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송홍민이 ‘파리의 연인’ 김정은 역할하며 느낀 점은?

[스포츠니어스|부천=김귀혁 기자] 송홍민은 프로였다.

18일 부천FC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32라운드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결과로 부천은 승점 1점 만을 추가하며 안양과는 승점이나 다득점에서 동률이나 득실차에서 앞서며 2위를 유지했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와의 맞대결에서도 이날 경기를 포함해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부천의 선발 명단에서는 송홍민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송홍민 이날 경기 전까지 16경기에 나섰으나 선발보다는 주로 교체 자원으로서 활약했다. 마지막 선발 경기 역시 지난 대전하나시티즌과의 17라운드 경기였다. 송홍민의 선발 기용에 대해서 부천 이영민 감독은 경기 전 “(송)홍민이가 중심이 돼서 공격수들을 지원해준다면 좋은 결과와 내용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이영민 감독의 이야기대로 송홍민은 이날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장기인 중거리 슈팅도 몇 차례 선보였다. 송홍민이 뒤에서 지지해준 덕분에 오재혁, 이시헌 등도 마음 놓고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송홍민은 후반 30분까지 활약한 뒤 최재영과 교체됐다. 이영민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충분히 잘해줬다”며 만족을 표했다.

경기 후 만난 송홍민은 “내가 뛰면서 느끼는 것이 선수나 코치진이 안에서 뛰는 선수들과 하나로 뛴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팀이 돼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더욱 아쉽다”면서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지만 내가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를 믿고 기용해 주시는 데 있어서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옆에 (오)재혁이와 같은 공격적인 선수가 있기 때문에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날 송홍민의 선발 출격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다. 경기 전 날(12일)에 올라온 부천의 경기 홍보 동영상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 영상에서 송홍민은 김정호와 함께 지난 2004년에 방영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패러디했다. 파리의 연인은 배우 김정은과 박신양이 중심이 돼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였다. 송홍민은 김정은, 김정호는 박신양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로 끌어 안기도 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부천FC 공식 유튜브 캡처. 김정호의 품에 안기고 있는 송홍민

이 말을 전하자 송홍민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사실 나도 영상을 찍는다고만 들었지 무엇을 찍는지는 잘 몰랐었다”면서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다. 대본을 줘서 봤더니 남자와 여자 역할이 있었다. 그냥 체념하고 (김)정호에게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찍을 때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대충 하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찍고 나서 ‘현타’가 몰아붙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내는 역할은 나보다 정호가 더 잘할 것 같아서 내가 남자 역할을 하라고 했다”면서 김정은의 역할은 어땠는지에 대해 묻자 “하··· 부끄러웠다. 그런데 구단에서 열심히 일해 주시는 걸 잘 알고 있다. 결국 시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망가지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정호는 영상에서 “이 남자가 내 남자다. 부천 경기 이 남자랑 갈 거라고 왜 말을 못 하냐고!”라는 명대사를 날렸다.

팀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송홍민은 “정호는 연기 잘하는 데 왜 너는 그러냐고 하더라. 특히 국태정이 많이 놀린다”면서 “정호는 솔직히 연기를 잘한다. 원래 일상생활에서는 그렇게 화를 많이 내는 애는 아닌데 카메라 앞에서는 잘하더라. NG는 적당히 냈던 것 같은데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거 자체가 너무 웃겼다. 물론 촬영이 끝나고는 둘이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며 웃음을 보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순간을 동료나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은 비교적 낫다. 문제는 가족이 그것을 봤을 때다. 송홍민은 “나는 당연히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영상이 어제(12일) 올라왔다. 그런데 내 친동생이 바로 가족 단톡에 올리고 말았다. 동생이 뭐 하는 거냐면서 진짜 별로니까 축구만 하라고 하더라. 부모님은 딱히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송홍민은 올 시즌 한 골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그 한 골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경남FC와의 30라운드 경기에서 30여 미터가 넘는 지점에서의 프리킥이 골망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그림 같은 중거리포를 많이 뽑아냈던 송홍민이었지만 분명 남달랐던 득점이었다. 특히 손흥민과 비슷한 이름 탓에 해당 경기 이후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송홍민은 “사실 그 이후에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면서 “인터뷰를 많이 하기는 했다. 집에서 쉬면서도 전화 인터뷰를 했었는데 인터뷰 질문들은 거의 비슷했다. 그래도 운동할 때 달라진 부분은 있다. 내가 슈팅을 더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나 코치 선생님들께서 따로 세트피스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아마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영민 감독을 언급했다. 이영민 감독은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31라운드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 당일에 격리에서 해제됐다. 송홍민은 “확실히 감독님이 계시니까 팀에 중심이 잡히는 것 같다”면서 “감독님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물론 코칭스태프에서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도 감독님이 복귀하시니 선수단 분위기부터 중심이 잡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송홍민은 남은 시즌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많은 득점을 하기보다는 팀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점점 갈수록 더 높은 순위에 있지만 아직 경기 수도 많이 남았다. 확실하게 플레이오프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선수들과 뛰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팬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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