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부천=김귀혁 기자] 부천 주장 출신인 김영남이 이적 후 처음으로 원정팀 라커를 사용했다.

11일 안산그리너스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부천FC와의 38라운드 맞대결에서 상대 조현택과 안재준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다시 후반 40분부터 5분간 티아고의 두 골과 송진규의 한 골에 힘입어 3-2로 역전했다. 그러나 다시 후반 막판 상대 김강산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3-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최근 안산은 부상 선수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공격에서는 까뇨뚜가 여전히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티아고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수비 역시 신일수, 장유섭, 이와세 등의 부상으로 매 경기 수비진 구성에 애를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은 최근 세 경기 2승 1무로 순항하고 있다.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영남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영남은 "부천과 우리 모두 2연승인 상황인데 올해 우리가 3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포지션 변경에 대해 묻자 "본 포지션이 아니어서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보니까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편안하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영남은 "아무래도 키가 작아서 선수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수비수로 뛰고 있다"면서 "감독님이 제안해주셨을 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백의 중앙 수비가 아닌 스리백의 가운데다 보니까 다른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많이 비슷하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김영남 입장에서는 선수 생활 통틀어 처음으로 수비수로 나서고 있지만 임종헌 감독은 지난 4일 부산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 이후 "정말 숨은 활약을 하고 있다"며 칭찬한 바 있다. 평소에 어떤 조언을 받느냐에 대한 질문에 김영남은 "감독님이 나를 기점으로 빌드업을 시작하려고 하신다"면서 "수비형 미드필더이든 수비수든 왔다 갔다 하는 포지션에서 시발점이 되는 걸 원하신다. 그 주문에 맞춰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영남에게 부천은 익숙한 곳이다. 아산무궁화(현 충남아산) 군 복무 시절을 포함해 2015년부터 여섯 시즌 간 부천에 몸을 담았다. 김영남도 "내가 부천을 원정으로 온 것이 아산에 있을 때 이후로 지금 두 번째다"라며 "아무래도 홈의 입장에서 쓰다가 원정 팀 선수로서 바뀌다 보니 항상 감회가 남다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라며 묘한 느낌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부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 질문에 김영남은 가장 아픈 기억을 먼저 꺼내 들었다. 그는 "2016년에 강원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을 내주며 1-2로 졌던 기억이 떠오른다"면서 "큰 틀로 봤을 때는 2016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4강에 갔을 때다. 그때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팬들이 인상적인 응원을 펼쳐주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FA컵에서 부천 서포터스는 홍염을 사용해 선수들을 반겼다.

이렇듯 부천에 오래 있으며 주장까지 역임했지만 김영남은 지난 2021년 K3리그인 경주한수원으로 떠났다. 이후 올해 다시 안산으로 이적하며 K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김영남은 "아무래도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선수 생활 마지막을 프로에서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운이 좋게 기회가 생겨서 안산으로 왔는데 항상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영남은 임종헌 감독이 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발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그에 맞춰 안산도 반등에 성공하며 현재 8위에 올라서 있다. 김영남은 "모든 선수들이 감독님 오시고 그 차이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라며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주시다 보니 팀으로서 득이 되는 것 같다. 감독님이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믿다 보니까 우리도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며 임종헌 감독 부임 이후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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