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울산=조성룡 기자] 울산 팬들에게는 최고의 하루이지 않을까.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울산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홈팀 울산이 마틴아담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대구를 4-0으로 대파하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승점 3점을 획득한 울산은 1위 자리를 굳게 지켰고 9위 대구는 상위 팀 추격에 실패했다.

선수들도 모두 퇴근하고 관계자들도 경기장을 정리하는 늦은 밤. 갑자기 기자회견실 뒷편에서는 큰 환호성이 터졌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아마 팬들이 경기장에 남아서 인천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 경기를 보는 것 같다"라면서 "관계자들이 아니다. 팬들이 보고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선수단이 퇴근하는 통로에는 팬 네 명이 비스듬히 바닥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18세 동갑내기 울산 팬이다. <스포츠니어스>의 인터뷰에 응한 이석호 군은 "이대로 전북이 인천에 잡힌다면 너무나도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이번 경기의 경우 징크스를 하나 깼다. 울산은 관중이 많이 오면 경기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 지난 현대가 더비에서 1-3으로 졌을 때가 그렇다"라면서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는 만 명 가까이 관중들이 왔다. 그런데 4-0으로 시원하게 이겼다"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있던 정준혁 군은 "선수단이 퇴근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내친 김에 여기서 인천과 전북 경기까지 보고 귀가하려고 한다"라면서 "경기력도 올해 최고였고 정말 자랑스럽다. 게다가 전북이 인천에 말리고 있는 상황이니 울산 팬 입장에서는 올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인천 에르난데스의 페널티킥 골이 나오자 격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이석호 군은 "사실 인천이 우리에게는 조금 얄미운 팀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만큼은 누구보다 인천 팬이다. 심지어 인천에는 우리 레전드인 김창수와 강민수가 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네 명의 울산 청소년 팬들은 인천과 전북의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경기장에 있다가 인천의 3-1 승리를 확인하고 귀가할 준비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이들은 간단명료하게 울산 팬 다운 한 마디를 남겼다. "상식종신. 그리고 명보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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