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에서 공격수 거쳐 중앙 수비 정착한 충남아산 이은범 이야기

[스포츠니어스 | 아산=김귀혁 기자] 프로 데뷔 시즌에 공격수까지 활약하다가 이제는 수비의 중심이 됐다.

17일 충남아산은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김포FC와의 33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23분 김이석의 선제골에 무너지며 0-1로 패배했다. 이날 결과로 충남아산은 4연패의 수렁에 빠진 가운데 30분 일찍 경기를 치른 경남의 승리에 따라 6위로 내려갔다. 올 시즌 김포를 상대로도 첫 패배를 기록했다.

올 시즌 충남아산의 상승세는 놀랍다. 팀의 규모를 감안하면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플레이오프권 마지노선인 5위에 올라오는 등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충남아산만의 빠른 공격과 강한 압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단단한 수비 등이 한 몫한다. 이 과정에서 26실점을 허용하며 광주에 이어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하고 있다(이날 경기 전 기준).

특히 충남아산의 스리백 중 이은범은 왼쪽에 위치해 가장 많은 경기(28경기)를 치르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은범은 원래 미드필더 출신이다. 2017년 제주에서 데뷔한 그는 측면과 중앙 등을 누비며 경험을 키웠다. 팀 상황에 따라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하기도 하는 등 제법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러다가 2020년 충남아산에 와서는 측면 수비수로 전향하기도 하는 등 제법 많은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스리백의 한 축으로서 충남아산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이은범은 “현재 팀이 3연패 중이지만 김포를 상대로 두 번 이겼던 기억이 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고 김포전 연승으로 이어가도록 하겠다”라며 말문을 뗐다.

이후 이은범은 포지션 전향 이야기를 건네자 “사실 공격에서 수비로 내려온 이유는 내가 공격에서 잘 못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음을 보인 뒤 “공격수는 일단 골을 넣어야 하는데 기회가 와도 마무리를 못 했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는 계속 미드필더를 봐왔다. 그러다가 대학교 때 김기남 감독님이 측면에 서 보라고 말씀하시면서부터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프로에 입단한 이은범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조성환 감독님(현 인천)이 많은 조언을 해주시면서 공격수로 기용하셨다. 사실 1년 차때는 뭣도 모르고 그냥 막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면서 “사실 아직까지도 경기에 나서면 긴장되기도 한다”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포지션은 언제부터 서게 된 걸까. 이은범은 “박동혁 감독님께서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수 중 어떤 포지션을 소화하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중앙 수비수를 선택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측면 수비수는 터치 한 번에 좋은 공격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압박이 빨리 들어온다. 반면에 중앙 수비를 보다 보니 앞을 잘 내다볼 수 있게 되더라. 지금은 다른 자리보다 더 편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은범은 충남아산에서 어느덧 세 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2020년 여름에 합류했기 때문에 햇수로 따지면 2년이다. 이제 막 아산 생활에 적응했을 그에게 쉬는 날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이은범은 “사실 이제 막 9개월 된 내 아이가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위험하기도 해서 주로 아산 근처에서 아이와 노는 것 같다. 카페나 수영장도 가고 경기장 근처에 산책로가 있다. 워낙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자주 간다”라고 말했다.

아산에서의 세 시즌은 다른 팀에서의 시간보다도 그 의미가 크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탓에 매 시즌 선수 변화 폭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이은범이기에 이제는 아산의 가이드 역할까지 가능하다. 이은범은 “처음에는 선수들에게 근처 맛집을 물어봤었다면 이제는 내가 더 추천해주고 있다”면서 “신정호 근처에 갈비찜이 맛있는 집이 있다. 선수들도 많이 가는 것 같고 근처에 이쁜 카페도 많아서 자주 추천한다”고 전했다.

사실 커피는 충남아산 선수들에게 밥과 같은 존재다. 경기 우수 선수에 선정되거나 내기에서 지면 커피를 돌리는 것이 팀에서의 전통이 됐다. 커피 이야기를 건네자 웃음을 보인 이은범은 “내기를 통해서 한 번 샀고 그 이후에 K리그 100경기 기념으로 한 번 더 돌렸다”면서 “내기는 회복식으로 리프팅하면서 골을 넣는 축구 골프가 있다. 그 외에도 5대2 공 돌리기나 골대 맞추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범은 “아무래도 올 시즌에는 (송)승민이 형이나 (유)강현이가 많이 산다. 반면에 (이)재성이 형은 다른 선수들이 커피를 사도록 종용하는 역할을 한다”며 웃음을 보인 뒤 “그래도 재성이형이나 (유)준수형과 같이 수비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있어서 좋다. 확실히 같이 경기에 나서면 여유도 생기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준다”면서 두 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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