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춘천=김귀혁 기자] 박민규는 '페버지'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15일 수원FC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강원FC와 28라운드 경기에서 정재윤, 라스, 박민규의 득점에 힘입어 김진호와 이정협이 한 골을 넣는데 그친 강원을 제압하고 3-2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FC는 경기 전까지 승점 동률이던 강원의 추격을 뿌리치고 6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빗 속 치열한 혈투였다. 전반전 중반 넘어서부터 세차게 오기 시작한 비는 후반전 들어 물 웅덩이가 고일 정도였다. 수원FC는 전반전에 정재윤의 선제골 이후 상대 김진호에게 실점하며 1-1로 마친 상황이었다. 그리고 후반 3분 라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다시 앞서가는 득점을 만들며 2-1로 리드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한 비는 분명 변수였다. 수원FC 입장에서는 이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강수가 더욱 부담될 수 있었다. 그때 박민규가 등장했다. 후반 21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이 올린 크로스를 강원 수비진이 처리했으나 이것이 박민규에게 흘렀다. 공을 잡은 박민규는 상대 수비 한 명을 접으면서 제쳐낸 뒤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수원FC는 상대 이정협에게 실점했기 때문에 박민규의 득점은 결승골로 이어졌다.

박민규 개인 입장에서도 남달랐던 골이었다. 지난 2017년 프로에 데뷔하기는 했으나 이날 경기 전까지 아직 K리그 마수걸이 포를 신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박민규는 "오늘 정말 중요한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하나 같이 다 열심히 해준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너무 기쁘다"면서 "데뷔골이라 선수들이 너무 축하한다고 하더라. 다들 커피 한 번 사라고 말해서 조만간 한 번 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민규는 측면 수비수임에도 프로 데뷔 6년 차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골과는 인연이 없었다. 박민규 역시 이날 데뷔골에 대해 "나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올해에는 골을 넣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면서 "그런데 막상 골을 넣으니까 이전에 생각해놨던 세리머니가 생각이 안 나더라.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감정에 치중한 나머지 이것저것 구상해놨던 세리머니를 펼치지 못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민규는 2017년부터 세 시즌 간 FC서울 소속이었던 가운데 2019년에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임대 갔다. 이듬해에는 수원FC로 이적했고 지난 시즌에는 부산아이파크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을 자양분 삼아 박민규는 올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에 대해 박민규는 페레즈 전 부산 감독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한 시즌을 주전으로 나서면서 제대로 뛰기 시작한 게 4년 전에 대전 임대 가면서부터였다"면서 "작년에는 부산에 임대를 갔다. 그때 당시 페레즈 감독님께 받은 배움이 나를 정말 많이 발전시켰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이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페레즈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며 출전 경험도 쌓을 수 있었고 자신감도 얻었다. 정말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며 작년 부산 임대 시절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페레즈 감독님은 정말 세밀한 것부터 다 알려주신다. 터치를 어디에 해놓고 공을 잡으면 어디를 먼저 봐야 하는지, 그리고 수비 시 위치 등 개인적으로 불러서 영상 미팅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올해 부산을 떠나기 전에도 한 번 뵀었다. 대표팀 소집 갔을 때 경기 보러 오셨더라. 그래서 (김)진규와 같이 인사드렸다"라고 말했다.

페레즈 감독은 현재 한국에 없다. 부산 구단은 지난 6월 1일 성적 부진의 이유로 페레즈 감독과 상호 계약 해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민규는 "지금도 근황을 물어보면서 연락은 계속하고 있다. '수원더비'에서 도움을 했을 때도 그 소식을 전하면서 먼저 연락했다. 항상 감사드린다고 했다"면서 "감독님도 가끔 잘 지내냐면서 먼저 연락이 오신다. 도움 소식을 전했을 대도 항상 챙겨보고 있다면서 축하한다고 말씀하셨다. 오늘도 연락드릴 예정인데 아마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민규는 이날 데뷔골과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됐을 때를 비교하면 어느 순간이 더욱 벅찼을까. 이 말을 전하자 박민규는 "그래도 대표팀이 더욱 벅찼던 것 같다"면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대표팀이라는 목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박민규는 "솔직히 프로에서 골이 계속 안 터져서 조바심이 나기는 했다. 경기 수는 점점 올라가는데 내가 도움이 많거나 공격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팀에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면서도 "내 본분은 결국 수비수다. 오늘 골을 넣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경기에서 욕심을 내기보다는 좀 더 이타적으로 공격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김도균 감독님이 항상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감독님이 선택을 하셔서 내가 경기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페레즈 감독님은 작년에 내가 임대로 갔을 때 엄청 반겨주셨다. 실수를 하든 뭘 하든 정말 많은 호응을 보내주시면서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 그러면서 부산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고 지금 나름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두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끝으로 믹스드존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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