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응원가 흥얼거린 이승우, 옆에서 지켜본 정동호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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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이승우가 수원삼성 응원가를 흥얼거리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강렬한 눈빛을 보낸 정동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승우는 지난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FC와 수원삼성의 경기에 후반 교체 출장해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이승우는 후반 23분 김현의 골을 도우며 올 시즌 10골 3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이승우는 전반 14분 교체 투입돼 후반이 끝날 때까지 수원FC 공격을 이끌었다. 이 경기 승리로 수원FC는 수원더비에서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눈이 확 뜨이는 장면이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 팬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가운데 벤치에 앉은 이승우가 수원삼성 응원가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무의식적으로 “만세, 수원 만세”라고 시작하는 수원삼성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유소년 시절부터 수원삼성 팬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던 이승우가 무의식 중에 상대팀 응원가를 흥얼거리는 모습이었다.

벤치에서 이승우 바로 옆에 앉아있던 정동호가 순간적으로 이승우를 노려보는 장면까지 중계 화면에 잡혔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승우의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고 따가운 눈빛을 전한 정동호의 얼굴도 웃음을 유발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스포츠니어스>는 10일 전북현대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이승우의 수원삼성 응원가를 바로 옆에서 직접 들은 정동호와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정동호는 이 장면이 화제가 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동호는 “수원삼성하고 경기를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수원삼성 팬들이 응원가를 열심히 부르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바로 옆에 앉은 승우가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 옆에 앉은 나에게도 살짝 들릴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승우를 탁 쳐다봤다. 승우가 수원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수원삼성 팬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눈빛으로 ‘너 지금 뭐하고 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더니 승우도 흥얼거리던 응원가를 멈추더라. 그때는 그러고 넘어갔는데 그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정동호는 이승우에 대한 선입견과 직접 겪은 이승우가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했다. 정동호는 “사실 그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지만 승우는 수원FC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한 팀에서 만나기 전에는 승우가 뺀질뺀질하고 튀기 좋아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동계훈련 때부터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남들보다 무조건 운동을 더 한다. 보강 운동을 할 때도 가장 먼저 도착해서 준비한다. 알아서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더라.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찾아서 보완한다. 처음 느낀 이미지와 달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중계 화면 캡처

정동호는 이날 전북현대를 상대로 후반 24분 박민규 대신 교체 투입됐다. 올 시즌 13번째 출장이었다. 후반 투입돼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 크로스로 라스의 헤딩골을 도왔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정동호는 “우리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들어가게 돼 일단 어떻게든 크로스를 올리려고 했다”면서 “좋은 크로스를 몇 번 시도하기는 했는데 그게 골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승점 1점을 따낼 수 있는 경기에서 그러지 못해 아쉽다. 특히나 라스에게 연결한 그 크로스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그게 오프사이드인 줄도 모르고 세리머니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팀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왼쪽 측면에서는 박민규가 떠오르고 있고 오른쪽 측면에는 국가대표 이용이 임대로 영입됐다. 하지만 정동호는 평점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각자 스타일이 다 다르다”면서 “장점이 다르고 이제는 약간 나이를 먹어가면서 엄청난 경쟁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한테 주어지는 시간이 있으면 내가 잘하는 공격적인 부분을 더 잘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팀에 도움이 되다보면 나한테 더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겠나. (이)용이 형이나 다른 선수들이 뛰면 또 응원해 줄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웃었다.

정동호는 “내가 부상을 많이 당해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많았다”면서 “이제 컨디션이 많이 돌아왔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서서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그런 목표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나의 목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동호는 “수원삼성 응원가를 수원FC 벤치에서 흥얼거린 이승우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한참을 웃은 뒤 이렇게 말했다. “승우야. 이제 거기는 머리 속에서 지우자. 머리 속도 수원FC로 채워야지.” 정동호는 유쾌한 말투로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수원FC에 진심인 이승우가 수원삼성 응원가를 흥얼거리는 장면은 이승우가 워낙 수원FC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과 진심이 더해져 큰 논란 없이 농담을 주고 받을 만한 해프닝이 됐다. 이승우가 수원삼성 응원가를 흥얼거린 장면에 대해 수원FC 구단 관계자는 “이승우한테 확 벌금을 먹여야 하나”라면서 “그런데 벌금 규정에 상대팀 응원가를 부르지 말라는 건 없다. 벌금 규정도 일어날 법한 일을 규정에 담는 건데 우리 선수가 상대팀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해 벌금 규정에 없다”고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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