이 3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그러다가 역전골을 허용한 뒤에는 경기 후 기자회견 준비를 위해 노트북을 닫았다. 이후에 김강산이 동점골을 넣자 다시 노트북을 켰다"라고 이야기했다. 부천 관계자 역시 안산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구단 SNS에 득점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후 안산의 역전골 순간에 대해 다시 묻자 그는 "사실 좀 짜증··· 아 아쉬웠다고 해달라. 갑자기 그렇게 몰아붙이니까 너무 당황스러웠다"면서 "유독 안산이과 이런 경기가 많다. 작년에도 골키퍼가 퇴장당하고 한지호가 골키퍼 장갑을 낀 경기가 있었는데 결국 4-3으로 승리했었다"라고 전했다. 해당 경기는 작년 8월에 펼쳐진 24라운드 경기로 부천이 먼저 세 골을 넣었으나 후반전에 안산 김륜도(현 안양)에게 세 골을 허용했다. 이후 전종혁(현 부산)이 퇴장까지 당했으나 한지호가 프리킥을 선방하는 등 맹활약하며 4-3으로 승리했다.

사실 이 관계자는 경기 전 양 팀 감독 사전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자회견실로 복귀하는 와중에 안산 선수단의 슈팅 훈련에 공을 맞을 뻔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내가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다"면서 "오세훈이 군 복무를 위해 아산무궁화(현 충남아산)에 있었을 때 그의 슈팅에 맞은 적이 있었다. 약간의 뇌진탕 증세가 있어 그 다음날 CT를 찍을 정도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징크스를 언급하자 해당 관계자는 "내가 그 공에 맞았어야 했다"라고 한탄한 뒤 "유독 충남아산과의 경기에서 징크스가 많다. 지난번에 공에 맞았던 적도 그렇고 최근에 3-0으로 승리한 경기에서도 내가 앞에 턱을 못 보고 넘어지는 바람에 앞구르기를 했다. 경기장에서 딱 그 두 번 다쳐봤는데 그때마다 승리했다. 두 번이라 징크스라 하기도 좀 그렇긴 하다. 그래도 내가 그 공에 맞았어야 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