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부천 선수단, 잠시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벗은 상황.

[스포츠니어스|부천=김귀혁 기자] 관중석에 있던 은나마니는 왜 웃음을 터뜨린 걸까.

18일 부천FC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32라운드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결과로 부천은 승점 1점 만을 추가하며 안양과는 승점이나 다득점에서 동률이나 득실차에서 앞서며 2위를 유지했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와의 맞대결에서도 이날 경기를 포함해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0-0이라는 스코어와 달리 이날 경기는 치열했다. 부천 이영민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 이날 경기 핵심 요소로 '공수 전환'을 이야기했다. 이 감독의 이야기대로 두 팀은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기회를 엿봤다. 이날 명단에 들지 못했던 부천 선수단 역시 W석 2층에서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보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소강상태로 흘러가자 은나마니가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요르만 역시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반응했고 국내 선수들도 은나마니와 함께 대화하며 화답했다. 은나마니는 이날 경기 가벼운 무릎 부상으로 인해 명단에서 제외된 상황이었다. 자칫 부상으로 선수 본인이 울적할 수는 있었으나 은나마니는 여러 차례 밝은 미소를 보였다.

경기 중에 선수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은나마니 옆에 있던 박하빈에게 물어봤다. 그는 "사실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끼리 특별히 이야기하는 주제는 없다"면서 "경기 상황마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가령 '저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나라면 저기에서 어떻게 했을까'와 같이 경기에 집중하며 대화를 나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후 은나마니 이야기를 건네자 그는 웃음을 보이며 "사실 에피소드가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하빈은 "지난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 막판에 최재영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면서 "그런데 그때 (최)재영이의 슈팅이 결정적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너무 허무하게 수비벽에 막히고 말았다. 이후에 은나마니가 항상 재영이를 놀린다. 아까도 그 이야기가 나왔다"며 은나마니가 보인 폭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박하빈의 이야기처럼 당시 상황은 부천에 중요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40분 닐손주니어가 헤더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그때 상대 김다솔 골키퍼가 다이빙하는 과정에서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미 전남은 세 차례의 교체를 시도하며 추가 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골키퍼 장갑은 전남의 수비수인 최정원이 꼈던 상황이었다. 수적 열세에 상대 골키퍼 역시 위험을 노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은 7분이 선언된 가운데 90+1분에 김준형이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공 주위로는 평소 프리킥에 자신 있는 선수들끼리 상의에 나섰고 결국 최재영이 공을 잡으며 키커가 결정됐다. 부천 선수들이 상의하는 시간과 함께 반칙을 당한 위치가 박스 바로 바깥이었기 때문에 주심이 VOR과 교신하는 시간까지 소요됐다. 파울 시점부터 프리킥 할 때의 시간이 거의 3분에 달할 정도였다.

기다림 만큼 기대감도 컸던 상황이었다. 당시 중계방송에서 이상윤 해설위원 역시 "최재영도 엄청난 킥을 할 수 있는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프리킥 직전에는 중계방송 카메라에 부천 이영민 감독이 두 손을 움켜쥐며 간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대는 전문 골키퍼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골문 안 쪽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만 연결하면 득점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시도한 최재영의 프리킥은 상대 수비 벽에 막히고 말았다. 낮게 노려 차려했지만 전남 수비진의 발에 맞으며 무위로 그쳤다. 공이 수비벽에 맞고 멈출 정도로 강한 슈팅이 아니었다. 이를 은나마니에게 말하자 그는 웃음을 보이며 한국말로 "재영 프리킥? 그거 슈팅 아니고 패스였어. 이제 더 이상 프리킥 없어. 슈팅 못 차"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옆에 있던 박하빈은 "요즘 서로 이런 식으로 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 최재영의 입장도 들어봐야 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최재영은 먼저 부천에서의 두 시즌째는 어떤지에 대해 묻자 "부천이라는 팀은 하나로 똘똘 뭉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면서 "작년에 왔을 때 각 선수의 기량이 생각보다 엄청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 상황에서 올 시즌 성적이 좋은 이유는 서로 똘똘 뭉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며 훈훈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은나마니가 놀린 이야기를 꺼내자 웃음을 보인 최재영은 먼저 프리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전남과의 경기 막판에 골문과 가까운 거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면서 "나는 자신이 있었기 내가 찬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자신감과는 달리 슈팅이 너무 힘없이 흘러갔다. 경기 이후에 선수들이 놀렸는데 특히 은나마니가 유독 많이 놀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나마니가 '재영 슈팅 뭐야'라며 한국말로 놀린다. 솔직히 그 슈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서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그런데 은나마니도 사실 슈팅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은나마니 말투로 '너 슈팅 없어'라며 놀린다. 그만큼 은나마니나 요르만, 닐손주니어 모두 성격도 좋고 정말 착한 친구들이라 소통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재영은 은나마니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은나마니가 지금 부상이어서 얼마나 쉴지 모르겠다"면서 "리그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중요한 경기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 돌아와서 좀 많이 넣어줬으면 좋겠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현재 부천은 안양, 대전과 함께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은나마니의 활약이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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